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5일 금요일

공무원을 공격한다

폭풍같이 몰아치던 연구계획서의 러시도 일단락. 정말 보름동안 좀 과장을 보태서 하얗게 불태웠다.
그나저나 빠듯한 시간보다, 창작의 고통보다, 교수님의 압박보다 날 힘들게 했던 건,

...공무원. 공무원. 공무원!!!!!!

도대체가 연구내용이랑, 연구전략이랑, 연구방법을 따로따로 쓰라는 게 도무지 뭔 소린지 알 수 없었지만 이해해줄 수 있었고, 기초연구 하겠다는 사람들한테 굳이 연구의 활용방안과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써내라는 것도 그럭저럭 참아줄 만했다. 어쨌든 나랏돈 갖다 쓰려면 아쉬운 우리가 참아야지.

근데, 계획서 작성 방법이라고, 신청 요강이라고 올라온 걸 아무리 봐도 뭔 소린지 못 알아먹겠는데 도대체 뭘 어쩌란 거? 신청방법은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는, 설명서라고 나와 있는 걸 아무리 봐도 연구기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진지, 돈은 얼마를 주겠다는 건지, 서식에서 뭘 지우고 뭘 남기고 뭘 첨부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잖아. 한참 쓰다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소린지 이해가 안 돼, 버럭 하면서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전화기를 집어들고 전화를 걸어 보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건 비슷한 처지의 연구자들의 전화가 빗발치는지 통화중이라는 뚜뚜뚜 소리뿐.

그 고생 해서 연구비 딴다고 끝이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지. 등록해라, 제출해라, 중간보고해라, 정리해라, 보고해라... 아놔 진짜, 그럼 실험은 언제 하라고. 정말이지 그런 행정적인 일 다 맡아서 처리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떠오르면 결국 마무리는 '그래 세상이 그런 거지 orz'

도대체 누가 만든 서식이고, 누가 짠 일정인지. 그거 만든 사람은 자기가 써놓은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있을까? 아니 읽어보기는 했을까? 신청방법이 바뀌어도 옛 서식 수정 안하고 놔둔 티가 나도 너무 나고, 서로 다른 서식 짜는데 닥치고 복붙하다가 차마 발견하지 못한 실수도 보이고.

그래도 뭐 아쉬운 건 이쪽이니까 별 수 있나. 그래도 하나만 잘 얻어 걸리면 당분간 돈 걱정은 없겠는데. 그러니까 님들하 제발 돈 좀 주세요 orz

그리고, 그래서 난 공무원이 부럽다. 일을 그렇게 해도 이 쪽에서 맞춰야지 별 수 있냐는 거지.

이 쪽 일은 재미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들 하고, 다행히 나도 재미없는 건 아닌데(-_-;;; ), 이런 거 보면 참 느낌이 그렇다. 월화수목금금금 세븐일레븐(...보다야 훨씬 양호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야 뭐 그런 사람들 보면서 난 이래도 되나 싶은 쪽이니 뭐)은 아무리 좋고 재밌어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 같애. 주 5일에 9-to-5 는 어디 안드로메다에 가면 있는 세상일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