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30일 토요일

[펌] PCR song

돌아다니다 발견한 동영상. 이것 대박인데ㅋㅋㅋ






















그리고 이어지는 GTCA song. 이거 윗 노래랑 스토리도 살짝 이어지는듯? ㅋㅋㅋ






















뭐 결국 광고이기는 하지만...-_-;
그나저나 이거... [BioRad 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D

아참. 출처. (어차피 화면에 유튜브 단추 누르면 원본으로 이동하긴 하지만)
PCR - http://www.youtube.com/watch?v=_zxr-52KwKo&feature=player_embedded
GTCA - http://www.youtube.com/watch?v=-bF2QalUj1Y&feature=player_embedded

데자뷰

청와대, MB 정상회담 발언 변조... 대변인 사의 표명
, MB인터뷰 전달 오류 김은혜 대변인 사의 표명

...이에 대해 김은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상당히 피곤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했고, 발언이 썩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됐다.”면서 “여파가 클 수가 있기 때문에 제가 이 대통령에게 발언의 진정한 의미를 물어본 것을 토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신문)

"이 대통령에게 발언의 진정한 의미를 물어본 것을 토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었다"

...이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내용이다. 뭐냐면.

...이러한 CJD-vCJD 혼용 관행과 더불어 앞서 명시한 여러 가지 객관적 근거에 따르면 이 부분 인터뷰에서 로빈 빈슨이 언급한 CJD는 vCJD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전적으로 타당합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은 로빈 빈슨의 CJD 발언을 vCJD를 의미하는 것으로 방송에 사용하였습니다. 로빈 빈슨의 이 부분 발언을 vCJD로 자막 처리한 것은 발언자인 로빈 빈슨의 진의를 살린 정당한 의역이라 할 것입니다. ...

"발언자인 로빈 빈슨의 진의를 살린 정당한 의역이라 할 것입니다."

......

에휴. 이 쪽이나 저 쪽이나... 구질구질하게 싸우는 것 보기도 이제 지겹다.
공평하게 가자. 양쪽 다 공평하게... 그러니까 공평하게 둘다 까던지, 둘다 봐 주자.

물론 내 생각은, 둘 다 까야 된다는 거다. 발언자의 원래 의도가 뭐였던 간에, 해설이나 번역은 일단 그대로 해 줘야 되는 거 아닌가? 나중에 뭐라뭐라 해설을 덧붙이더라도 말이지.

"이 대통령은 ~~라고 말했습니다만 마침 대통령이 피곤했고 물어봤더니 진짜 의미는..."
"로빈 빈슨은 ~~라고 말했습니다만 두 단어를 계속 혼용했고 문맥상 진짜 의미는..."

이런 식으로 하면 변조니 왜곡이니 하는 얘기가 나올 일도 없고, 보는 사람이 직접 문맥상 의미를 파악해볼 수도 있잖아. 왜 굳이 멋대로들 손을 대서 일을 키우는지.

영어몰입교육의 필요성

피디수첩 2010년 1월 26일자 다시보기

어떡해, 이분들 신나셨다. 무죄판결에 한껏 고무되셨는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증거라면서 로빈 빈슨의 인터뷰와 이런저런 자료들을 내놨는데, 이 또한 한편의 코미디다. 그 중 일부만 우선 까 보면,

캡처를 하려 했으나 실패한 관계로, 영상의 18분째부터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내가 CJD라고 말했었다면 그것은 분명히 일반적으로 이야기한 것일 거예요. 왜냐하면 변종(인간광우병:vCJD)이든, 쇠고기든 뭐든, 나는 대부분 그것을 CJD라고 이야기하니까요. 그리고 그 때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인간광우병)이에요. 나는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건 미국의 모든 신문에 나왔기 때문이죠. 그건 보건당국을 통해서 변종 CJD(인간광우병:vCJD)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었어요.

해당 부분의 영어 원본은 다음과 같다. 직접 알아들은 것이면 참 좋겠지만 그럴 실력이 안 되는 관계로, 피디수첩이 자랑스럽게 올려놓은 변론요지서에 나와 있는, 법원에 제출했다는 '증제49호증의2' 의 해당 부분을 가져왔다. (변론요지서 78쪽부터)
It’s, I mean, it’s not like if I said there might have been times when I did say CJD, I must’ve been speaking in general. Because the variant or the beef, whatever, I’m just speaking in most of the time, it’s just CJD. And then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And that if there was a problem with the interview on some variant CJD to CJD, different many articles, many many articles, and the newspaper, and on the radio, on television, where they talk about the variant, the possible variant CJD!

아무래도 말은 글보다 문장의 형식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어디까지가 어버버 하면서 버벅대는 부분이고 어디부터가 제대로 된 내용인지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안 되는 영어실력으로나마 굵은 글씨 부분만 대충 다시 번역해 보면,
내가 몇 번 CJD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랬다면 난 일반적인 걸 말한 거에요. 변종이건 쇠고기건 뭐건 간에, 나는 그 때 대부분 그냥 CJD 를 얘기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난 변종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 안에 두 군데의 웃음포인트가 있다. 우선 첫번째,
Because the variant or the beef, whatever, I’m just speaking in most of the time, it’s just CJD.
- 왜냐하면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 나는 대부분 그것을 CJD라고 이야기하니까요.
(피디수첩 해석)
- 변종이건 쇠고기건 뭐건 간에, 나는 그 때 대부분 그냥 CJD 를 얘기하고 있었으니까요.

