2010년 10월 3일 일요일

시라노;연애조작단 (2010.10.3)

뭐... 이런 종류의 감상글은 길게 쓰고 싶지 않고, 사실 길게 써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마디로 줄이면,

재밌었다 :-)

개봉한 지 좀 된 거니까 이런저런 평들을 좀 본 상태였고(하지만 주의깊게 보지는 않았고...), 그래서 난 아무 생각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웃을 수 있는 코미디물을 기대했을 뿐이고. 다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깊은 내용이 들어 있었고, 그래서 내 취향의 가벼움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고ㅋㅋ

음음. 그래서 감상에 조금 더 덧붙이자면, 이 영화 제목에 나오는 시라노라는 작품을 나중에 한 번 보고 싶다는 거. 영화 안에서도 언급은 되는데, 끝내 시라노의 여주인공이 누구와 이루어지는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는 거. 하긴 영화 안에서 다른 작품 스포하면 좀 그렇겠지? 마침 명동 무슨 극장에서 10월 22일부턴가 하는 모양이다. 뭐, 그때까지 잊어먹지 않는다면... (링크)

그리고 인셉션을 본 지 조금 됐는데 그 느낌이 아직 남아서였을까, 영화의 결말에서 인셉션을 다시 떠올려 버렸다. 사실 알고보면 영화 내용 전체가 거대한 작업 프로그램의 일부분! (두둥)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신혜는 이뻤다 o(^▽^)o
...이민정?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결국 영화 내용에 대한 얘기는 하나도 없다. 내가 뭐 그렇지...


어느 한의원의 무리수

어느 지하철역에서 이런 광고판을 봤다.
그림을 올리다가 문득 소심해져서 급히 한의원 이름과 홈페이지 주소, 위치와 전화번호를 가렸다. 뭐 궁금한 사람은 없겠지.

아무튼, 저 광고는 아마도 이걸 보고 만든 거겠지.

저기 근데,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도 마찬가지란 말이다. 감기를 이겨내는 건 우리 몸이고,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은 그냥 증상 잡는 약이라구. 열 떨어뜨리고, 아픈 거 줄여 주고, 기침 멎게 하고 그런 거. 웬만한 감기라면 약 안 먹고 누워서 며칠 쉬면 다 낫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며칠씩 쉴 여유가 없으니까(혹은 쉬기 싫은 사람도 있을지도) 증상을 잡을 약을 먹는 거지. 세균에 의한 상기도감염증과의 감별의 어려움과 그에 따른 경험적 항생제 처치에 대한 건 귀찮으니까 생략.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저 한의원에선 감기 환자한테 어떻게 해 주겠다는 걸까? 면역체계를 도와서 감기를 확 낫게 해 주겠다는 건지, 아니면 감기를 안 걸리게 해 주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 중요한 건, 저 EBS 다큐프라임의 내용을 인용한 이상, 저 한의원에서는 (최소한 감기에 대해서만은) 약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거다. 보자. 감기환자에게 (혹은 감기를 예방할 목적으로 건강한 사람에게) 저 한의원에서 지은 한약을 준다고 치자. 그 처방을 가지고 저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병원 소아과 이안 폴 박사에게 가져가서 보여준다고 치자. 뭐라고 말할까?

"이게 무슨 약입니까? 성분은 뭡니까? 알고 먹이는 겁니까?" (드래그)

저 의사가 처방을 보고 자기 딸에게 먹이네 마네 할 수 있는 건 그 약의 성분을 알고 어떤 성분이 얼만큼 들어가 있고 또 그 성분이 몸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근데 한약은? 한의사들은 자기가 조제한 약에 어떤 성분이 얼만큼 들어가고 어떤 성분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긴 아나? 그래 놓고 자기네 한의원 홈페이지에는,
어디서 약 드립이야. 게다가 평소에는 서양의학은 어떻고 한의학은 어떻고, 양방은 어떻고 한방은 어떻고 하면서 신나게 까대더니 저 서양의학을 공부한 양방 의사의 말은 신나서 가져다 쓰는구나. 적의 적은 친구냐? 하지만 저 이안 폴 선생도 자기 보기에 약 써야 될 때라고 생각하면 한약보다 독성이 현저히 강한 양약들을 사용하겠지. 하여간 재밌으셔.

예전부터 정말 궁금했는데, '면역체계를 돕는 한방 치료'라는 건 도대체 뭘까? 아니 그 전에, 면역체계를 돕는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말이야 되게 근사한 말인데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면역학 수업을 학부 때도 듣고 대학원에서도 들었는데 그래도 모르겠다. 나 공부 헛했나 보다. 아, 짜증나.



2010년 9월 21일 화요일

한일해저터널

이거 분명 예전에도 돌았던 떡밥인 것 같은데 왜 다시 시끄러운가 했더니 이런 기사가 올라왔었다.

정부 '3大 해저터널(韓~中 韓~日 목포~제주)' 검토

이에 대한 일부 우국지사들의 주장

펼쳐두기..



이게 무슨 나라 팔아먹는 짓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저기서들 말하고 있는데, 난 무식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그들이 말하는 종착지 효과인지 종착역 효과인지 하는 것도 처음 들어보는 데다가 (검색해도 안 나오잖아ㅠㅠ), 그렇게 큰일날 일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거다.

나도 사생활이 있으니까 자세히는 얘기 못 하지만, 서울 지하철 7호선과 3호선을 자주 이용하는데, 각 노선의 양쪽 종점인 장암/온수, 그리고 대화/오금역이 사람으로 미어터진다는 얘기는 못 들어 봤다. 모르긴 몰라도 그 동네들은 서울의 번화가라고 하기도 좀 어렵지 싶은데.

아, 뭐, 사람이랑 물류랑은 다르다! 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물류의 최강자는 아무래도 철도보다는 선박 아닌감? 모르긴 몰라도 대규모 운송에 있어서 선박의 효율성은 넘사벽인 걸로 아는데. 만약에, 유럽에서 일본으로 물류를 보낸다고 쳐. 그게 대규모라면 선박, 급한 거라면 항공을 이용하겠지, 한일해저터널이 있다고 해서 철도를 이용할까? 철도가 부산까지만 뚫려 있다면 그 물류를 부산까지 철도로 가지고 와서 배나 비행기에 옮겨 싣고 일본으로 보낼 멍청이는 없겠지.

그리고, (그림에 따르면) 일본이 종착역 효과 때문에 해저터널을 뚫겠다고 매달리고 있다고 하는데, 그럼 (우리나라에 종착역을 넘겨 주게 될) 중국이나 러시아는 우리나라에 철도가 들어서는 걸 기를 쓰고 막아야 되는 거 아닌가? 근데 (역시 그림에 따르면) 중국, 러시아도 우리랑 연결하려고 눈물겹게 노력중이라잖아. 이건 무슨 경우?

잘 모르는 분야고, 공부도 안 해서 말은 조심해서 해야겠지만, 저런 걸 보면 별로 조심해야 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안보상의 문제라던가, 아니면 지진 어쩌구 해서 안전상의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래 좋다. 아니 좋아 보인다. 근데 저런 건 정말이지... (한숨)





2010년 9월 13일 월요일

치사해서 다시 하고 말지.

도대체 구글은 뭐하는 회사길래 텍스트큐브닷컴과 블로거가 하나가 됩니다 공지가 올라온 지 다섯달이 다 돼가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거냐. 4월 30일에 저 공지가 올라오고 나서 약간 의욕이 떨어진 것도 있었고, 마침 일이 바빠지기도 해서 글쓰기는 잠깐 손 놓고 기다리다가 통합에 대한 자세한 계획 및 공지가 나오면 따라가든지 옮기든지 하려고 했는데, 이건 뭐 감감무소식. 그 사이에 바쁜 일도 대충 일단락되고 이래저래해서 블로그나 다시 만져 볼까 했는데 여긴 아직도 이 모냥. 에이, 치사해서 다시 하고 말지(뭔가 이상한데!). 계속 글 쓴다고 블로그 못 옮기는 것도 아니고. 티스토리 초대장 정도야 나중에 어떻게든 구해지겠지. 근데 텍스트큐브닷컴이 좀 느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그냥 착각인가?

그리고 마침 글 쓰는 김에 잊어버릴까봐 링크하는, 아이폰 벨소리 만드는 사이트 주소.

http://audiko.net/

2010년 6월 17일 목요일

매국노_인증.txt

실험실 사람들과의 내기.

한국 : 아르헨티나전 1:4 패배 정확히 예측.

그리스전 결과를 맞춘 사람이 없어 쌓여있던 판돈까지 싹쓸이.

(득템! )

...토토나 할걸 orz



p.s. 아니 근데 난 진짜 1:0으로 이길 줄 알았다고!
내가 1:4 에 걸었던 건 어디까지나 남들 안 거는 데다 걸어서 판돈을 혼자 먹기 위한... 아... 진짜...ㅋㅋㅋ

2010년 5월 2일 일요일

조금 의욕상실

텍스트큐브닷컴과 블로거가 하나가 됩니다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되지만, 별로 좋은 느낌은 안 든다. 게다가 구글 블로거라니. 예전에 잠깐 기웃거려보다가 이건 도대체 뭔가 싶어서 집어치웠던 그 구글 블로거라니. 설마하니 합쳤는데도 구글 블로거에서 하나도 변한 게 없다 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텍스트큐브 툴이 그대로 남는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툴의 우열은 둘째치고라도 나같은 컴맹 넷맹 기계치는 새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데이터 이전을 원하면 지원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불안해서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어려워서 머리만 아프다. 데이터 백업했더니 26MB밖에 안 나와서 움직이기는 편하겠다는 점이 한 가지 위안이지만.

이글루스나 네이버 같은 데는 기껏 백업해놓은 데이터를 다시 풀어놓을 방법이 없는 것 같고, 글이 몇 개 안 되니까 덧글이랑 트랙백 포기하고 노가다로 하나씩 올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데이터 백업 역시 불가능하다는 데서 쥐쥐. 티스토리는 여기랑 시스템이 비슷하다는데, 뭔가 분위기가 살짝 맘에 안 들고 초대장을 구해야 된다는 데서 거부감 상승. 크래커라는 데를 가봤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 orz

그리고 결정적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관두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굳이 여기로 넘어온 이유 중 하나는 사이트 이름 때문이었단 말이다. 다른 문제는 다 해결된다 쳐도 이건 어쩔 건데...

