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7일 화요일

임종인과 그 패거리의 비매너

 내가 안산에 사는 것도 아니니까 제삼자는 그냥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으려니 영 짜증이 난다. 굳이 선거 전날 밤에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글을 쓰고 있는 건, (어차피 여기다 써놓는 글 누가 볼 것 같지는 않지만) 그냥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선거가 지나가 버려 말하기도 뭣한 시점이 되어 버리면 짜증날 것 같아서, 그리고 그냥 구경꾼 입장이지만 선거 결과가 마음에 안 들게 나오면 더 짜증날 것 같아서다. 사실 며칠 전부터 '김영환으로 단일화해라'라는 제목을 생각해 두고 글을 하나 쓸까 말까 하다가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는데, 단일화가 깨지는 바람에 제목이 바뀌었고, 미루다 미루다 어느새 선거 전날이 되는 바람에 지금 이 시간까지 잠도 못 자고 글 쓰고 있다. 제길.

이번 보궐선거에 대한 예비후보등록은 8월 12일부터였고, 이미 그 전에 당선자가 의원직을 박탈당하면서 전초전이 치열한 상황이었던 걸로 보인다. 낙선자 중 한 명이었던 임종인은 당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전략) ...  "무소속으로 나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임 전 의원은 "최근 지역에서 지난 총선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었는데, 근소한 차이지만 자신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임 전 의원은 민주당 입당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 (후략)


그 형태가 임종인 자신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든, 아니면 (주장했지만 결국 실패한) 야권 후보 단일화든, 반한나라당 전선이 분열되면 안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게 총선 때 깨진 원인 중 하나였을 테고.

그리고, 예비후보등록 후 출마자들의 윤곽이 대충 그려지기 시작한 시점에서 임종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략) ... 한 관계자는 "우리는 민주당에서 누가 내려오든 나갈 예정이기에 이미 선거 출마가 확정된 후보"라면서 "거물급 누가 공천이 되든 출마계획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다만 반MB 진영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으나 공천되지 못하거나 외부 인사가 전략 공천될 경우 들러리 역할만 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차라리 진보개혁진영의 후보로서 단일 후보가 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 (후략)

 10월 재보선 안산상록을 출마를 선언한 임종인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최근 일고 있는 낙하산공천 논란과 관련 “나는 본선 출마가 확정된 후보이므로 누가 내려오든 개의치 않는다”며 독자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 (중략 ) ...

- 민주당 입당설이 있는데?

= 제안이 온다면 검토는 해보겠지만 (제안이 안 오고) 낙하산이 온다는 얘기 아닌가? ... (후략)

임종인 “나는 본선 출마 확정…낙하산공천, 무리수 될 것” (시사서울 2009.8.17)


여전히 민주당 입당 가능성은 열어 두고 있으며,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뉘앙스도 여전히 풍기고 있다. 다만 기껏 공천 받으러 민주당 들어갔더니 전략공천으로 새되는 경우를 염려하고 있는 게 보이기는 한다. 실제로 전략공천 얘기는 계속 나오고 있었으니까.

(전략) ... 민주당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재목 안산상록을 지역위원장과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장관, 이영호 전 의원 등이 경쟁하고 있다. 무소속 예비후보인 임종인 전 의원도 경선으로 공천할 경우 민주당에 복당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선 전략공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선거구인데다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선거구라는 판단에서다. ... (후략)

정치권, 10월 재보선 공천경쟁 가열 (연합뉴스 2009.8.30)


그러나, 결국 민주당에서는 전략공천 얘기가 계속 나오다가 결국 포기. 여론조사를 경선삼아 후보를 내기로 결정, 김영환 후보를 공천했다.

 민주당은 28일 재보선이 치러질 안산 상록을에 대해 "안산 상록을의 경우 100% 여론조사를 통해 공천을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우상호 민주당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후보자 간에도 경선룰이 완벽하게 합의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산상록을 후보는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 김재목 현 지역위원장, 윤석규 전 청와대 행정관 중 1인이 여론조사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 (후략)

민주, 안산상록을 '여론조사'로 후보 결정 (뷰스앤뉴스 2009.9.28)

(전략) ... 안산 상록을은 안산 시장을 지낸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와 민주당 김영환 후보 간 대결이 예상된다. 김영환 후보는 1일 당내 경선에서 김재목 지역위원장을 10%포인트 앞서 후보로 결정됐다. ... (후략)

28일 `미니총선`…수원ㆍ안산ㆍ진천이 관전포인트 (한국경제 2009.10.1)


 이쯤 되면, 뭔가 반응이 있었어야 되는 거 아닐까? 전략공천 아니면 경선에 끼워 달라던가 그런 식으로.
그랬더니.