It's just CJD. 라는 문장에서 It 은 바로 앞 부분의 '내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있던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앞부분 whatever 까지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whatever), 나는 그것(it)을 CJD 라고 한다' 가 아니라,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whatever), 내가 그 때 얘기하던 그것(it)은 CJD 다' 가 맞는 해석이다.

그리고 두 번째,
And then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 그리고 그 때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인간광우병)이에요. (피디수첩 해석)
-
그러고 나서 난 변종
(인간광우병)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And = 그리고', 'then = 그 때' 니까 'and then = 그리고 그 때' 인 것인가. 도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네이버 영어사전마저도 '그러고는, 그런 다음' 으로 해석하고 있다.
저 문장의 번역자가, 그리고 로빈 빈슨이 사용하는 영어는 어디 다른 세계의 영어인가. 아니면 네이버 영어사전과 한국인들 영어실력의 저질성을 보여주는 표본인 것인가. 아니면 피디수첩의 전가의 보도인 '로빈 빈슨의 의중'을 파악한 의역인 것인가.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건 거의 번역을 넘어서 새로운 문장을 창조하는 수준이다.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를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이에요' 라고 해석했는데, 원래 영어문장에 '~하는 것' 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러니까, reference 를 굳이 '지칭하다'로 해석해줄 수는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이런 문장이 된다는 거다. '나는 변종이라고 지칭해요' ...... 근데 뭘?

이쯤 되면 문장에 would 가 들어가 있는데 해석의 시제는 현재형이고, would 는 아예 해석조차 되지 않았다(~하곤 했다)는 정도는 그냥 애교다. 어쨌든 '그러고 나서 난 변종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가 맞는 해석이다.

......

참 누가 번역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명박의 영어몰입교육, 이경숙의 어륀지 영어교육이 정말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피디수첩 제작진의 작품이라도 그렇고, '전문'번역가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사실 이건 '정지민과 사실을 존중하는 사람들' 에서 이미 상황종료된 부분이고, 내 해석도 그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피디수첩이 해석이랍시고 내놓은 내용이, 결정적 증거랍시고 내놓은 내용이  너무 웃기고 한편으로 너무 부끄러워서 내 나름대로 다시 해석해보면서 주절주절 써 봤다. 도대체 피디수첩은 정지민의 번역을 문제삼을 거였으면 다른 번역은 좀 제대로 된 사람한테 맡기던가. 도대체 누가 어떻게 번역하면 저런 번역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영어 좀 한다는 그 누구한테 맡겨도 원하는 번역이 나오지 않자 급기야 제작진들 스스로 번역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2008년 4월의 방송에서 CJD를 vCJD로 바꾸는 등 자막 가지고 장난질을 친 것에 대한 피디수첩의 변명이 '로빈 빈슨은 vCJD와 CJD를 구별하지 못하고 섞어 썼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의역했다'는 것이었는데, 위의 문장으로 상황종료다. 로빈 빈슨은 CJD 와 vCJD의 개념을 확실히 구분하고 있었다. 그 주장을 어떻게든 포기할 수가 없어서 증거를 끼워맞추다 보니 저런 번역이 나오는 거겠지. 피디수첩 제작진이 직접 번역한 게 아니라 누군가한테 번역을 맡긴 결과가 저거였다면 그건 그야말로 안습이고.

다만, 그와 별개로 로빈 빈슨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확신하고 있었는가는 인터뷰의 다른 부분을 더 보지 않으면 판단불가다. 다만 피디수첩이 내놓는 녹취록 번역이 계속 이런 수준이라면 뭔가 자신있게 내놓을 때마다 피디수첩은 자신들의 주장이 뒤집히는 꼴을 보게 될 거다. 그냥 다 포기하고 지금부터라도 '우린 진짜진짜 몰랐어요ㅜㅜ 죄송해요ㅜㅜ' 하고 읍소하는 게 그나마 체면을 덜 구기는 방법 아닐까. 진영논리는 좋아하지 않지만, 적을 이길 수 없다면 최소한 자기 편한테 피해는 주지 않도록 하자. 2008년 여름 이후 피디수첩에는 완전 질려버렸고, 심지어 지지정당마저도 바꿨지만, 참 보고 있기가 안쓰럽다. 제발 이제 그만.




2010년 1월 29일 금요일

의대와 치대가 분리된 이유?

돌아다니다 어느 사이트에서 저런 질문을 봤다.
예전 어느 수업시간엔가 지나가는 얘기로 저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문득 궁금해진 김에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 두고 싶어서 검색을 해 봤다.

그랬더니 이런 게 나오는데,

http://www.histden.org/journal.htm

...미국 치의학사학회(?) 라는 곳에서 내는 치의학사 저널이란 게 있나 보다. 살짝 놀랐지만, 역사는 중요한 거니까. 아무튼 그 덕분에 예상 이상의 소득이 있었다. 재밌는 내용이 많을지도 :D

그래서,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와서, 치과대학은 왜 의과대학과 분리되어 있는 것인가에 대한 답은 여기에,

http://www.histden.org/journal/jhd_v51_2003_secured.pdf[footnote]이 자료에서 인용하고 있는 책들을 찾아보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학교 도서관에도 없는 것 같고, 더 이상 파고들 열의도 없고 여유도 없으니 이쯤에서 패스.[/footnote]

PDF 파일의 45~49 쪽을 보면, (미국) 최초의 치과대학의 설립과정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18세기 초에야 비로소 치의학 교육이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치과진료가 '아무나 하는 것'에서 '교육받은 전문가'의 손으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9세기 초에는 (당시의)치과의사들의 단체와 학술지가 만들어졌고.