순간 도메인+호스팅을 사서 설치형으로 갈까 하는 생각을 해 봤지만, 어딜 내 주제에...orz

2010년 4월 26일 월요일

어떤 논리


이거야 뭐, 굳이 설명 안 해도 누구나 알 만한 장면이겠지.

수비 지역에서 공을 돌리다가 홍명보가 공을 뺏겨 경기 시작 12초만에 한 골을 먹었다. 결국 3:2로 졌다.

볼처리가 깔끔하지 못했다며 홍명보를 탓하든, 패스가 깔끔하지 못했다며 패스 준 사람을 탓하든 그건 보는 사람 맘이지만, 아무튼 위의 문장은 사실이다.

그런데, 경기를 직접 보지는 못하고 결과에 대해서 위의 설명만 들은 어떤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근데 그 사람이 저 설명을 듣더니 대뜸 아래와 같이 반응한다면 어떨까?

  • 경기 시작 12초만에 무려 월드컵 4강 팀을 상대로 무려 홍명보의 공을 뺏어서 무려 이운재의 수비를 뚫고 골을 넣었다고? 그 공격수는 무슨 클로킹이라도 하나 보네?
  • 경기 시작 12초만에 무려 월드컵 4강 팀을 상대로 무려 홍명보의 공을 뺏어서 무려 이운재의 수비를 뚫고 골을 넣는 공격수를 보유한 팀이라면 브라질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세계최강이겠네?
  • 경기 시작 12초만에 무려 월드컵 4강 팀을 상대로 무려 홍명보의 공을 뺏어서 무려 이운재의 수비를 뚫고 골을 넣는 팀이라면 경기당 450골(90분/12초) 넣겠네? 근데 3:2라는 걸 믿으라고?
  • 경기 시작 12초만에 무려 월드컵 4강 팀을 상대로 무려 홍명보의 공을 뺏어서 무려 이운재의 수비를 뚫고 골을 넣는 팀이 겨우 월드컵 준우승이라고? 그걸 믿으라고?
  • 마침 거기서 패스가 어정쩡하게 가고 홍명보마저 실수를 하는 일이 겹쳐서 일어나는 바람에 공을 뺐겼다고? 그걸 믿으라고?
  • 상대편 공격수가 바로 등뒤로 다가와 공을 빼앗아 골을 넣을 때까지 홍명보는, 이운재는, 월드컵 4강 전력의 대한민국 선수들은 뭘 하고 있었나? 히딩크는 책임지고 물러나야 되는 거 아닌가?

요즘 어디서 많이 본 논리 아닌가.
북한의 잠수함이 초계함의 감시망과 연합훈련중인 한미 해군의 감시망을 다 뚫고 바다에 깔린 그물들도 다 피해 넘어와서 어뢰를 쏘고 다시 돌아갔는데 소나에도 안 잡히고 견시병도 아무것도 못 봤다고? 무슨 친환경 스텔스 녹색어뢰냐? 북한해군은 세계최강에 전쟁나면 우리해군은 아무것도 못하고 몰살이겠네?

물론 확률이란 건 믿기 어려운 어떤 일이 벌어졌다는 주장에 대해서, 그 주장의 신빙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도구이긴 하다. 근데 어디까지나 확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 확률이 낮아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확률이 아무리 높아도 안 일어날 일은 안 일어나는 거다.
또 어떤 일이 벌어졌다는 건 수많은 가능성들 중 그 시점에는 그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이지, 지금 이렇게 됐으니까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라면 이렇게 될 거라는 얘기가 아니다. 예전엔 이런 적 없었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 됐냐는 말도 마찬가지고.

...물론 비유는 그 비유의 대상이 되는 현상을 정확히 반영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진지한 글에서 비유는 잘 쓰지 않으려 하고, 비유가 맞네 틀리네 하며 다른 비유를 들고 와서 싸우는 건 덜떨어진 짓이라 생각하지만, 보고 있기에 좀 그렇다. 지금 다 포기하고 손 놓은 상태도 아니고, 이제 막 다 끌어올려서 본격적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를 조사에 들어가려는 참인데, 침몰 직후부터 '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대전제 하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며 여기까지 온 거잖아. 지금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건 아마도 민군합동조사단일 거다. 가장 전문성을 갖춘 것도 아마도 그쪽일 거다. 따라서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마도 그들일 거다. 누누이 말해 왔지만 조금만 기다려 보자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난 잘 모르겠다. 물론 그냥 손놓고 넋놓고 기다리자는 게 아니다.

난 이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식도 없고, 또 그만큼 파고들 관심도 없다. 이 글도 북한어뢰설을 주장하려고 쓰고 있는 게 아니다. (연필굴려 찍기 수준의 신빙성밖에 없을 내 생각을 굳이 밝히자면 아군의 유실기뢰나 북한 어뢰다) 다만 일부에서 보이는 음모론적 사고방식은 보기에 참 피곤하다. 그들은 정말로 진지하게 그런 얘기를 하는 걸까? 난 정말로 진지하게 궁금하다.

한쪽에서는 음모론자들의 자폭, 다른 한쪽에서는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사람들의 자뻑. 자기 전에 잠깐 인터넷에 들어왔다가 밀려오는 짜증에 잠이 확 달아나버리곤 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내일 아침엔 또 졸겠지. 젠장.



2010년 4월 22일 목요일

에이즈 바이러스의 기원


이 글은 Firefox 에서 가장 잘 보이며, Internet Explorer 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어떤지 몰라요(......) [이 기회에 Firefox 다운받기]


어느 날, 블로그 유입로그를 보다가 어느 네이버 블로그 주소[1]가 찍혀 있길래 들어가 봤다. 근데 그 글에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기원이라며 내 글이 링크되어 있었다. 링크되는 거야 기분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그 글은 에이즈 바이러스의 기원이라는 제목을 달기에는 내용이 너무 부족하지 않나 싶어 살짝 뻘쭘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약간의 쪽팔림을 해소해야겠다는 생각과, 문득 스스로도 에이즈 바이러스의 기원이 궁금해져서 논문을 좀 뒤적거려 봤다. 다만 바이러스학이나 분류학 쪽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으니 내용은 아마도 수박 겉핥기 식일 것 같고, 논문 내용을 파악한 대로 옮긴다고 옮겼는데 어쩌면 틀린 내용이 좀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지만, 아무튼 시작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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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의 분류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아래 그림은 위키피디아[2]에서 가져온 그림인데, 아마도 Reeves와 Doms의 논문[3]에 실린 그림을 편집한 것 같다. HIV는 HIV-1과 HIV-2가 있고, HIV-1은 다시 그룹 M, N, O로 나누어지고(HIV-1/M, N, O), 그 중에 인간에서 가장 널리 유행하고 있는 형태는 HIV-1의 M 그룹에 속한 녀석들이다. HIV-2 역시 A형부터 G형까지로 구분되지만 A, B 형 외에는 극히 드물다.

HIV와, 관련된 바이러스들의 계통도


HIV의 발견

HIV-1

1980년대 초반, 뉴욕과 캘리포니아 지역의 남성 동성애자 집단에서 주폐포자충 폐렴(Pneumocystis carinii pneumonia)과 카포시 육종(Kaposi’s sarcoma)의 집단발생이 보고되었다. 주폐포자충 폐렴은 건강한 사람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약물로 쉽게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치료도 잘 듣지 않았고, 카포시 육종은 노인들에게서 드물게 나타나는 양성종양이지만 젊은 이들에게 나타난 것은 훨씬 공격적인 형태였다. 이후 비슷한 증상에 대한 보고가 각지에서 있었고, 이런 증상들에 AIDS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982년 여름부터였다[4],[5]. 이후 1983년에 그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분리되었고[6],[7], 이 바이러스가 현재의 HIV-1이다. 현재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HIV-1은 1959년 AIDS와 비슷한 증상으로 사망한 사람의 혈청에서 분리된 것이다[8].

 

HIV-2

사람에서 에이즈가 발견된 얼마 후, 미국 영장류 센터에서 사육되던 Asian rhesus macaque 원숭이들에서 소모성 질환과 심각한 감염 증상이 유행했던 사실이 알려졌고, 이는 원숭이 AIDS(simian AIDS)로 명명되었다. 이 동물에서 분리한 혈청은 HIV-1 항원과 교차반응을 보였으며, 분리된 원인 바이러스는 SIVmac로 명명되었다[9]. 이후, 세네갈의 성性노동자의 혈청을 검사한 결과 HIV-1보다 SIVmac에 더 잘 교차반응하는 것이 발견되어, HIV-1보다는 SIVmac에 더 가까운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음을 시사하였다[10]. 이어서, 기니비사우나 케이프 베르데에서 온 서아프리카 에이즈 환자들에서도 HIV-1 보다 SIVmac에 더 가까운 바이러스가 분리되었다[11]. 이 바이러스는 HIV-2로 명명되었다.


유인원에서 사람으로의 전파

HIV-1

HIV와 SIV의 유사성 때문에, HIV는 유인원으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되었을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유인원에서 SIV가 발견되었지만, 그 중 침팬지(Pan troglodytes)에서 발견된 SIV(이하 SIVcpz)가 HIV-1과 가장 유사한 형태를 가졌기 때문에 HIV-1은 침팬지에서 전파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12]. 그러나 침팬지를 HIV-1의 근원으로 단정하기에는 침팬지의 SIV 감염률이 너무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13].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통해 침팬지에는 4개의 아종(Pan troglodytes verus, P.t. vellerosus, P.t. troglodytes, P.t. schweinfurthii)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또한 그 중 중서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P.t. troglodytesP.t. schweinfurthii 에만 SIVcpz(이하 각각 SIVcpzPtt, SIVcpzPts)가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낮은 감염률의 문제는 해결되었다[14]. 이후의 계통발생학적 연구 결과 HIV-1은 SIVcpzPts 보다 SIVcpzPtt 와 유전적으로 가깝다는 것이 확인되어 Pan troglodytes troglodytes 가 HIV-1의 근원이라는 설이 유력해졌다[15]. Keele 등은[16] 아프리카의 정글에서 유인원들의 배설물을 채취하여 해당 유인원이 어떤 종인지, 그리고 그 유인원이 어떤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이를 재확인하였다.

(좌) SIVcpzPtt와 SIVcpzPts, 그리고 HIV-1 사이의 유전적 거리를 나타내는 계통도. HIV는 SIVcpzPtt(색깔 입혀진 글자들)와 더 가깝다. Keele 등의 논문[17]에 수록된 그림을 일부 수정하였음.