(전략) ... 임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야권 전체의 승리를 위한 후보 단일화를 민주당에 제안한다"며 "후보 등록 전까지 단일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중략) ...

그는 특히 "저는 야3당이 지지하는 후보이고, 야권 대통합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혁진보진영의 대표 주자로 안산상록을에서 반드시 압승을 거두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는 단일화 방식에 대해 "우선 민주당이 단일화에 응해야 한다"며 "논의 기구가 만들어지면 정치 협상, 선거인단 경선, 여론조사 등 방법이 정해지는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야3당의 지지를 함께 받고 있는 만큼 특정 당에 들어가는 것은 정치적 신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당분간은 무소속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인, 민주당에 "후보등록 전 후보단일화" 제안 (뉴시스 2008.10.8)


 그랬더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다른 당이 기껏 경선까지 해서 공천해 놨더니, 후보등록을 하지 말란다. 민주당이 후보 정한다고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있을 때는 밖에서 여론몰이하며 간보기하고 있다가 기껏 결정해 놓으니까 한다는 소리가 저거다. 이 글에는 안 적었지만, 열린우리당 탈당할 때의 그 기개, 통합민주당으로 합칠 때도 거부한 그 기개는 어디 가고 '야권 전체'라는 이름으로 어느새 '우리는 모두 친구'다. 그러면서 민주당에다 대고 '우선 단일화에 응하'라며 몰아대는데, 뭘 믿고 그러나 보면 자신은 '야 3당이 지지하는 후보이고, 야권 대통합을 위한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란다. 야 3당... 그거 대단해 보이지만 결국 셋이 합쳐서 민주당 반에 반이나 될까말까한 수준이고 보면, '난 이미 야 3당의 지지를 업고 있으니 야권 대통합을 위해 민주당이 양보하셈'이라는 주장을 어찌 저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단일화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 기구가 만들어지면 방법이 정해지는대로 따르겠다'고 쉴드는 쳤지만, 단일화란 것도 하나의 협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양쪽이 가진 패를 비교해봤을 때 애초에 임종인 측에서 저런 식으로 저런 태도로 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그나마 협상도 깨졌다.
안산상록을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 (투데이코리아 2009.10.19)
<종합>김영환·임종인 후보단일화 사실상 '결렬' (뉴시스 2009.10.18)

양쪽에서 서로 저쪽 책임이네 하고 싸우는 것 같긴 한데, 적어도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이거다.

(전략) ... 그는 "그런데 오후 들어 진보신당측이 민주당이 당명을 표기해 여론조사를 할 경우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며 "이에 따라 오전까지 이뤘던 합의가 파기됐고, 합의는 무산됐다"고 밝혔다. ... (후략)

<종합>김영환·임종인 후보단일화 사실상 '결렬' (뉴시스 2009.10.18)


 만약에 단일화된다고 했을때, 그리고 김영환으로 단일화된다고 했을 때 김영환이 민주당을 탈당해서 야 4당의 단일후보로 나설 게 아니었다면 전혀 의미없는 소리다. (이미 후보등록시한이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가능하지도 않았을 거다) 저쪽 얘기에 따르면 "그 이유는 적합도 조사란 어떤 사람이 단일 후보로 적합한지를 묻는 것이지 소속 정당의 적합도를 묻는 것이 아니기 때문" 이라고 하는데, 웃기지도 않다. 그럼 "선거란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혹은 대통령이나 아무 선출직 공무원)으로 적합한지를 묻는 것이지 소속 정당의 적합도를 묻는 것이 아니" 니까 선거에서 당명 다 뗄까? 아니면, "비례대표제는 어떤 당이 적합한지를 묻는 것이지 그 정당이 비례대표로 내세운 후보들의 적합도를 묻는 것이 아니" 니까 귀찮게 비례대표 후보 명단 사전에 공개하지 말고 그냥 투표한 담에 당에서 알아서 골라서 앉히라고 할까?