초기 치과의사의 한 사람인 Horace H. Hayden 은 체계적인 치의학 교육과정이 필요함을 깨닫고,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치의학을 강의하는 등,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치의학을 포함시키려 노력하지만 결과는 실패. 해당 자료에 실린 Henry Willis Baxley 의 편지 내용으로 볼 때, 그 이유는 '기술적인 성격이 강하고 학문으로서의 체계가 부족하다...'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Some years before that time (i.e. the summer of 1839), Dr. H. H. Hayden, also of Baltimorem had delivered to a few medical students of the University of Maryland some lectures on Dental Physiology and Pathology. I was one of his class, and found the lectures very speculative and unsatisfactory. Certain it is, that those engaged in tooth pulling, filming, and filling, which then seemed the sole basis of the craft, took no interest in Dr. Hayden's attempt to enlighten them. Nevertheless, he is entitled to an effort, however unsuccessful, to give dentistry better claims to public confidence.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건, 치과치료가 이발사나 약장수들의 손에서 행해지던 시절에도 의학은 벌써 대학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거다. 확실히 의학과 치의학의 발달 과정은 역사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그래서 현재의 모습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의학과 치의학에 대해 갖는 인식의 차이는 이런 역사적 차이에서 어느 정도 기인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 결과,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치의학을 포함시키는 것을 거절당한 치과의사들은 독자적으로 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그 결과 1840년 2월, 최초의 치과대학인 Baltimore College of Dental Surgery 가 만들어진다. 이 학교는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는데, 이 학교의 홈페이지에도 그에 대해 간단히 언급되어 있다.

그때는 그랬다 치고, 그럼 지금은 어떨까? 의학도 물론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현재의 치의학도 그 때랑 비교하면 이젠 곤란하다. 현재는 (아마도)전 세계에서 의과대학과 치과대학이 분리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제는 의학 교육 과정에 치의학이 포함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학문체계의 통일성이라던가, 의료인 상호간의 의사소통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말이지... 근데 19세기 초 이후 치의학이 의학과 별개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만들어진 체계와 방대한 양의 지식을 생각해 보면, 안 그래도 많은 의대생들의 짐에 그것까지 얹어주는 건 인간적으로 할 짓이 못 되는 것 같다. 뭐, 혹시나 정말로 합치는 쪽이 더 낫다고 하더라도, 경로의존성이란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할 리는 없겠지.

의학을 'Art & Science' 라고 하기도 한다. 의학적 지식은 과학을 근거로 하지만, 그 지식이 의사의 손을 거쳐 환자에 적용되는 과정은 예술과 같다는 얘기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흔히 '치과의사 = dentist = 기술자' 라고들 생각하지만, 그런 단순노동 같고 그저 손기술일 뿐인 것 같은 치과치료행위도 이제는 수많은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이루어진다. 오죽하면 유명한 치과 교과서 중 하나의 제목은 아예 'Art & Science' 일까.

애초의 질문에서 벗어난 잡담이 길어졌는데, 이왕 길어진 김에 몇 마디 더 해 보자면, 그러니까 의료행위란 건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야 한다는 거다.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손기술이 아무리 용하고 신통해도 그건 의료행위가 아니라 그냥 무당짓이다. 요설로 사람들을 홀려서 사람들의 건강에 쓸데없이 해를 끼치고 쓸데없는 의료비 지출을 야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하다. 꼭 누구라고는 말 않겠다...




2010년 1월 26일 화요일

Iron lung


그제 들었던 어떤 강연에서 나왔던 사진이다. 처음엔 무슨 영화 장면인 줄 알았는데, 실제상황이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저건 1953년의 사진. 사진 속에 쭉 늘어선 원통형의 기계가 바로 제목에 적은 iron lung 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저건 호흡을 대신해주는 기계다. 환자를 기계 안에 눕히고 머리랑 목만 내놓게 한 다음, 기계를 밀폐하고 작동시키면 기계 내부의 압력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다. 기계 내부의 압력이 빠지면 가슴이 팽창해서 공기가 환자의 폐 속으로 들어가고, 기계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면 환자 폐 속으로 들어갔던 공기가 빠져나오는 식의 원리다.

저 기계는 1928년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금이야 뭐 기관내삽관을 통해서 저런 거대한 장비 없이 간단하게(물론 기관내삽관은 훈련받은 의사만 할 수 있지만) 호흡을 시킬 수 있지만 그 시절엔 그런 게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저 기계는 기관내삽관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특히, 1900년대 중반 소아마비로 인해 전신이 마비ㅡ호흡근을 포함해서ㅡ된 환자들에게 널리 사용됐다고 한다. 기관내삽관법이 개발되어 Iron lung의 사용을 대체해 갔지만 기관내삽관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에는 계속 사용되었다고 하고. 그래서 당시 소아마비로 저 기계에 들어가서 최근까지도 살아계셨던 분들의 이야기들이 있다[footnote]http://www.smh.com.au/national/dead-after-60-years-in-iron-lung-20091101-hqyy.html?autostart=1[/footnote][footnote]http://www.nytimes.com/2009/05/10/us/10mason.html?_r=2&scp=1&sq=iron%20lung&st=cse[/footnote].