(우) 4종의 침팬지 아종들의 서식지. Keele 등의 논문[18]에서 발췌.

 

계통분류학적으로 HIV-1의 각 그룹(M, N, O) 상호간의 유전적 거리가 다른 SIVcpzPtt 들과의 유전적 거리보다 멀다는 점에서, HIV-1이 인간에게 전파된 후 M, N, O 의 세 그룹으로 나누어진 것이 아니라, 각각이 침팬지로부터의 독립적인 전파의 결과, 즉 침팬지로부터 인간으로의 바이러스 전파가 최소 3회 이상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19]. 한편 HIV-1/O 의 경우, SIVcpzPtt 보다도 고릴라에서 발견된 SIV(이하 SIVgor)와 더 비슷한 형태를 갖는다. SIVgor과 O형 HIV-1이 모두 SIVcpzPtt로부터 유래한 것인지, 아니면 SIVcpzPtt 가 고릴라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20].


HIV-1/O 와 SIVgor 사이의 예상되는 관계. Takehisa 등의 논문[21]에서 발췌.

 

한편, 지금까지 발견된 HIV-1의 RNA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HIV-1이 처음 인간에게 전파된 시기는1920년대 초쯤으로 생각되고 있다[22],[23],[24]. P.t. troglodytes 서식지 부근의 식민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 또한 비슷한 시기라는 점[25]을 고려해볼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된다.

 

HIV-2

미국 영장류 센터에서 사육되던 Asian rhesus macaque 원숭이들이 원숭이 AIDS로 죽어간 적이 있었다[26]. 그러나 Asian rhesus macaque 원숭이들에서 SIV가 발견된 예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원숭이로부터의 감염이 의심되었고, 아프리카의 Sooty mangabey 원숭이에서 Asian rhesus macaque 원숭이들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형태의 바이러스(이하 SIVsm)가 발견되었다[27]. 1960년대에 미국 영장류 센터를 설립하면서 들여온 Sooty mangabey 원숭이가 Asian rhesus macaque 원숭이들에서 발생한 AIDS의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28]. SIVsm 은 HIV-2와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 HIV-2 는 Sooty mangabey 원숭이로부터 전파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29].

 

HIV-1의 경우와 비슷하게, HIV-2의 A형과 B형도 각각 독립적으로 인간에게 전파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30]. Lemey 등은[31] 분자시계를 이용하여 HIV-2/A는 1940±16년, HIV-2B는 1945±14년에 인간에게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한편 HIV-2는 HIV-1(M형)에 비해 전염력이 훨씬 약함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기니비사우 지역에서는 HIV-2가 유행하고 있다. Lemey 등은 인구통계학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HIV-2 감염이 해당 지역에서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을 1955~1970년 사이로 추정하였다. 저자들은 이를 1963~1964년에 걸쳐 벌어졌던 독립전쟁(기니비사우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과 연관지어, 전쟁으로 인해 바이러스의 전파에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유럽에서 처음 보고된 HIV-2의 사례가 독립전쟁에 참여했던 포르투갈 군인들이었다는 점이 이 추측을 뒷받침한다[32].

 

유인원에서 사람으로의 전파경로[33]

(이 부분의 내용은 모두 국제 에이즈 자선단체 AVERT 사이트에 정리된 내용을 참고하였음)

그럼 침팬지나 원숭이 등 유인원에서 돌던 SIV가 어떻게 인간에게 넘어왔을까?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국제 에이즈 자선단체인 AVERT 사이트에 정리되어 있는 내용을 참고해서 간단히 정리하면,

 

사냥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이다. 침팬지를 사냥하고 잡아먹는 과정에서 침팬지의 피에 들어 있던 바이러스가 마침 사냥꾼이 가지고 있던 상처 같은 것을 통해서 전파되었다는 주장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바이러스는 다른 종에 넘어가서는 잘 증식하지 못하고, 또 사람의 면역체계도 이종의 바이러스를 격퇴하겠지만, 개중 성공적으로 증식하는 돌연변이가 가끔씩 나타나게 마련이다. 실제로도 유인원만을 감염시킨다고 생각되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발견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소아마비 백신

1950년대 후반에 아프리카 지역에 광범위하게 투여된 소아마비 백신이 SIVcpz에 오염되어 있었다는 주장이다. 백신을 만들기 위해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데 침팬지의 신장 세포를 이용했는데, 그 침팬지가 SIVcpz에 감염되어 있었다는 거다. 다만 이후의 조사 결과, 그때 사용된 백신은 macaque 원숭이의 신장세포에서 만들어졌다는 것(macaque 원숭이에는 SIV가 없다)이 밝혀졌고, 해당 백신은 먹는 백신이었다는 점(SIV나 HIV는 혈류로 직접 전파되어야 한다) 등을 고려하면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오염된 주사바늘

사냥꾼 이론의 확장판이라고 봐도 되겠다. 1950년대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던 의료진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주사기를 멸균 과정 없이 재사용하는 바람에 HIV가 광범위하게 전파됐다는 주장이다. 그 가운데 SIV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끼어 있었다면 그 SIV는 수많은 사람에게 전파되었을 것이고, 그 중 한 사람에서 오늘날 HIV의 기원이 되는 돌연변이가 탄생했을 수도 있겠지.

 

식민지 이론

이것도 역시 사냥꾼 이론에 기반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이 유럽국가들의 식민지였다. 식민지 노예들의 생활 수준이야 뻔한 것, 가혹한 노동과 부족한 영양상태, 위생수준은 최악. 건강상태가 나빠진 사람들이 더러운 환경에서 모여 산다. 병원체가 전파되기에 최적의 조건이 형성되었을 거라는 주장이다. 거기에 노예들에 대한 예방접종 시 소독되지 않은 주사바늘이 사용되었을 거라는 주장과, 노예주들이 노예들을 위해(?) 매춘부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했다는 주장까지 고려한다면...

 

음모론

HIV가 누군가(미국 정부라던가 CIA)에 의해서 ‘제조’됐다는 주장. SIV와 HIV 사이의 유전적 연관성을 무시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추측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말할 가치도 없다.

 

침팬지 SIV(SIVcpz)의 기원[34]

(이 부분의 내용은 모두 이 논문의 내용을 참고하였음)

그럼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HIV의 기원이 된 바이러스, 침팬지의 SIV는 어디서 왔는지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많은 유인원들은 종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의 SIV, 즉 종 고유의 SIV를 갖는다고 한다. 그리고 유전적으로 좀더 가까운 유인원들끼리는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SIV끼리도 유전적으로 더 가깝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현생 유인원 종들의 공통 선조가 SIV의 선조격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유인원들이 다양한 종으로 분화됨에 따라 SIV도 그 숙주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SIV로 진화했다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물론 바이러스의 경우는 종간 전파도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바이러스의 계보를 추적하는 건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하여 그 숙주인 유인원들의 종분화를 추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다만 침팬지의 경우에는 좀 이상한 문제가 있었다. 앞에 나왔던 침팬지의 4개 아종들(P.t. verus, P.t. vellerosus, P.t. troglodytes, P.t. schweinfurthii) 중 P.t. verusP.t. vellerosus 에서는 SIVcpz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거대영장류 중 하나인 보노보의 경우도 SIV가 발견되지 않았다(2005년에 나온 이 논문에서는 고릴라에서도 SIV가 발견된 바 없다고 하고 있으나, 2009년에 나온 다른 논문에서 고릴라에게도 SIV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고릴라는 초식성이고 다른 원숭이를 사냥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전파경로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저자들은 침이나 배설물 등을 통해 전파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SIV가 발견되지 않은 유인원들도 조사 표본 숫자가 늘어나면 SIV가 발견될 수도 있겠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해석을 수정해야겠지). 침팬지의 경우, P.t. verus, P.t. vellerosus 아종들이 분리된 이후, 그리고 P.t. troglodytes, P.t. schweinfurthii 아종들이 분리되기 전 SIV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약 150만년 전쯤으로 추측되고 있다.


침팬지의 SIV는 Cercocebus torquatus 원숭이와 Cercopithecus nictitans 원숭이에서 발견된 SIV를 섞어 놓은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침팬지가 이들 원숭이를 잡아먹는 과정에서 원숭이가 가지고 있던 SIV에 감염된 것으로 생각된다(침팬지는 원숭이를 잡아먹기도 한다고 한다).

SIVrcm은 Cercocebus torquatus 원숭이, SIVgsn은 Cercopithecus nictitans 원숭이에서 발견된 SIV다. SIVcpz의 유전체는 앞부분은 SIVrcm, 뒷부분은 SIVgsn과 비슷한 형태라고 한다. 침팬지가 이들 원숭이를 사냥하면서 각각의 바이러스에 노출되었고, 이 바이러스들이 침팬지의 몸 속에서 재조합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SIV의 기원

아예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사실은 이게 이 글을 쓰게 된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저 기사를 보지 않았다면 문제의 글을 쓰지도 않았을 테고, 그럼 이 글을 쓰게 될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에이즈 바이러스 뿌리, 고대 호랑이”

“호랑이가 원숭이 물어서 전파” (코메디닷컴 2009.12.7)

 

저 기사는 Bambara 연구진의 최신 논문[35]을 소개하면서 원숭이와 호랑이에 대해 썰을 풀고 있지만, 사실 호랑이와 원숭이 얘기는 저 논문의 주된 내용이 아닐 뿐더러, SIV가 고양이과 동물로부터 기원했을 거라는 가설은 그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현재 고양이과 동물들을 감염시키는 FIV(Feline Immunodeficiency Virus)가 SIV의 선조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HIV와 비슷한 바이러스는 양, 염소, 말, 소 등의 다른 포유류들에서도 발견되지만, 그 중 고양이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가 SIV와 HIV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Gifford 등[36]이 논문에서 제시한 렌티바이러스의 계통도를 보면 사람의 HIV는 다른 영장류들의 SIV와 한 가지로 묶이고, 이어서 고양이과 동물들의 FIV와 한 가지로 묶인다. 즉, 기사의 내용처럼 고양이과 동물이 원숭이 조상을 물어서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Gifford 등은 계통도의 중간 부분에 있는 pSIVgml 에 주목했다. pSIVgml은 마다가스카 섬에 사는 회색쥐여우원숭이(grey mouse lemur)의 게놈에서 발견된 렌티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이다. 계통도에서 보다시피 pSIVgml은 다른 모든 SIV, HIV와 가장 먼저 갈라지는데, Gifford 등은 이것을 바탕으로 고양이과 동물로부터 영장류에 SIV가 전파된 시점을 추정하여 세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첫번째는, 본토 유인원들과의 공통선조로부터 SIV를 물려받았다는 가설이다. 이 경우 전파 시점은 최소한 직비원아목(haplorrhine) 원숭이와 곡비원아목(strepsirrhine) 원숭이가 갈라지는 시점인 대략 8천 5백만년 전쯤이 된다. 둘째로, SIV에 감염된 원숭이가 마다가스카 섬에 들어가 본토와 다른 형태의 SIV를 진화시켰다는 가설이다. 이 경우 전파 시점은 최소한 마다가스카 섬에 포유류가 마지막으로 이주한 시점인 약1천 4백만년 전쯤이 된다. 세번째 가설은, 마다가스카와 아프리카 본토를 날아서 왕복할 수 있는 제 3의 생물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되었을 거라는 가설인데, 여러 가지 이유로 저자들도 이 가설에는 별로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37]. 