 선거는 인물만 보고 인물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고, 정치도 마찬가지다. 집도 절도 아무것도 없는 인물론의 한계는 사실 지난 대선에서 문국현이 잘 보여줬다. 문국현이 별볼일없는 지지율을 받으며 낙선한 걸 꼬집으려는 게 아니라, 정치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고 최소한 그와 사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그리고 그 사상에 이론적 근거와 배경을 제시해줄 수 있는 두뇌집단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걸 가장 쉽게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정당에 들어가는 것이고, 유권자가 그걸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후보자의 정당을 확인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당명을 표기할지 말지의 여부는 토론의 대상이 아니다. 절대 지우면 안 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링크한 기사 맨 끄트머리에 있는 민주당 대변인의 말을 곱씹어봐야 된다.

(전략) ... 노 대변인은 19일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단일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소속 정당을 표시하지 말라는 것은 민주당의 지지도가 더 높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며 “그러면 우리 민주당에서 임종인 후보에게 민주당에 들어와 경선을 하라고 했을 때 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산상록을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 (투데이코리아 2009.10.19)


...결국 이것 때문인 건 아니고? 대선 때 문국현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평소에는 민주당 신나게 까다가도 표가 아쉬울 때는 어김없이 와서 반한나라당 연대 운운하면서 달라붙는다. (근데 그 지지자들의 주장 중 하나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노선 차이는 없다는 거 아닌가? ) 지역주의 욕하면서도 전라도 표는 필요하고, 한나라당과 똑같다고 욕하면서도 반한나라당 연대를 위해 민주당의 표가 필요하니까 내놓으라는, 더군다나 자기 주제도 모르고 자기가 더(혹은 자기만) 훌륭하니까 민주당은 표만 몰아주고 뒤에 가만히 있으라는 사고.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 걸까? (이를테면, 지난 대선 때 자선당*에서 '보수진영 단일화해야 되는데 우리 이회창 후보가 더 훌륭하니까 무조건 우리 쪽으로 단일화해야 됨. MB랑 한나라당은 경상도+수도권 표나 내놓고 찌그러져 있으셈' 이라고 하는 상황을 설정하면 비슷한 예가 될까? )

아무튼 이렇게 된 거 한번 두고 보자. 아주 재밌는 구경거리가 될 듯 하다. 여론조사 결과도 몇 개 나와 있으니까 선거 당일 표심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는 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다. 다만, 단일화가 됐을 때 떨어진 후보 지지자들의 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그건 좀 아쉽게 됐다. 그리고, 만약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임종인은 욕을 좀 먹어야 된다. 정신 못 차리고 거기 동조한 3당도 함께.


* 정정 : 자유선진당은 지난 대선 이후에 창당했고, 이회창은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착각했다... 다만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2009년 10월 17일 토요일

황우석 판결을 앞두고 며칠 된 기사 하나

국회의원 33명 '황우석 선처 탄원서' 제출 (조선일보)

아 제발. 국회의원이라는 작자들이 무슨 아고라 서명놀이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거지? 삼권분립이라며. 물론 개개인은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갖지만, 입법부의 국회의원들이 사법부의 의사결정에 노골적으로 영향을 주려는, 이런 것까지 정말 멋대로 해도 되는 건가?

정말이지 뽀샵으로 사기치다가 걸려서는, 반성은커녕 뻔뻔하게 값싼 애국주의나 음모론에 호소하고, 눈물샘을 자극해서 동정론에 기대 어떻게 상황이나 모면해 보려던 작자를, 뭐, 선처해 달라고? 이 사람들은 아직도 황우석의 줄기세포 매트릭스에 사나?

도대체 어떤 얼빠진 인간들이 33명씩이나 저기 서명했는지 궁금해서 대충 뒤져봤다.