저 기계 안에서 무려 60년간 계셨던 분도 있다. 소아마비 백신이 50년대 초에 개발됐으니 저 기계에 의존하는 분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당연히 60년 가까이 저 기계 신세를 진 걸로 계산되기는 하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저렇게 누워 있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거기다 60년이라니. 그래도 저 기사들에 나온 분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뭔가 열정을 쏟을 일들을 찾으셨으니 존경스럽달 밖에.

지금이야 소아마비 예방접종은 필수로 맞게 되어 있고[footnote]http://niptmp.cdc.go.kr/nip/schedule/ptninjschedule.asp[/footnote], 예방접종 덕에 소아마비는 박멸되었다고 선언된 상태[footnote]http://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health_detail&sm=tab_txc&ie=utf8&query=%EC%86%8C%EC%95%84%EB%A7%88%EB%B9%84[/footnote]니 저런 걱정은 거의 안 해도 되겠다. 의학이 그 정도 수준으로 발전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극히 최근의 일이고 보면, 현재의 인류는 그 수많은 생명의 위협을 견뎌내며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한 존재 아닐까. 의학을 발전시킨 인류만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번식하고 있는 종이라면 무엇이든 다 위대하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p.s. 강의 내내 딴짓하다가 우연히 본 사진이 기억에 남아 적어 봤는데, 어쩌다가 얘기가 여기까지 샜지?


2010년 1월 25일 월요일

피디수첩 판결을 보고...

광우병 보도 PD수첩 제작진 무죄
서울중앙지법, "방송내용 허위로 볼 수 없다"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모두 무죄


사실 좀 깜짝 놀라긴 했는데, '무죄'라는 결과 자체는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사실 피디수첩 제작진이 형사처벌을 받느냐 마느냐 같은 건 내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과학적 사실에 대한 무지는 죄가 될 수 없으며 과학적 사실을 잘못 전달한 걸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그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압박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설사 그들이 제대로 된 사실을 알면서도 왜곡했다 치더라도 '왜곡' 하면 떠오르는 모 신문사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볼 때 형사처벌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난, 그들이 잘못된 사실을 전달했다는 점만 확실히 해 둔다면 그들이 무죄라고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만 확실히 해 둔다면 백번 양보해서 '알면서도 왜곡'이란 내용까지는 없어도 상관하지 않았을 거다. 차라리 유죄보다는 무죄 쪽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다만, 그들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위에 적은 논리로 그들을 적극적으로 변호할 자신은 없었다. 그냥 위에랑 비슷하게 몇 마디 적고 마지막에 한 마디 덧붙였겠지. '그래도 샘통이다' 라고... 그만큼 내가 치를 떨었던 사건이었으니까.

그래서, '무죄'라는 결과 자체는 맞지만 이번 판결은 정말정말 심각하다. '피디수첩 제작진이 잘못했지만 형사처벌할 만한 거리가 아니므로 무죄'라는 논리가 아니라, '피디수첩 제작진이 잘했으므로 무죄'라는 논리니까. 이번 판결 결과를 가지고 의기양양해서 판결문 전문을 게시판에 걸어놓고 자랑하는 피디수첩 제작진을 보면서 난 고민에 빠졌다. 저들은 뇌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양심이 없는 것일까 하는...

판결문을 보며, 그리고 그들의 자뻑질(자뻑일까 자폭일까)을 보며, 한 번 제대로 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너무 바쁘고 너무 피곤하다. 너무 귀찮지만 아직은 짜증이 귀찮음을 압도한다. 근데 봐야 될 게 너무 많다. 




2010년 1월 14일 목요일

가셨군요

존엄사법 제정 숙제 남기고 떠난 김 할머니 (메디컬투데이)

그 과정이야 어떠했든, 마지막 순간에는 고통 없이 편하게 가셨길 바란다.

...사실 고통이라는 게 '신체조직의 실질적, 잠재적 손상과 연관되었거나 혹은 그렇개 묘사된 불쾌한 감각적, 정서적 경험' 이라고 정의되는 이상[footnote]고통(pain)에 대한 국제통증연구협회의 정의[/footnote] 의식불명 상태에 계셨던 분이 고통을 느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건 잘된 일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아직 좀 모자란 느낌이고, 그래서 좀 더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있는 게 어디야.


그에 대해서 모 국회의원들도 관련 법안을 만들어서 제출한 모양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솔직히 마음에 안 든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이니만큼 그걸 심의할 기구가 필요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건데, 거기 종교인이 왜 끼니. 제발 어떤 분야든 관련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끼리 하자. 토론이 되는 사람들끼리 하자. 시민단체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이해해줄 수도 있겠다. 근데 종교인이라니. 그들에게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기대하는 거냐. 그들이 이 논의의 진행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어떤 화두를 던져줄 수 있을까. 이와 관련된 논의에서 그들이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분야가 도대체 뭐냐는 말이다. (아니 그보다, 세상만사 중에 종교인이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분야가 있긴 있을까) 사실 신상진 안에서 제시하는 국가윤리위원회의 구성에서 '의료인'이 6번, 그러니까 맨 끝번으로 나오는 것도 솔직히 난 불만인데, 거기에 종교인이라던가 시민단체라던가 하는 주체들을 집어넣는 걸 보면 순서 가지고 뭐라 하는 건 아직 사치인 것 같다.