한편, Goudsmit는 그의 저서[38]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 전문을 다 볼 수는 없었지만, Google 도서를 통해 페이지를 건너뛰며 띄엄띄엄 읽은 내용을 정리해 보면, 고양이과 동물의 FIV는 얼룩말(당연히 얼룩말의 오랜선조겠지만)로부터 전파되었을 거라는 얘기다. 사자(의 조상)가 얼룩말(의 조상)을 사냥하는 과정에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사냥감에게 어쩌다가 물린 모양인데, 그 와중에 얼룩말이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가 사자에게 넘어갔을 거라는 추측이다. 그리고 얼룩말이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는 아마도 벌레한테 물려서 전파되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고.


이 추측을 조금만 확장시켜 보면, 그러니까 벌레에 물려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이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자에게 잡아먹혀야 된다면, 그 문제의 동물이 벌레에 물려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시점은 적어도 포유류에서 식육목(carnivora)이 분리된 이후일 거다. 그러니까 대략 4천 2백만년 전보다 늦은 시점이다[39]. 그리고 앞에서 말한 Gifford 등에 따르면 유인원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시점, 그러니까 고양이과 동물에게 물린 시점은 최소한 1천 4백만년전보다 앞서야 하니까, 결국 FIV-SIV-HIV의 선조가 된 바이러스가 벌레에서 동물로 넘어온 건 대략 4천 2백만년 전~1천 4백만년 전 사이의 어느 시점이라는 이야기.

포유류의 계통도. 토끼(lagomorpha)와 고양이(carnivore)가 분리된 이후에 소(artiodactyla)와 말(perissodactyla)가 분리된다(그림 출처는 http://tolweb.org/Eutheria/15997 참고문헌을 마지막까지 예쁘게 편집하고 싶었지만 실수로 빼먹었음. 뒷수습이 귀찮아서 더 이상은 무리!).

 

그래서, 간단하게 결론을 내 보자.


1. 얼룩말 비스무리한 동물이 벌레에 물려서 바이러스에 감염됨.

2. 사자 비스무리한 동물이 그 동물을 사냥하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됨.

3. 지나가던 원숭이 비스무리한 동물이 사자에 물려서 바이러스에 감염됨.

-> 위 세 단계가 약 4천 2백만년 전~1천 4백만년 전 사이에 발생

4. 침팬지가 다른 원숭이를 잡아먹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됨. 약 150만년 전.

5. 사람이 아프리카에서 침팬지를 사냥하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됨. 20세기 초.


...약간의 추측과 상상이 가미됐고, 더 궁금한 게 많지만 여기서 끝.



[1] “오뎅제왕의 EXILE 여정 ::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ohryan77/60099817639.

[2] “HIV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http://en.wikipedia.org/wiki/HIV.

[4] “History of AIDS up to 1986,” http://www.avert.org/aids-history-86.htm.

[5] “Pneumocystis pneumonia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http://en.wikipedia.org/wiki/Pneumocystis_pneumonia#Treatment.

[10] Ibid.

[15] Ibid.

[17] Ibid.

[18] Ibid.

[21] Ibid.

[25] “The Origin of HIV and the First Cases of AIDS,” http://www.avert.org/origin-aids-hiv.htm.

[27] V M Hirsch et al., “An African primate lentivirus (SIVsm) closely related to HIV-2,” Nature 339, no. 6223 (June 1, 1989): 389-392.

[32] Ibid.

[37] Ibid.

[39] “Carnivora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http://en.wikipedia.org/wiki/Carnivora#Phylog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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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쉬워서 써보는 후기>


읽다 보면 궁금한 게 계속 생기지만, 더 이상 손대다가는 바이러스의 진화와 바이러스 유전자가 숙주 DNA에 섞이는 과정과, 포유류의 계통수를 그리는 단계까지 올라가게 될 것 같아 GG. 더 파고들어가는 것도 퍽이나 재미있겠지만, 이걸 붙잡고 있는 사이에 일요일이 네 번 지나갔다(물론 일요일에만 작업했다). 처음엔 재밌었는데 이제 진짜 더 이상 못해먹겠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데, 이게 계속 신경쓰여서 지금 붙잡고 있(다고 생각만 하고 있)는 다른 주제들에 대해서는 신경도 못 썼다. 그러니까 진짜 끝. 포기. 혹시 누가 물어봐도 이제 몰라. 정말이지 이거 할 시간에 전공 공부를 더 했으면...orz


*이렇게 레퍼런스를 달아놓고 보니까 무지 많아 보인다. 같은 논문을 연달아 인용해도 zotero가 하나로 묶어주질 않고 Ibid. 로 계속 새 번호를 달아주는 바람에 실제 펴본(읽어본 게 아니라) 논문 숫자보다 거의 두배로 뻥튀기가 됐다. 그래도 이 정도로 정리된 게 어디야... zotero 만세다!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어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각종 원숭이, 침팬지들의 한글이름이 제대로 달려 있지 않아서 도저히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이탤릭체 학명을 그대로 사용했더니 똑같은 말이라도 뭔가 훨씬 더 어려워 보이는 효과가...orz


* 이 글을 쓰게 되면서 알게 된 괜찮은 곳들

- AIDS & HIV information from the AIDS charity AVERT

국제 에이즈 자선단체인 AVERT라는 단체의 웹사이트. AIDS에 관련된 각종 정보들이 잘 정리돼 있다. 이 글에 큰 도움이 된 좋은 자료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고. 여기를 발견 못했으면 작업시간이 더 늘어나면서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 Tree of Life Web Project

웹상에서 생명의 나무를 구현하려는 프로젝트인 듯. 방대한 참고자료와 함께 생명의 계통수가 잘 정리돼 있다. 마우스 클릭으로 생명의 나무 줄기를 따라가볼 수 있다는 게 재미라면 재미.

2010년 4월 5일 월요일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소동을 보며

지금까지 나온 정보들을 가지고 천안함 침몰의 원인에 대해 뭔가 그림을 그려낼 재주는 없다. 다만 그 원인에 대한 '평범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과 수많은 음모론들이 횡행하는 걸 보면서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예를 들어 진화는 지질학, 고생물학, 식물학, 동물학, 파충류학, 곤충학, 생물지리학, 해부학, 생리학, 비교해부학 따위에서 나온 증거가 하나로 수렴되면서 증명된 현상이다. 이 다양한 분야에서 나온 증거를 하나만 떼어 내서는 '진화'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화석 하나는 스냅 사진과 같다. 그러나 어느 지층에서 나온 화석 하나를 같은 종의 화석과 다른 종의 화석들과 함께 연구하고, 다른 층에서 나온 종들과 비교하고, 현대의 유기체들과 대조하고, 다른 장소에서 발견된 종들, 과거와 현재의 종들과 병치시켜 연구하면, 처음에는 스냅 사진에 불과했던 것이 일종의 활동 사진으로 바뀌게 된다. 각 분야에서 모은 증거들이 한데 모여 결국 하나의 웅대한 결론 -진화- 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홀로코스트를 증명하는 과정도 전혀 다르지 않다. 홀로코스트의 경우 수렴되는 증거는 다음과 같다.

-마이클 셔머.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바다출판사. p396.

...부정론자들은 그 과정에 총 4분이 걸렸다는 브로트의 얘기가 다른 사람들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수용소장 회스는 20분쯤 걸린 것 같았다고 주장한다. 그런 불일치 때문에 부정론자들은 그 이야기를 완전히 무시한다. 열 몇 개의 보고서마다 독가스로 죽기까지 걸린 시간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정론자들은 독가스로 처형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믿어 버리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될까? 당연히 말이 안 된다. 독가스 처형 과정은 주변의 여러 변수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이를테면 기온(시안화수소산 가스가 고체 상태의 환에서 기화하는 속도는 기온에 따라 다르다), 방 안에 들어간 사람 수, 방의 크기, 방으로 부어 넣은 치클론 B의 양에 따라 차이가 난다. 관찰자마다 시간을 다르게 지각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만일 그들이 말하는 시간이 모두 정확히 똑같았다면, 우리는 그들 모두 어떤 단일 진술을 듣고 자기들 이야기로 지어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불일치가 바로 증거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

-마이클 셔머.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바다출판사. p427-8.

제발, 제발 조금만 기다리자. 배가 인양되고 자세한 조사가 가능해지면 지금까지 찾지 못했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튀어나올 것이고, 그걸 맞춰보면 지금까지 나왔던 엇갈리는 진술들과 수많은 의혹들 중에 뭐가 맞고 뭐가 틀리는지 알 수 있게 되겠지. 그리고 잘못된 추측들에 대해서는 어디서 무엇 때문에 그런 추측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했는지까지도. 

...그런 의미에서,

軍 "천안함 인양후 절단면 공개계획 없다"

으아악. 아주 불에 기름을 붓는구나. 하기사 이러나저러나 음모론의 불길을 잡기는 이제 역부족일 것 같긴 하지만, 이쯤 되면 아예 대놓고 '모두 창의력을 한껏 발휘해서 환타지소설을 써봐요' 라는 거잖아. 어쩌라고...orz

사고 후 초기에 여론에 휘둘리던 일이나, 초기 구조 과정에서 손발이 안 맞았던 것들은 어떻게 잘 봐줘서 대응체계가 미숙해서 그랬나 보다 하고 넘어가 줄 수도 있겠는데, 이쯤 되면 이건 정말이지 멍청한 거다. 이렇게 멍청할 수가 없다. 답답하다. 그래도, 음모론이 그 중에서 제일 나쁘다.