 권선택·김낙성·김선동·김성회·김용태·김을동·김장수·김창수·김태원·김희철·노철래·류근찬·문국현·박상돈·손범규·신영수·심대평·양승조·윤석용·이경재·이명수·이재선·이종혁·이진삼·이학재·주호영·정동영·정병국·정진석·정하균·최연희·황영철·황진하

 
한나라당 - 김선동 김성회 김용태 김장수 김태원 손범규 신영수 윤석용 이경재 이종혁 이학재 주호영 정병국 정진석 황영철 황진하
민주당 - 김희철 양승조
자유선진당 - 권선택 김낙성 김창수 류근찬 박상돈 이명수 이재선 이진삼
친박연대 - 김을동 노철래 정하균
창조한국당 - 문국현
무소속 - 심대평 정동영 최연희

정리해놓고 보니 이른바 보수정당이라는 곳 의원님들이 애국주의 떡밥에 덥석덥석 낚이셨군... 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속으로 낄낄대다가도 한편으로 가슴이 답답한 게,

정동영, 문국현. 당신들 뭐 하고 있는 거냐. 어쨌든 야권의 거물 정치인으로 손꼽힌다는 사람들이 지금...
제발 이름값 좀 하자 orz


그리고 황우석.
정말 고맙다. 기사에 황우석 이름이 한 번 나올 때마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고 내 자신을 다시 다잡게 된다.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

'정부가 외면한 미국 쇠고기'라는 뻘드립

최근에, 몇 군데 정부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하나도 안 먹었다던가, 어디어디 전경들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였다던가 하는 얘기들로 시끄러운 모양이다.

정부 ‘미국산 쇠고기’ 전경들만 먹였다 (경향신문)

어디어디 정부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하나도 안 먹었다던가, 어디 전경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던가 하는 것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 혹은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부터 일단 짚고 가자. 쇠고기의 안전성은(미국산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것이든) OIE 등급이라던가, 동물사료 관련 조치의 수준, 위험부위의 제거, 월령 제한, 해당국가의 광우병 발생 빈도 등을 고려해서 판단할 문제다. 당연한 것 같은데 의외로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은 듯...

구내식당이나 급식소가 딸린 기관/시설에서 그걸 직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의 대부분이 업체에 위탁해서 해당 시설을 관리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정부청사들도 그런 것 같다.

(전략) 8개월간 중앙청사 2161.2㎏, 과천청사 3325.5㎏, 대전청사2265.5㎏, 제주청사 474.6㎏ 춘천청사 8㎏ 등 5개 정부 청사 구내식당에는 호주산 쇠고기만 공급됐다. 지난해 7월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본격 재개된 뒤 정부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시중에서는 본격적으로 유통됐지만, 정작 공무원 급식에는 한번도 공급되지 않은 셈.

 

이들 청사 대부분은 구내식당을 외부 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중앙청사와 과천청사 구내식당을 담당하고 있는 위탁급식업체 E사의 업소 관리 담당자는 "우리가 쇠고기를 공급받는 거래처가 축협인데, 축협에서 미국산을 취급하지 않고 호주산만 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자연히 호주산만 취급하게 된 것 같다"고 미국산 쇠고기를 쓰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후략, 강조는 인용자)



급식서비스를 맡기는 쪽에서 위탁업체에 어느 정도까지 요구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기껏해야 식사의 가격대 정도, 잘 해 봐야 메뉴 구성에 몇 마디 할 수 있는 정도겠지. 업체가 서비스를 한두 군데에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면야 분명 대량거래를 통한 비용절감 혹은 안정적인 공급 등의 이유로 식재료의 공급원과 경로 등은 정해져 있을 거다. 수많은 고객들 중 하나가 원한다고 해서(설사 그게 정부청사라고 해도) 재료 공급라인을 늘리거나 혹은 바꾸는 게 쉬울까? 아니 가능하기나 할까? 혹시 가능하다고 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기업이 그걸 하려고 할까?

더군다나 다른 재료도 아니고, 무려 '미국산 쇠고기'다. 실제 위험한 정도와 관계없이 그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다 위험하다 주문을 외워대는 바람에 웬만한 사람은 그냥 찝찝해서라도 안 먹고 말지 하는 바로 그것. 근데 그걸 단 하나의 고객을 위해서 새로 수입해서 공급하라고?