지금 출처는 찾을 수 없지만 어디선가 들은 말에 따르면, 정말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 속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는다고 한다. 근데 어차피 죽을 거라면, 좀 편히 가게 해 주면 안 될까. 연명치료 중단한다는 게 그냥 호흡기 떼고 약 떼고 끝ㅡ소극적 안락사ㅡ인 거라면 난 싫다. 그렇게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 정말 말기의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결국 죽는 순간까지 그 고통과 혼자서 싸워야 된다. 정신적인 부분이야 개인의 의지나 상담치료 같은 걸로 어떻게 될 수도 있다고 쳐도, 육체의 고통은 죽는 그날까지 점점 더 심해질 뿐이다. 환자가 극심한 고통에 정신마저 놔 버리기 전에, 환자가 원할 때 보내 주자ㅡ적극적 안락사ㅡ는 얘기는 아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걸까? 신경을 자른다거나 마약류를 투여한다는 얘기는 들어 봤지만, 법 혹은 현장의 윤리가 그걸 어느 정도까지 허락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위험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자면, 조력 자살도 열어 주는 게 어떨까 싶다. 적극적 안락사와 같은 맥락으로, 어차피 죽을 사람이라면 좀 더 편하게 보내 주는 게 좀 더 인간적인 거 아닐까. 물론 여기선 얘기가 좀 더 복잡해진다. 큰 걸림돌이라고 하면 첫째로 자살 충동이 대부분 일시적인 것이거나 우울증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 그리고 둘째로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겠지. 그래서 대강 떠오르는 대로 몇 가지 절차를 제안해 보자면, 죽고 싶은데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편하게 가고 싶은 사람은 우선 일차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거다. 정신과 의사가 상담 후 판단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치료를 시행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죽음에 대한 의지가 변하지 않으면 일정한 서식에다가 자살을 막으려 했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음을 인증해 준다. 그러면 환자는 이차로 법률가를 찾아가서 정신과 의사의 인증을 확인받고 자신의 죽음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없음을 확인받으며, 더불어 유산과 유언 등의 사후처리 문제까지 마무리한다. 정신과 의사와 법률가의 인증을 받은 환자는 이제 (가칭)자살전문병원을 찾아가서 정신과 의사와 법률가의 인증을 확인받고 떠날 시간을 결정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환자는 다른 의사와 경찰의 입회 하에 병원에서 '죽음'을 시술받는다...

대충 생각해본 거지만, 어떤 식으로든 '편히 죽을' 권리까지도 보장하려는 사회가 자살에 대해서 나몰라라 하는 사회보다는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저런 식의 확인 장치가 갖춰져 있다면,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들이(극히 일부라도) 좀더 편한 죽음을 꿈꾸며 병원으로 향할 수 있고, 또 그 중 일부는 죽을 마음이 없어져 돌아가게 될 수도 있으니 차라리 더 나은 일 아닐까. 물론 편하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사회 전체의 자살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그런 의지로 자살을 꿈꾸며 병원으로 향해 봐야 정말 심각한 정신적 질환이 일반인은 정신과 치료의 벽을 통과할 수 없을 테니 조력자살의 등장으로 사회의 자살률이 올라갈 거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자살률을 낮추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점을 생각하자. 물론 근본적으로는 사회구조를 바꾸고 복지를 강화한다... 라는 것이 모범답안이겠지만, 높은 자살률이 낮춰야 하는 그 무엇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뭔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어느새 또 등산해 버렸다. 김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런저런 글들을 읽으면서 딴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검색하다 보니 아래와 같은 책 한 권을 발견했는데, 나중에 한 번 읽어봐야겠다. 나온 지 좀 된 책이라 다 품절된 것 같고, e북만 파는 것 같아 웬지 좀 망설여지지만.
 


...아, 물론... 내가 지금 당장 죽고 싶다던가 뭐 그런 건 아니다. 다만 먼 훗날, 마지막이 가까이 왔다고 느껴진다면 약물의 도움을 받아 고통 없이 가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유언 같은 것도 미리 만들어 놔야겠다는 생각도 있고......-_-;





2010년 1월 9일 토요일

적응의 힘

뭐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그렇다. 인간의 적응력이란 참 대단하다.

이사를 하고 나서, 아침 저녁 합쳐서 버스에 앉아있는 시간이 하루 30분에서 두 시간으로 늘어나 버리는 바람에 도대체 차 안에 있을 때 뭘 해야 되는지가 참 고민이었다. 이어폰 끼고 하릴없이 창 밖이나 보다가 꾸벅꾸벅 졸고만 있기는 너무 아까우니까.

그래서, 버스 안에서 책읽기에 도전했는데, 역시나 쉽지 않았다. 아주 어릴 때는 차멀미를 자주 경험했고, 좀 커서는 그건 없어졌지만 그래도 뭔가를 보려고 펴들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으니까. 그래도 뭐라도 좋으니 책을 좀 읽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그리고 어쨌든 가만히 있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책읽기를 다시 시도했다. 그리고 역시나 처음엔 힘들었다.