그놈의 무상급식 #3

그놈의 무상급식

...자라는 아이들의 건강과 영양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일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다. (중략)
...먹는 문제가 풍요시대에는 문화의 문제이고 건강한 삶을 살기위한 교육의 문제라는 인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중략)
...우리는 예로부터 한 솥밥을 먹는 사람을 ‘한 식구(食口)’라 부르며 가족공동체를 강조하고 밥상머리교육을 중시해 왔다.(중략)
...밥을 같이 먹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지와 이웃은 물론 직장동료 간 문화적 교류와 소통의 장이었다.(중략)

그러니까 급식하지 말자는 사람 없다. 그러니까 자라는 아이들의 건강과 영양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일 것인가는 전면무상급식을 하든 선별무상급식을 하든 똑같이 고려해야 될 문제다. 전면무상급식과 선별무상급식의 차이는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에 대한 것뿐이다. 급식비 낸 애들이랑 무상급식 받는 애들 밥 따로 주는 것도 아니고, 따로따로 먹는 것도 아니고, 다른 밥 주는 것도 아니다. 교육의 문제, 밥상머리교육, 문화적 교류와 소통 같은 것들이 무상급식과 관련된 논의에서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이런 틈새를 파고든 식생활의 서구화와 간편화 추세에 편승한 햄버거, 피자 등과 같은 기름진 패스트푸드와 과자류, 그리고 탄산음료 등에 대한 과다섭취가 일어나면서 청소년 비만과 성인병 발생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성장기 청소년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식생활교육과 이를 위한 학교급식의 역할과 가치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하게 되었다.(중략)

그러니까 성장기 청소년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식생활교육과 이를 위한 학교급식의 역할과 가치는 말 그대로 학교 단체급식을 통해서 얻게 되는 가치다. 다시 말하지만 전면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학교 단체급식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전면무상급식이든 선별무상급식이든 밥은 똑같은 걸로 나간다. 돈 내고 밥을 먹으면 영양소 흡수가 안 된다는 것인가(두둥).


학교급식은 흔들리고 있는 한국적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동시에 학생들 스스로 건강과 영양을 생각하며, 예를 들면 미국이나 서구에서와 같이 음식과 식재료별 칼로리와 영양성분 등을 계산하며, 음식을 선택하고 먹는 합리적 식습관을 길러주는 유일한 교육의 장이 되었다.

이제는 학교급식을 단순히 공짜점심을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에게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질 좋은 식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청소년들의 미래건강을 지키는 의미 있는 투자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중략)

...그러니까 밥 주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돈 내고 밥을 먹으면 칼로리와 영양성분 계산을 안 하고, 공짜로 먹으면 계산하면서 먹는다는 것인가. 돈 내고 밥을 먹으면 안 생기는 합리적 식습관이 무상급식 하면 길러진다는 것인가. 전면무상급식이든 선별무상급식이든 학생들에게는 영양적으로 균형잡힌 질 좋은 식사가 지속적으로 제공될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렇다면 전면무상급식의 차별성은 어디에 있나?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한식세계화’를 떠들면서도 무너져 가고 있는 한식의 미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한식을 제대로 알게 하고‘한식생활화’를 교육하는 일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쌀 소비가 너무 줄어 쌀 농업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는 지금 쌀밥의 영양적 가치와 쌀밥중심 식생활의 문화적, 정신적 가치를 어려서부터 깨닫게 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고 쌀밥과 반찬이 어우러진 한국적 반상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김치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적 요리들과 간장, 된장, 고추장 등 한국적 맛을 내는 식재료에 대한 영양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알게 하는 것은 한국인의 항구적인 식생활의 안전보장을 위해서도, 한국농어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더 나아가 생태적 유기농업과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슬로우 푸드, 로칼 푸드 운동 등과 연계 학교급식을 지역사회단위로 건강한 생태환경과 농어업과 안전한 먹을거리의 올바른 관계에 대한 생태체험학습의 장이 되도록 한다면 그 교육적 가치는 배가 될 수 있다.

학교급식이 쌀밥 중심 한식의 문화적, 영양적 가치를 새롭게 깨닫게 하는 교육의 장이 되도록 한다면 무상급식은 학생건강은 물론 우리 농어업의 미래를 담보하는 투자로서도 충분히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나ㅗㄴㅇㅎㄹ매;ㅗㅎㄹ미낭ㅀㅁ;ㅣㄴㅇ;ㅣ하ㅓㅁ;니아럼;니아럼ㄴ;ㅣ아러@$%#$%#@#@$!!!!!!!!!!!!

그러니까 한식세계화, 쌀소비 촉진, 안전한 먹을거리, 농어업의 미래와 관련해서 선별무상급식으로는 얻을 수 없고, 전면무상급식으로만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도대체 뭐냐고!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이란 작자가 쓴 글이 이 모양인 걸 보면 이쪽은 아예 전면무상급식 반대자들을 '애들 밥 굶기자는 사람들'로 몰아가기로 작정한 것일까. 이거든 저거든, 아무도 밥 굶지 않는다. 지금 문제는 밥을 주긴 주는데 누가 돈을 낼 것이냐지, 밥을 줄 것이냐 굶길 것이냐가 아니다. 정치란 게 결국 세금을 통해 거둬들인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서로 충돌하는 사회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절해서 최대한의 만족을 줄 것이냐를 고민하는 과정이고 보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주장은 구름 위 신선놀음일 뿐이다.

개인적으론 전면무상급식 반대 쪽으로 좀 기울어 있는데, 찬성 쪽에도 생각해 볼 만한 논리들이 많다. 이를테면 선별무상급식에서 대상자의 선별 등에 들어가는 관리비용의 문제라던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차상위자들의 문제, 무상급식 대상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라던가 하는 것들. 근데 지난번 글에서는 국회의원이라는 작자가, 그리고 이번 글에서는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이라는 작자가 이런 저급한 프로파간다만 생산하고 있으니, 이건 실상 지들도 전면무상급식이란 것에 대해서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거 아닌가? 정말 그렇다면, 선거용 선심성 공약의 미래야 뭐 뻔하지.







#2를 쓸 때 불안불안했는데 역시나였다. 솔직히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라 절대 깊이 파고들고 싶지 않은 주제였는데, 그거에 낚여서 질질 끌려다니고 있잖아. 그냥 처음에 트랙백 지우고 끝낼 걸 그랬어. 으아악.



2010년 4월 1일 목요일

그놈의 무상급식 #2

예전에 썼던 그놈의 무상급식트랙백이 걸렸길래 몇 마디 더 써본다. 깊이 파고들고 싶은 주제도 아니고, 그래서 예전 글의 반복이 될 것 같고, 링크 따라가 보니 다른 데 글을 퍼다가 트랙백걸어논 것도 그렇고, 별로 안 좋은 느낌이 들어서 여러모로 썩 내키진 않지만 아무튼.

이 글인가 본데, 하나씩 보자.

첫째, 무상급식은 ‘교육’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초중고 12년 동안 매일 1시간, 180일 이상 학교급식 시간을 거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은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는 동시에 협동, 질서, 공동체의식 등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덕성을 함양하는 하나의 교육과정입니다.

'학교급식은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는 동시에... ...교육과정입니다.'
그러니까, '급식'을 해야 되는 이유 말고, 전면 무상급식을 해야 되는 이유를...orz

둘째, 무상급식은 ‘권리’입니다.

헌법 제31조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수업료 면제만이 아닌 실질적 무상의무교육 실현의 필요성 있으며, 국민으로써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입니다. 균등한 교육기회의 제공, 헌법 정신의 준수라는 측면에서 의무교육대상자에 대한 무상급식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법이란 건 어떤 시점에 한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의 반영이겠지만, 동시에 사회의 가치관이 변함에 따라서 그에 맞춰서 변해가야 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법은 글로 쓰여지는 순간부터 시대에 뒤떨어지기 시작한다고들 한다. '법이 이렇게 되어 있으니까 당연히 따라야지' 라는 형식은 그래서 곤란하다. '이게 바람직한 방향이니까 법을 바꿔서 가자'라던가, '이게 바람직한 방향이고 법 또한 그렇다'는 형식이어야지, '법이 이러니까 법대로 하겠다'는 말이 근거랍시고 제일 먼저 튀어나온다는 건 그만큼 주장을 뒷받침할 다른 이론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건 아닐까.

셋째, 무상급식은 ‘행복’입니다.

교실에서는 성적으로 차별받고 학교 밖에선 돈과 사회적 지위로 차별을 당하지만, 급식실에서 만큼은 유일하게 모두가 행복하며, 존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밥을, 같은 공간에서, 같이 먹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 개개인이 차별 당하지 않고,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눈칫밥 먹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당당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썼었지만, 바로 그런 걸로 사람을 차별해선 안된다는 걸 학교에서 가르쳐야 되는 거다. 또 그런 걸로 눈치밥 먹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당당하게 먹을 수 있도록 좀더 세련된 제도가 필요한 거고. 무상급식으로 시끄러운 와중에 선별급식을 하면서 어떻게 비밀유지를 하는가에 대한 해외 학교들의 사례에 대한 글들도 많이 돌았었는데 말이지. 이건 교육과 제도의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지, 보기싫다고 아예 덮어버리고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넷째, 무상급식은 ‘상생’입니다.

무상급식은 단순히 교육적 차원에만 한정되지 않고 학교에 내는 급식비에서 절감된 돈이 가계의 지출에 활용됨으로써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서민층과 중산층의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임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 단위로 농수산물을 공동구매해 활용하는 등 농어촌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금을 더 안 걷고도 할 수 있다는 얘긴데, 그 돈을 어디서 조달할 거냐고 물으면 설마 또 4대강 드립을 치려는 건 아니겠지. 근데 진짜, 그 돈을 조달할 방법에 대해서 들은 얘기라곤 4대강 안하면 된다는 것밖에 없는데, 정말이지 깝깝하다. 돈 얼마 안 든다고 하지만 급식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매년 일정액이 고정적으로 지출돼야 되는 사업인데, 그렇다면 그동안 어디선가 예산이 쓸데없는 데 계속 새나가고 있었다는 얘긴데, 이걸 먼저 밝혀내는 게 순서 아닐까? 그리고, 농수산물 공동구매는 무상급식 아니라도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 이상 어차피 하게 될 일일 텐데? 근데 농수산물을 대규모로 싸게 구매하려면 급식을 각 학교에서 직영하는 것보다 웬만큼 규모있는 회사에서 위탁하는 게 더 유리한 거 아닌가?