...근데, 계속 보니까 그게 되더라. 신기했다. 예전에 하루 30분 버스 타던 시절에는 그리도 힘들어서 시험보는 날 학교가는 버스에서도 차마 공부할 걸 꺼내볼 생각을 못 했는데, 이제는 버스 안에서 한 시간도 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됐으니까. 물론 아직 원서나 논문 같은 걸 펴들고 읽을려고 하면 몸이 반응하기는 한다. 공부는 하지 말라는 신의 계시인가.

...하기사, 학교 다닐 때, 하루 중 제일 좋은 시간을 꼽으라고 하면 난 등/하교 시간을 꼽곤 했었다. 왜냐면 그 시간은 정말로, 물리적으로, 공부하기가 불가능한 시간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뭐 먹는 시간 자는 시간을 쪼개 가면서 공부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D

...아무튼 그래서, 아침저녁 버스에 앉아있는 시간에는 책을 보더라도 웬만하면 공부 관련된 거 말고 다른 걸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문제는 일과시간에 얼마나 공부에 집중하느냐가 되는데, 아, 찔린다.

......아무튼-_-;;;; 그렇게 버스 울렁증을 극복했다고 생각하고, '역시 인간은 뭐든지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며 흐뭇해하던 차에 다시 문제가 생겼다. 어느새 책을 보는 시간보다 책을 펴들고 앉아서는 꾸벅꾸벅 조는 시간이 많아졌고, 졸다가 내릴 데를 지나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서 책 읽는 것에 이제 몸이 완전히 적응해버렸나 보다. 전혀 불편하지가 않으니 잠도 잘 오는 거겠지.

그래서 잠은 일찍 자야 되는데, 앞으로 잠은 열두 시에 자야지라고 수없이 결심해 보지만 쉽지가 않다. 컴퓨터를 치워버리던가 해야지. 하지만 문제는 컴퓨터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거다. 그리고 이 저주받은 집중력. 그리고, 일은 진작부터 나와 있있던 일인데, 직접 안 하시고 시키실 생각이셨다면 좀 진작에 던져 주시면 안 될까요...ㅜㅜ

p.s. 그래도 토요일 안에는 다 끝낼 수 있겠지. 그리고 일요일엔 놀고, 월요일부터는 일과 시간에 집중해서 진짜 열심히 하는 거지. 아,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2010년 1월 8일 금요일

호들갑은 떨지 말자 #2

'국민' 때문에 쇠고기 협상 뒤집은 대만...우리는? (오마이뉴스)
대만發 '촛불 후폭풍', 한국에 역상륙할까? (프레시안)

위 기사들을 읽은 나의 심정

정말이지 거짓말 안 보태지 않고, 나 진짜 2008년으로 돌아온 줄 알았다. 이것들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대폭 완화하려던 대만이 국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소의 월령에 관계없이 6개 부위(머리뼈, 뇌, 눈, 척수, 분쇄육, 내장) 관련 생산품의 수입, 수출, 판매를 금지하는 쪽으로 식품위생법을 개정했다. 이에 우리 정치권에서 "우리도 미국과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장 제기됐다.
(위 링크 기사. 프레시안)

우선 대만과 우리나라의 협상내용부터 비교해 보자.

수입금지되는 부위


대만 (식품법 개정 전) 참고자료
한국 (추가협상결과 반영) 참고자료
모든 월령
편도, 회장원위부, 기계적 회수육(MRM), 기계적 분리육(MSM)

편도, 회장원위부, 기계적 회수육(MRM), 기계적 분리육(MSM)
30개월 이상
뇌, 머리뼈, 눈, 삼차신경절, 척수, 등배신경절, 척주(꼬리뼈, 흉추/요추의 횡돌기, 천추 날개 제외) 머리뼈와 척주에서 얻은 선진회수육(AMR)

뇌, 머리뼈, 눈, 척수, 등배신경절, 척주(꼬리뼈, 경추/흉추/요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천추의 정중천골능선과 날개 제외), 머리뼈와 척주에서 얻은 선진회수육(AMR)

* 분쇄육, 가공제품, 그리고 쇠고기 추출물은 선진 회수육을 포함할 수 있지만 특정위험물질과 모든 기계적 회수육/기계적 분리육은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또는 척수는 특정위험물질 혹은 식품안전 위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입자가 이들 제품을 주문하지 않는 한, 이들 제품이 검역검사과정에서 발견될 경우, 해당 상자를 반송한다.

빨간 글씨로 된 부분은 대만에선 금지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금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부위다. 왜 저런 차이가 생기냐면, 아래는 우리나라 협정서에만 있는 내용인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대로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함한다.
......
본 수입위생조건 제1조(9)(나)의 적용과 관련하여 미국정부는 미국내에서 도축되는 모든 소(수출용 또는 내수용을 불문한다)로부터 미국규정(9CFR§310.22(a))에 정의된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다.


미국 규정 9CFR§310.22(a) 에는 특정위험물질이 어떻게 정의되어 있냐면,

(1) 30개월 이상 소의 뇌, 머리뼈, 눈, 삼차신경절, 척수, 척주(꼬리뼈, 흉추/요추의 횡돌기, 천추 날개 제외), 등배신경절
(2)
모든 소의 편도
(3)
모든 소의 회장원위부

...위에 링크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기사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저 규정은 수출용/내수용 공통이다. 그러니까, 아까 빨간 글씨로 해 놓은 삼차신경절, 경추, 극돌기, 정중천골능선 모두 제거된다. 우리나라에는 어차피 안 들어오는 부위라는 얘기다.

...그럼 어차피 안 팔고 안 들여올 부위를 왜 굳이 저렇게 써 놨냐고? 나도 몰라.
......혹시 몰래 빼돌려서 우리나라에 팔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음모론 즐.

QSA

사실 저 위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분은 OIE의 권고사항[footnote]http://www.oie.int/eng/normes/mcode/en_chapitre_1.11.6.htm[/footnote]과 거의 일치한다. OIE는 WTO가 공인한 동물검역에 관한 국제기준을 수립하는 국제기관이다[footnote]http://www.wto.org/english/tratop_E/sps_e/spsagr_e.htm#Annexa Annex A. 3. (b)[/footnote]. 아무튼 저 협상내용대로라면, 우리나라나 대만은 저 표에 적은 부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부위는 월령 상관없이 수입을 하게 되는 건데, 어쨌든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다. 미국 FDA의 규정[footnote]http://edocket.access.gpo.gov/2008/pdf/08-1180.pdf[/footnote][footnote]http://www.fda.gov/cvm/Images/6597bse.pdf[/footnote]이나, 유럽연합의 규정[footnote]http://www.agriculture.ie/feedingstuffs/legislation/Animal_Health/EU_Legislation/CommReg722_2007(Amends999_2001).pdf[/footnote]이나 세부사항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OIE 권고사항과 거의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찝찝하다고 몇 가지 조건을 더 달았으니 그게 QSA다. 그래서 애초 협상결과 SRM 제외하고 연령 상관없이 모든 부위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통해서 30개월 이상 살코기(결국 30개월 이상은 아무것도 안 산다)를 제외시켰고, 30개월 미만에서도 뇌, 눈, 머리뼈, 척수를 제외시켰다[footnote]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0806/h2008062303043021500.htm[/footnote]. 대만도 QSA 를 통해서 자세한 수위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30개월 이상 소는 모두 제외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footnote]http://www.mdtoday.co.kr/mdtoday/index.html?no=103422[/footnote]. 이번 법 개정을 굳이 한 걸 보면 30개월 미만의 뇌, 눈, 머리뼈, 척수 등을 막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따라서, 양국의 QSA 내용을 빼면 대만이 합의한 조건은 우리나라가 합의한 조건과 똑같다(QSA 내용을 합치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조금 더 강력했다). 물론 똑같은 걸 우리나라는 2008년 5월에 추가협상까지 해 가면서 만들어냈고, 대만은 그걸 2009년 10월까지 버티다가 만들어냈다는 차이는 있다. 아마 대만에게나 미국에게나 우리나라의 수입위생조건이 어떤 기준이 됐겠지. 물론 우리나라가 협상을 멍청하게 하는 바람에 주변국에 안 좋은 선례를 만들어줬다는 식으로도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애초에 안 위험한 걸 가지고 왜 꼭 땡깡을 부려야 되는 건데. 양쪽 모두 OIE의 권고사항보다 강력한 기준을 가지고 있잖아. WTO 체제 하에서 무역을 할 생각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면, 납득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와야 되는 거다[footnote]http://www.wto.org/english/tratop_E/sps_e/spsagr_e.htm#Article2[/footnote]. 아니면 눈물을 머금고 돈을 발라서라도 같은 기준을 국산 쇠고기에도 적용하던가[footnote]http://www.wto.org/english/tratop_E/sps_e/spsagr_e.htm#Article4[/footnote]. 이도저도 다 싫다면 그냥 WTO를 탈퇴하던지.

재협상?
대만이 이번 법 개정으로 6개 부위를 금지시키면서 분명 우리나라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덜 하게 되는 건 맞다. 그 차이는 두 가지, 30개월 미만의 내장과 역시 30개월 미만의 분쇄육이다. 대만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나은 조건으로 협상하면 재협상하겠다고 한 말 때문에 신난 사람들이 많은데 일단 보자. 저게 협상이냐? 기껏 다 협상하고 도장찍은 걸 뒤에서 국내법 바꾸고 입 닫은 거잖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저거 WTO에 제소라도 들어가면 백이면 백 다 깨진다. 본전도 못 뽑고 OIE 권고안대로 수입하게 되는 수가 있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 저 정도 열어준 거라도 어디냐 하고 그냥 눈감고 넘어갈 수도 있다(내 생각에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어떡하자고. 대만에서 법 바꿔서 뒤통수친 걸 가지고 우리도 똑같이 해달라고 '재협상'을 하자고? 애초에 저 결과는 대만과 미국의 '협상'결과로 나온 게 아니다. 차라리 우리도 대만처럼 협상 상대국의 뒤통수를 쳐서라도 법 바꿔서 막자고 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양심은 있다고 봐 줄 수 있겠는데, 재협상이라니, 재협상이라니!! 