무상급식 주장하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들 그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자기들 주장에 반대되는 주장, 그러니까 '학교에서 급식을 하되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만 지원해주자'는 주장이 '학교에서 급식하지 말자'는 주장인 것처럼 몰아간다. 급식의 교육적 효과라던가, 농수산물 공동구매 같은 건 꼭 전면무상급식이 아니라도 가능한 일들이다. 다음아고라의 어중이떠중이들도 아니고, 국회의원이라는 작자가 저러고 있으니 보기에 좀 우울하다.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어렵고 복잡한 공약은 안 볼테니 쉽고 강렬하게 쓴다고 쓴 거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프레임을 비틀어서 재미 좀 봤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제 보면 볼수록 깝깝해진다. 얄팍한 선동은 이제 그만 좀 하자. 그게 아니라면, 저건 그냥 대민선전용이고 정말 제대로 된 이론적 근거가 따로 있지만 내가 게을러서 못 찾아낸 거라면 누구라도 제발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정말 어디서 들은 말대로 과감히 한나라당을 찍어야 쟤네들이 정신을 차리려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2010년 3월 27일 토요일

우렁각시 동화와 동양의 양자역학

우렁각시

나무꾼은 일을 나갔다 오면 저절로 차려져 있는 밥상의 비밀을 풀기 위해 몰래 숨어서 관찰을 했고, 그 결과.

"애당초 이 댁에 몸을 의탁하기로 작정하고 왔으니 때가 되면 무엇을 망설이겠습니까? 그렇지만 천상에서 죄를 짓고 내려온 몸이라 아직 때가 되지 않았으니 며칠만 기다려 주십시오. 때가 차지 않고 같이 살게 되면 반드시 슬픈 이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총각은 한사코 색시를 잡고 놓아 주지를 않았다. 못 보았다면 모를까, 이왕에 모습을 본 다음에야 이 고운 색시를 농 안에 들여보내고는 한시도 못 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치맛자락을 틀어쥐고 놓아 주지를 않으니 어떻게 할 수 없어 색시는 그 날부터 총각하고 같이 살기로 했다.

몰래 밥을 차리고 다시 우렁이로 변하던 각시의 생활 패턴이, 그리고 그 둘의 운명이 '변했다'.

관찰하는 행위가 관찰 대상을 변화시킨다는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이 이 동화 속에 녹아 있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 조상들은 이미 그 옛날부터 양자역학을 관념적으로 이해하고 있었기는 개뿔, 여기까지 진지하게 읽었다면 낚인 것임.


2010년 3월 23일 화요일

그놈의 무상급식

6월에 있다는 선거 때문인지 요새 무상급식 때문에 시끄러운데, 다 좋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나마 이렇게 정책 비스무리한 걸 가지고 싸우는 게 서로 네거티브 하면서 물고뜯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까. 그래서 다 좋은데, 근데, 제발 일부에서 꾸준히 밀고 있는 초딩 왕따드립이나 4대강 드립은 좀 안 봤으면 좋겠다.

교육의 목적이 결국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바람직한 인간을 키워내는 거라면(아닌가, 취업인가...orz), 학교에 들어간 초등학생들이 제일 먼저 배워야 되는 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태도 아닌가? 피부색이 검든 희든, 머리가 좋든 나쁘든, 키가 크든 작든, 힘이 세든 약하든, 돈이 많든 적든,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다르기만' 한 것일 뿐, 거기에 어떤 우열 혹은 선악의 가치가 끼어들어서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 그게 현대 사회의 기본인 거잖아.

그래, 물론 다 맞는 말이고 듣기 좋은 소린데, 근데 너무 꿈같은 소리고 현실은 시궁창이라서 가난한 친구를 왕따하는 아이도, 가난해서 상처받는 아이도 현실에 존재한다고 치자(난 초등학교 졸업한 지 오래돼서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야 전체 무상급식 일단 할 수도 있겠다. 언제까지? 이쯤 하면 초딩들이 '다름'을 가지고 차별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서는 그런 교육환경이 만들어질 때까지. 그러니까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걸 인정한다면 지금 중요한 건 전체 무상급식보다도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돼야 할 거고, 전체 무상급식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방편이어야 되는 거고, 일단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차차 선별급식으로 가야 되는 게 맞는 거다. 근데 뭐, 전체 무상급식을 단계적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 아니다 전면실시하겠다 이런 거 가지고 싸우고들 있으니.

또 한 가지,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린애들은 아무튼 신통한 능력을 가져서 누가 공짜로 급식 먹는지 귀신같이 알아내서 걔를 힘들게 할 거라는 건데, 초큼 웃긴 게, 그게 해서는 안될 짓이라는 걸 배우러 학교에 다니는 거잖아. 애초에 그런 행동을 안 하게 잘 가르쳐야 되는 거고, 그런 일이 생기면 때려서라도(아니, 체벌 문제는 여기선 생략) 바로잡아야 되는 거지, 이런 식으로 알아서도 안 되고 알 필요도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이게 조선시대의 성교육이랑 다를 게 뭐람.

그리고 무상급식이란 거, 밥이야 물론 애들이 먹는 거지만, 이건 결국 애들보다도 그 부모들에 대한 복지다. 초딩들이 직접 경제활동을 하진 않잖아. 급식비라는 것도 결국 그 부모(혹은 보호자, 아주 드문 경우 초딩 자신이 되겠지만)에게서 나오는 거니까. 그래서 결국 실질적인 혜택을 보는 건 애들보다도 그 부모다(정말 아주아주 어려운 상황이 아닌 이상 애들이 학교에서 밥을 굶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초딩들의 왕따, 초딩들의 섬세한 감성 같은 핑계들을 쳐내면, 학부모들에 대한 복지인 전체 무상급식은 결국 부자 급식이라는 어떤 당의 비판을 피해나가기 어렵다.

한 가지 드는 잡생각이라면,



그리고, 예산 얘기하면 정말이지 기다렸다는 듯이 4대강 안하면 된다 뭐 이런 소리 들고들 나오는데, 도대체 이 사람들 이명박이 대통령 안 됐으면, 이명박이 4대강 한다고 안 했으면 어쩔 뻔 했어? 4대강 사업이 정말 필요한가, 효과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렇게 안 하면 큰일날 것같이 밀어붙이는 전체 무상급식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게 도대체 4대강밖에 없나? 이명박 임기 끝나면 무상급식 안 할거야?

게다가 6월에 있는 선거는 지방선거다. 애초에 전체 무상급식 문제가 불거졌던 것도 경기도에서 김모 교육감과 얽혀서 시끄러웠기 때문이고, 어떤 당은 선거 이후에 자기 당 당선지역에서 전체 무상급식 하겠다고 그러고들 있다. 결국 무상급식 문제는 각 지방에서 각자 예산 가지고 알아서들 할 일인데 뜬금없이 중앙에서 계획, 집행할(아마도) 4대강 예산에 태클을 걸고 있는지 솔직히 좀 의문이다. 내가 세금 체계와 나라살림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면 좀 쪽팔려야겠지만.

민주당, 4대강 예산이 도깨비 방망이냐 (프레시안)
...솔직히 기사는 다 안 읽어봤는데, 제목이 너무 맘에 들어서 그냥 가져와 버렸다.

어느 신문기사에서도(이번 무상급식 논란을 프레임의 관점에서 해석한 기사는 꽤 나왔는데, 내 기억 속의 '바로 그 기사'를 찾지 못해서 그냥 에둘러 넘겼다) 지적했다시피, 이번 무상급식 건은 확실히 한쪽 진영에서 프레임을 잘 잡았다. 그 반대쪽 진영에선 무슨 짓을 해도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이쯤 와서 생각해보면 과연 이게 제대로 된, 그러니까 진실한 프레임인지 좀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싶다. 프레임 얘기 하면 으레 따라나오는 어떤 사람은, 역시 으레 따라나오는 그의 어떤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론 조작(spin)은 프레임을 조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뭔가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거나 폭로되었을 때, 거기에 결백한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려는 시도이다. 즉 부끄러운 사건을 정상적이거나 좋은 일로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파간다는 프레임을 조작적으로 사용하는 또 한 가지 예이다. 프로파간다는 정치적 통제권을 획득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대중으로 하여금 진실이 아닌 프레임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제안하는 프레임의 재구성은 여론 조작도 프로파간다도 아니다. 진보주의자들은 자신의 신념을 프레임으로 전달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여기서 프레임이란 자신의 도덕적 관점을 진실되게 표현하는 프레임을 말한다. 나는 어떤 기만적인 프레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이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짓임은 물론이고 별로 실용적이지도 않다. 기만적인 프레임은 조만간 폭로되어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187쪽.


그리고 한 가지 더 불안한 것은,
'무상급식' 쟁점화되면 야당에게 불리할 수도
글쎄, 졸린 관계로 좀 거칠게 한줄요약하면 '너무 당연한 소리라서'쯤 되지 않을까. 누군가가 '법을 잘 지키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라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고 해서, 그런 공약을 제시하지 않은 다른 후보들은 법을 안 지키겠다는 얘기가 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선거에 전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물론 그 외의 다른 측면이 있을 수 있고,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가치있는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여기서는 한쪽만 주구장창(x) 까대긴 했지만, 솔직히 난 아직 어느 쪽 말을 더 들어줘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쪽이 너무 이상한 얘기들만 근거랍시고 들고 나와서 짜증이 났을 뿐이고, 난 그런 이상한 얘기들 빼고 좀 제대로 된 논의를 보고 싶었을 뿐이고... 물론 보다 보니 무슨 토론회 같은 것도 한 모양인데 난 바빠서 보지 못했고, 거기서라도 제대로 된 얘기가 오고갔으면 다행인 것이고... 다른 측면에서 이 문제를 다룬 좀더 건설적인 논의를 구경하고 싶은데, 이건 결국 내 체력과 정신력의 문제인 것이고, 그리고 바로 위 링크 글에 대한 짧은 평에서도 적었다시피, 그렇다고 이 쟁점이 내 표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고...


p.s. 아. 졸려.

2010년 3월 21일 일요일

교수/포닥/대학원생의 9가지 유형

간만에 마음편히 노닥거리다가 문득 꽂혀서 대충 번역해봤다. 처음 이걸 봤을 때 그 빵 터지던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가... :D 개인적으로는 이 중에 PI의 9가지 유형이 가장 맘에 든다. 나머지 두 개도 재밌지만 PI편만큼의 포스는...-_-;

뭐 대학원생 편은 12가지 유형으로 되어 있지만, 원본 제목이 Nine Types Trilogy 인걸 뭐...;;;




http://dentcartoons.blogspot.com/
이건 원작자의 블로그 주소. 다른 만화들도 꽤나 재밌게 봤던 기억이......




2010년 3월 5일 금요일

공무원을 공격한다

폭풍같이 몰아치던 연구계획서의 러시도 일단락. 정말 보름동안 좀 과장을 보태서 하얗게 불태웠다.
그나저나 빠듯한 시간보다, 창작의 고통보다, 교수님의 압박보다 날 힘들게 했던 건,

...공무원. 공무원. 공무원!!!!!!

도대체가 연구내용이랑, 연구전략이랑, 연구방법을 따로따로 쓰라는 게 도무지 뭔 소린지 알 수 없었지만 이해해줄 수 있었고, 기초연구 하겠다는 사람들한테 굳이 연구의 활용방안과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써내라는 것도 그럭저럭 참아줄 만했다. 어쨌든 나랏돈 갖다 쓰려면 아쉬운 우리가 참아야지.

근데, 계획서 작성 방법이라고, 신청 요강이라고 올라온 걸 아무리 봐도 뭔 소린지 못 알아먹겠는데 도대체 뭘 어쩌란 거? 신청방법은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는, 설명서라고 나와 있는 걸 아무리 봐도 연구기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진지, 돈은 얼마를 주겠다는 건지, 서식에서 뭘 지우고 뭘 남기고 뭘 첨부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잖아. 한참 쓰다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소린지 이해가 안 돼, 버럭 하면서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전화기를 집어들고 전화를 걸어 보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건 비슷한 처지의 연구자들의 전화가 빗발치는지 통화중이라는 뚜뚜뚜 소리뿐.

그 고생 해서 연구비 딴다고 끝이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지. 등록해라, 제출해라, 중간보고해라, 정리해라, 보고해라... 아놔 진짜, 그럼 실험은 언제 하라고. 정말이지 그런 행정적인 일 다 맡아서 처리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떠오르면 결국 마무리는 '그래 세상이 그런 거지 orz'

도대체 누가 만든 서식이고, 누가 짠 일정인지. 그거 만든 사람은 자기가 써놓은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있을까? 아니 읽어보기는 했을까? 신청방법이 바뀌어도 옛 서식 수정 안하고 놔둔 티가 나도 너무 나고, 서로 다른 서식 짜는데 닥치고 복붙하다가 차마 발견하지 못한 실수도 보이고.

그래도 뭐 아쉬운 건 이쪽이니까 별 수 있나. 그래도 하나만 잘 얻어 걸리면 당분간 돈 걱정은 없겠는데. 그러니까 님들하 제발 돈 좀 주세요 orz

그리고, 그래서 난 공무원이 부럽다. 일을 그렇게 해도 이 쪽에서 맞춰야지 별 수 있냐는 거지.

이 쪽 일은 재미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들 하고, 다행히 나도 재미없는 건 아닌데(-_-;;; ), 이런 거 보면 참 느낌이 그렇다. 월화수목금금금 세븐일레븐(...보다야 훨씬 양호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야 뭐 그런 사람들 보면서 난 이래도 되나 싶은 쪽이니 뭐)은 아무리 좋고 재밌어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 같애. 주 5일에 9-to-5 는 어디 안드로메다에 가면 있는 세상일까?



2010년 2월 25일 목요일

대작! 마라톤 게임!

http://chocogames.tistory.com/182

돌아다니다가 발견했는데, 아,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되지?
뭐... 어떤 의미로든, 대작이다. 진짜로...

예전에 어릴 때, 피파 94에 한참 빠져 있을 때, 과연 몇 골이나 넣을 수 있을까 하고 전후반 45분(실제시간) 풀타임 경기를 해 본 적이 있었는데(결국 135골인가 넣었던 걸로 기억), 이건 뭐 그 정도로는 비교조차 안 되는 거잖아.

일단 오늘은 5분 달리고 팔이 아파와서, 밤이 늦었으니 자야겠다는 핑계로 포기.

클리어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데, 도저히 이 *짓을 두시간씩 하고 있을 자신은 없어서. 이 게임을 15년만 일찍 알았더라면 축구게임을 전후반 실제시간 45분으로 맞춰놓고 하는 초딩의 정신으로 도전해봤을 텐데 orz
(...아마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신 엄마는 거품물고 쓰러져 있는 아들을 발견하셨을지도)

그러나 이 게임이 진정 잔인한 건, 쉴 수가 없다는 거다-_-;
안 뛰고 가만히 있으면 머리 위에 모래시계가 뜨면서 카운트가 들어가고, 정확히 따져보진 않았지만 대충 1분 정도 그러고 있으면 게임 오버다. 세상에 이런 배려까지. 두 시간에 걸친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 마라톤을 이렇게 충실히 재현했을 줄이야. 더군다나 1984년 작품이라니!




...학교를 졸업하고 실험실생활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막연히 세웠던 목표 중 하나가 서른 되기 전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보는 거였는데, 이뭐 운동조차 안 하고 있으니ㅋㅋㅋ


2010년 2월 17일 수요일

취미가 필요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늘 PHD Comics를 보고 그 동안 맨날 그냥 막 웃었던 거랑은 다르게, 평소와는 좀 다른 기분이었다. 그림의 색깔 때문인지, 내용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오늘 피곤한 탓인지...-_-;


그래서, 괜히 센치해져서 제멋대로 번역해봤다. 한번 속으로 곱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

잘 모르겠어. 처음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게 신기하고 놀라웠는데...
지금은 모든 게 변했어. 어쩌면 내가 변한 건지도 모르지.

"루이스 캐롤"이 사실 찰스 도지슨이란 수학자의 필명이었단 거 혹시 알아?

그 사람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쓰기 전에도 단편소설이나 시를 썼어.
대학원생일 때나, 옥스포드 대학 교수 자리를 기다리고 있을 때도.


나중에 그 사람은 논리학, 대수학, 기하학 분야에서 몇 권의 책을 썼지만...

사람들은 그의 학문 외적인 작품만 기억해.

내 논문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너도 취미가 필요하다는 얘기지.

......

그게 그 소리잖......!!! (아닌가? orz...)


...아무튼, 취미삼고 싶은 건 많은데, 귀찮은 일은 그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아. 그리고 오늘은 좀 피곤해ㅋㅋㅋ

그리고, 루이스 캐롤이라는 필명의 주인에게 저런 아픈 사연이ㅜㅜ





2010년 2월 14일 일요일

지상 최대의 쇼 - 리처드 도킨스

이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도킨스가 또 한번 창조론(+지적설계론)을 제대로 까 줄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평소의 언어습관대로 '쇼'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해석해서 '지상 최대의 쇼 = 희대의 뻘소리 = 창조론' 이라는 뜻일 거라고 생각했던 건데, 열어 보니 정반대였다. 하기사, '쇼'라는 단어를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한 것이든 아니면 그 반대든 간에, 창조론 같은 것에 '지상 최대'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도 좀 아까운 일이긴 하다. '지상 최대의 헛소리'라던가, '지상 최대의 사기극' 이라는 타이틀도 창조론에겐 과분하거든. 세상에 창조론보다 더 그럴싸하고 창조론보다 더 논리적인 것 같은 헛소리들도 얼마나 많은데[footnote]다 쓰고 나서 생각해 봤는데, 창조론은 좀 약하지만 아무래도 그 타이틀이 어울리는 건 '종교'밖에 없지 싶다.[/footnote].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은 '도킨스가 많이 부드러워졌구나' 였다. 그의 이전의 책들과 비교했을 때[footnote]그의 이전의 책들이라고 해 봐야 내가 읽은 건 '눈먼 시계공'과 '만들어진 신'밖에 없다. 사실 번역판을 읽었으니 도킨스가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은 그냥 번역한 사람이 다르기 때문일 뿐이었을지도.[/footnote], 뭐랄까, 날카로움이라던가 독기라던가 하는 느낌이 많이 빠지고 그 대신에 최대한 자상하게 설명하려는 자세와, 자신이 연구해 온 자연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나이가 들고 은퇴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겨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이 책이 상정하고 있는 독자층이 그의 표현대로 '역사 부인주의자들'보다는 그들을 제대로 상대하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진화에 대한 '정보 전달'이 주된 목적인 책이니 감상이라고 적을 만한 건 별로 없고, 한 가지 꼭 언급하고 싶은 건 '그저 하나의 이론' 이라는 주장이다. 도킨스가 이 책에서 한 장을 할애해서, 그것도 1장의 제목을 '그저 하나의 이론?' 으로 해서 직접 언급할 만큼 닳고 닳은 주장인 모양이다. 사실 이런 식의 주장은 그냥 국어사전 드립만으로도 정리가 되는 것인데, 그래서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옥스퍼드 영어사전' 의 내용을 다시 인용해 보면, 

이론, 정의1 모종의 설명으로 제공된 어떤 사상들이나 진술들의 체계, 또는 일군의 사실들과 현상들에 대한 해설. 관찰이나 실험을 통해 확인 또는 입증되었으며, 알려진 사실들을 잘 설명한다고 제안 또는 인정된 가설. 일반법칙, 원리, 알려지거나 관찰된 사실에 대한 원인으로 주장된 진술.

이론, 정의2 모종의 설명으로 제안된 가설. 즉 가정, 추론, 추정, 무언가에 대한 하나의 사상 혹은 사상들의 집함. 개인적인 의견이나 견해.
- 지상 최대의 쇼. p22-23

이게 구분이 안 되면 가설이 어쩌구 이론이 어쩌구 법칙이 어쩌구 하는 황당한 말장난을 하게 되는 거지. 이 책의 어디에선가 진화론을 공격하려는 사람들은 우선 자신이 공격하려는 대상에 대해서 좀 제대로 공부하는 게 먼저 아닐까 하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보다도 급한 건 각자의 국어를 먼저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아닐까.