근데, 법 바꾸면 해결될까? 까딱 잘못하다가는 미국은 물론이고 캐나다까지 와르르 무너지는 데다가 그나마 추가협상과 QSA로 막은 미국쇠고기까지 OIE 기준대로 풀어주게 될 가능성이 있지[footnote]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168278&subMenu=articletotal[/footnote].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든 캐나다 쇠고기가 들어오든 미국산 쇠고기 월령제한이 풀리든 내가 보기엔 다 안전하니까 난 상관없다. 그래도 도저히 불안해서 안되겠다 하시는 분들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노력하는 건 좋은데, 재협상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가능성 높고, 법 가지고 장난치다가는 겨우 막아놓은 것까지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 높다는 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나마 성공률을 높이려면 당장 한우에 대해서부터 월령기준이랑 SRM 기준 빡세게 정하고, 검역 제대로 하고, 법을 바꾸려면 같은 기준을 한우에도 적용시키는 게 좋을 거다. 우리나라는 이제 땡깡부리면 되는 후진국 및 개도국이 아니라 나름 국제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바른 행실을 요구받는 선진국이란 걸 명심하자[footnote]http://ko.wikipedia.org/wiki/%EC%84%A0%EC%A7%84%EA%B5%AD[/footnote].

이쯤 하면 일본드립이 한 번씩 나올 것 같은데, 제발 일본 반만이라도 따라가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하자. 일본이 그런 조건으로 협상하려고 얼마나 돈을 들여가면서 고생했는데. 거기다가 그거 다 뻘짓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footnote]http://www.fujipress.jp/finder/access_check.php?pdf_filename=DSSTR000200020003.pdf&frompage=abst_page&errormode=Login&pid=428&lang=English 회원가입만 하면 볼 수 있다.[/footnote]. 근데 우리는 뭘 했을까? 난 한우에 월령제한이 있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 없고, 한우에서 특정위험부위를 제거한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 없다(도저히 못 찾겠으니 혹시 그 기준을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시기 바란다).

그러니까 제발, 우리 호들갑은 좀 떨지 말자. 블로그며 커뮤니티에 저런 거 퍼날라놓고 비분강개하여 나라 걱정하는 댓글 하나 달 때마다 이쪽 표가 하나씩 떨어져 나갈 거다. 명색이 언론사라는 곳들에서 저런 기사 하나씩 때려서 어떻게든 촛불을 되살려보려고 할 때마다 지역구가 하나씩 떨어져 나갈 거다. 그리고, 명색이 대한민국의 정당이라는 것들이 저런 거에 흥분해서 당장 재협상하라고 설레발칠 때마다 재집권이 5년씩 멀어질 거다. 그러니까 제발, 우리 호들갑은 좀 떨지 말자. 이미 내놓은 진보신당[footnote]http://www1.newjinbo.org/xe/bd_news_comment/459720[/footnote]이랑 민주노동당[footnote]http://www.kdlp.org/news/1222355[/footnote]은 그렇다 치는데, 민주당[footnote]http://www.minjoo.kr/news/news.jsp?category=briefing[/footnote]. 너마저...orz


p.s. 내가 그래서 노무현이 원망스러운 거야. 물러나기 전에 확 다 열어제끼고 나갔으면 지금 이런 상황까지는 안 됐을 거 아냐. 정말이지 요새는 어떻게 다들 하나같이 자폭 팀킬만 하는지, 이 놈이고 저 놈이고 전부 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보낸 트로이목마 같애. 이제 어디 찍어야 돼?

p.s. 이제 이 문제로는 화내는 것도 짜증내는 것도 귀찮은데, 그래도 글에서 감정을 빼는 건 쉽지가 않다.

p.s. 이쯤에서 꼽아 보는 적절한 추천도서.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유수민. 지안.주-나는 사실을 존중한다. 정지민. 시담.눈초의 광우병 이야기. 양기화. be.




2010년 1월 5일 화요일

어느 블로거에 대한 뒷담화

아무 생각없이 넷을 돌아다니던 중에 다음과 같은 글을 보게 됐다.

http://uncyclopedia.kr/wiki/%EC%9D%B4%EA%B8%80%EB%A3%A8%EC%8A%A4

아아 백괴사전. 잊어버릴만 하면 어디선가 걸려있는 링크를 통해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재밌는 곳이다. 이거 즐겨찾기에라도 등록해놓을까 봐. 사실 이글루스에서 스킨 2.0인가 뭔가만 하지 않았으면 이 블로그는 이글루스에 만들어졌을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그건 그렇다는 얘기고.

이글루스는 몇몇 유명 블로그만 눈팅하고 있는지라 저 사전의 설명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대충 감으로 맞춰가면서 깔깔대면서 읽던 중에 어느 블로거의 필명이 눈에 들어왔다. 난 그 블로거를 텍스트큐브닷컴으로 와서 처음 알게 됐는데, 텍큐닷컴 블로그만 돌리는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해당 블로거와 직접 글을 교환한 적은 없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그의 글이 유독 많이 눈에 띄어서, 그리고 그 내용이란 게 참 짜증을 유발해서 몇 번 반박글이라도 써 볼까 하다가도 그러다가는 물량/속도/시간 뭘로 봐도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관두곤 했었다.

한 가지 위안이 됐던 건 나만 그 사람에 대해서 짜증내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걸 확인했다는 것 정도. 뭐, 보면 추종자도 많은 것 같긴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왜, 어떻게 도대체 그렇게 자꾸 눈에 띄는지 몰라. 나도 그 사람처럼 글 쓴 다음에 글에서 조사만 빼고 나머지 단어를 전부 태그에 집어넣으면 알림판에 걸릴 수 있을까? 근데 나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