진화와 관련된 자료들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생명의 나무다. 오른쪽 그림 같은... 사실 그렇다고 저걸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긴 하지만. 오른쪽 그림은 동물, 식물, 원생생물(protists), 박테리아, 고세균(archaea), 균류(fungi)를 포함한 3000종의 생물을 가지고 그린 그림이다[footnote]'지상 최대의 쇼' 437쪽에 인용되어 있으며 원본은 여기서 볼 수 있다.[/footnote]. 문득 찾아본 어느 책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은 총 1250만 종 정도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걸 저런 식으로 그려낸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footnote]3000종에 대한 생명의 나무 그림을 출력하고 싶다면, 연구진이 권장하는 종이 크기는 폭이 최소한 137cm (54 inches)이상이다.[/footnote], 그리고 그 생명의 나무의 나뭇가지를 따라가서 그 모든 가지가 결국 한 점으로 모인다는 것을 보게 될 거라는 건 얼마나 신비한 일인지.


...그리고, 그런 마음이 너무 깊은 나머지, 생명의 나무를 자기 몸에 새긴 사람들이 있었다. 이렇게...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난 저렇게까지 할 자신은 없어서...orz

이 책은 창조론에 대한 매우 적절한 반박이고, 진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아는 데 매우 좋은 책이며, 관련분야의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footnote]하지만 나는 무신론자고, 진화를 공부하고 있지 않아 지금의 진화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는 잘 모르고, 하지만 생물학의 한 가지를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책의 용어를 이해하고 내용을 따라가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평가다.[/footnote]. 새삼 느끼는 거지만 도킨스는 참 글을 잘 쓴다. 분량이 압박스럽고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쉽게쉽게 읽히고 또 읽고 나면 그만한 값어치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전공, 지금의 위치를 선택하기까지 나름 여러가지 사연도 있고 고민도 있었는데,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내가 과학의 한 가지, 생물학의 한 가지를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자랑스럽고 다행스럽다[footnote]물론 그 분야에서 내가 뭘 이뤘는지, 그리고 '직업인'으로서 앞으로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이냐까지 생각하면 마냥 자랑스러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orz[/footnote]. 아무튼, 자연과 생명은 아름답고, 그 신비를 공부하면 할수록,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할수록 그게 점점 더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을 느낀다. 굳이 종교적인 상상력이 없어도, 신의 섭리를 찾지 않아도 난 그들이 느끼는 것보다 더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구태여 부작용을 동반하는 종교적 환각에 의존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그래서, 책 후반부의 멋진 한 마디를 인용하는 것으로 여기서 마무리.

우리는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멋진 무한한 형태에 둘러싸여 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무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직접적인 결과다. 그것은 마을 유일의 게임, 지상 최대의 쇼다.
- 지상 최대의 쇼. p565




2010년 2월 10일 수요일

호랑이가 필요한가?

한국호랑이 과연 살아있을까

위 기사를 읽고 든 생각이다. 그래,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없겠지. 근데 저 기사에서는 '한국(남한) 에 호랑이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에 대해 좀 아쉬워하는 듯한 분위기가 읽히는데, 꼭 그래야만 하는 건지, 호랑이가 있으면 좋은 건지 난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 읽었던 글 하나가 생각났다.

고래와 호랑이, 일본<의 민족정기 말살정책> 탓에<만> 멸종?(제목 약간 수정)

나 어릴 때 동네 상가에서 빌려 보던 비디오를 틀면 제일 먼저 나오던 말이, 옛날에는 호환, 마마, 전쟁 등이 제일 무서운 어쩌구... 하는 내용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볼 때,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이 호랑이의 공포에서 벗어난 지는 백 년도 채 안 됐다. 그런데 이제 호랑이가 없는 걸 걱정하는 상황이라니.

그나저나 남한 지역에 야생호랑이가 다시 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질까. 멸종위기 동물의 유전자와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존했다는 데에서 오는 쾌감을 그로 인해 증가한 위험보다 더 중요하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남한에 그런 위험의 증가를 감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2008년의 어떤 사건 이야기는 굳이 꺼낼 필요도 없겠지). 사실 그런 주장 하는 사람들도 그 자신이 산에 올랐다가 호랑이에 물려가는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안 되어 있을 거다[footnote]마침 요새 영어공부 좀 해보겠다고 듣던 스티브 잡스의 어느 연설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Even people who want to go to heaven don't want to die to get there."

......[/footnote].

반대로, 남한 지역에 야생호랑이가 다시 살기 시작한다면 호랑이는 좀 더 '행복'해질까. 위에서는 백 년 그거 별로 대단하지 않은 시간인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강산이 열 번 변한다는 시간이다. 인간은 숲을 밀어내고 집을 지었고, 상위 포식자인 호랑이가 없어졌으니 먹이사슬의 하위에 있는 기타 동물들은 더욱 번성해야 했겠지만 인간들의 공세에 밀려 오히려 호랑이처럼 거의 자취를 감췄다. 마리당 연간 3톤 정도의 먹이가 필요하다는 호랑이를, 50마리 정도의 집단이 경기도 정도 넓이의 숲을 필요로 한다는 호랑이를 남한의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먹여살릴 수 있을까.

그래서, 난 기사의 앞부분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보면서, 뭔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괴이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거다.

한국범보존기금이 9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홀에서 연 ‘한국범 복원의 길’ 토론회에서 범 전문가들이 답을 내놓았다. 한 마디로 ‘한국범은 있다, 그러나 남한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노력한다면 먼 미래에 한반도 남쪽까지 한국범을 복원할 수는 있다. 

...그러니까 그 노력을 왜 해야 되는데. 한국범보존기금이라는 단체는 러시아 동부에 남아있다는 한국호랑이를 보존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남한 땅에 호랑이를 복원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설마?




...뭐, 처음 기사가 애초에 의도한 바가 '한국 호랑이가 사라져서 너무 아쉽고, 그러니까 어떻게든 한국호랑이를 우리 영토 안에서 살려 보자!' 가 아니었다면 내가 글을 대충 읽고 헛다리를 짚은 거지만.



2010년 2월 8일 월요일

[번역] 오바마라는 속임수(The Obama Deception) 반박 (8/31 진행중)

이 글은, The Obama Deception(오바마라는 속임수)[footnote]제목에 대해 딱히 통일된 번역은 (당연히) 없는 것 같습니다. 한글자막이 달린 유튜브 영상에는 '오바마 속임수'라고 번역되어 있고, '오바마의 속임수'라는 제목도 여기저기서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바마가 주체적으로 사기를 친다기보다는, 오바마를 이용하여 사기를 치고 있는 어떤 세력이 존재한다고 보는 게 영화의 내용에 좀 더 가깝습니다(물론 어디까지나 영화 내용이 그렇단 얘기고, 저는 믿지 않습니다. 보다시피 반박글 번역하고 있잖아요). 따라서, 개인적으론 '(어떤 세력이 내세운)오바마라는 속임수'라고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footnote] 에 대한 반박으로, 아래 웹사이트의 내용을 번역한 것입니다.

http://conspiracyscience.com/articles/alex-jones/the-obama-deception/

이 웹사이트는 미국의 한 네티즌이 만든 것으로, Obama Deception 이외에도 9/11 음모론, 시대정신(Zeitgeist) 등 각종 음모론들을 저 홈페이지 주인이 '개인적으로' 파헤친 자료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강추합니다.

Obama Deception 에 대한 반박은 총 31 (웹)페이지로 되어 있고, 시간이 되는 대로 하나씩 번역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번역이 끝나지 않은 상태(사실 갓 시작한 상태입니다만)에서 진행중인 자료를 공개하는 이유는 첫째로 떡밥이 상할까봐서이고, 둘째로 진행중인 자료를 공개해서 개인적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중간에 흐지부지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블로그 방문자 수와 덧글 및 트랙백 증가... 의 목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없을 겁니다. 믿거나말거나......

다른 사람의 자료를 통째로 번역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해당 웹페이지 주인에게 허락을 구했고, 얼마든지 번역해도 좋다는 답을 받았습니다(Obama Deception 부분뿐만 아니라 사이트 내 다른 컨텐츠에 대해서도). 제 번역속도나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분, 혹은 다른 자료가 궁금하신 분은 직접 번역을 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저 영어 전문가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닙니다ㅜㅜ 사실 내용만 번역하는 데는 대충 한 달이면 충분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다른 일 안 하고 번역에만 매달리면 일주일 안에도 끝날 것 같지만, 저도 먹고 살아야죠 orz), 이 웹페이지에서 인용하고 있는 자료들도 능력이 닿는 한 검증해 나가면서, 그리고 필요한 경우 내용을 덧붙이면서 진행할 생각이라 솔직히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일주일에 한 페이지씩은 할 생각입니다만(그럼 여덟 달 걸리네요. orz... 이왕 시작한 거 시대정신까지는 손을 대보고 싶은데ㅜㅜ )...

음모론에 대한 적개심(꺅)으로 좀 무모하게 시작한 일인데, 얼마나 끌고 나갈 수 있을지...

  • The Obama Deception 은 Alex Jones 가 제작한 음모론 영화입니다. 뭔지 모르시거나,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그냥 보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만 정 궁금하시면 http://www.youtube.com/watch?v=vrrt5EFn9xQ 에서 보시면 됩니다. 10분 x 12편으로 되어 있으며, ID: junjangsoh 라는 분이 번역한 한글자막이 달려 있습니다.
  • 앞으로 번역내용에 제가 임의로 덧붙인 내용은 빨간색으로 표시합니다.
  • 영화의 내용이 직접 인용되는 경우 junjangsoh 가 번역한 한글자막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명백한 오역이 발견되는 경우만 수정했습니다. 사람 이름, 기관 이름, 책 제목, 지명 등의 경우 기본적으로 우리말로 옮기고 글에 맨 처음 등장하는 경우 영어이름을 같이 표기했습니다. 번역이 애매한 경우에도 영어 표현을 같이 적어두었습니다.
  • 번역이 진행되는 동안, 이미 공개된 내용도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 번역이 진행되는 동안, 이 글은 계속 블로그 맨 첫 페이지에 둡니다.
  • 이 글에서만 말투가 바뀐 이유는, (공개된 곳에 쓰는 글이라는 점은 똑같지만) 다른 글들과 달리 이 글은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 보라고 쓰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 인용문헌 번호를 클릭하시면 원본 글에서 인용한 자료 목록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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