 (전략) 급기야 한 국회의원이 정부 청사 구내식당에 미국산 쇠고기를 등장시키는 건 어떠냐는 제안에 정장관은 단비라도 만난 듯 선뜻 좋은 아이디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정작 과천정부종합청사와 정부중앙청사에 위탁급식을 맡고 있는 풀무원계열의 위탁급식업체 ECMD(이씨엠디)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급식업체로서 브랜드 이미지 관리가 가장 중요한 데 미국산 쇠고기를 식재료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설사 고객사가 미국산 쇠고기 사용을 요청한다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후략, 강조는 인용자)


[기자수첩]농식품부장관의 애처로운 답변 (머니투데이)

당시 2MB나 정운천 장관이 너무나도 억울한 나머지, '그렇게라도 해서 안전성을 입증하겠어!'라며 정말 강력하게 밀어부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대부분의 급식업체에게 퇴짜를 맞았겠지만 어찌어찌해서 결국 급식업체 하나를 잡아서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오기 시작했겠지.

...그리고 몇 개월 후 그 업체는 정의의 네티즌들에게 미국산 쇠고기 들여오는 악덕업체로 찍히게 되고, 그 업체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난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흘러갔겠지.

그래도 뭐, 이명박의 의지가 정운천보다는 조금 더 강했던 것 같다. 아니면 이명박이 청와대에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 오기 위해 컨트롤해야 했던 사람 및 기타 일들이 정운천보다 적었거나. 어쨌든 최소한 청와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는 거다.

(전략) 청와대는 2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상반기 구내식당에서 소비된 쇠고기 3천 81kg 가운데 원산지별로 가장 많이 소비된 쇠고기는 1천614kg을 차지한 '호주산'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은 1천156kg으로 국산 소비량인 311㎏의 3.72배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 역시 호주산, 미국산, 국산의 순서를 보였다.(후략)


청와대 "미국산 쇠고기, 한우보다 3.7배 더 먹는다" (노컷뉴스)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거다. 아니, (아마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청사라면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왜냐면 미국산이 호주산보다 비싸거든. (물론 한우는 훨씬 더 비싸다) 이건 몇 군데 수입업체 홈페이지만 둘러봐도 보이는 거다.
http://www.bestwoo.kr/shop/goods/goods_list.php?category=007
http://www.beef.co.kr/2006/bbs/board.php?bo_table=notice

물론 수많은 회사가 쇠고기를 다룰 테고, 개중에는 미국산을 호주산보다 싸게 들여오는 데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미국산이 호주산에 비해 가격면에서 그리 큰 강점이 없다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청사에서 요구한다고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 올 용가리 통뼈 수입업자가 있을까? 작년 여름의 촛불시위를 보고도?

이쯤 하면 대충 예상되는 게, '싸고 질좋은 쇠고기' 드립. 그러니까, 이명박이 지 입으로 분명 ★싸고★ 질좋은 쇠고기라 했는데 왜 안 싸냐는 거지. 이쯤 되면 정말 이것들이 농담따먹기를 하자는 건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텐데, 뭔가 우기다가 잘 안되면 '싸고 질좋은 쇠고기라고 했는데 왜 비싸냐'고 드립치는 인간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럼 어떡할까? 미국산 쇠고기를 '싸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정환율제라도 할까? 아니면 국가에서 독점해서 싼 값에 공급할까?

도대체 이게 무슨 깜이라고 생각한건지 대서특필해 댄 언론들은 반성 좀 하자. 또,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뒷조사까지 해서 자료랍시고 공개한 민주당 모 의원은 특히 처절하게 반성 좀 하자. 도대체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문제에 있어서 아예 뇌 사용하는 걸 포기한 ㅈㅂㅅ당이나 ㅁㄴ당이야 그렇다 치고, 민주당 이름 걸고 그 짓거리를 하고 있으면 도대체가 쪽팔려서 난 앞으로 어딜 찍으라는 거냐. 정말이지 내가 한나라당이라도 찍는 꼴을 봐야 이것들은 속이 시원할까?

정말이지 죽은 사람 두고 이런 말 하기 싫은데, 노통이 참 원망스럽다. 왜 쇠고기를 끝까지 끌어안고 있다가 일을 이렇게 만들어. 보면 결국 광우병 사태에서도 제대로 된 지식과 근거를 가지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사람은 좌우를 막론하고 극소수였고, 피디수첩을 앞세워서 괜히 좌파들이 날뛰는 바람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의견은 과학적인 근거보다도 개개인의 정치성향에 의해서 갈렸다. 피차 잘 모르기는 똑같은 상황(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게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가 왜 안전한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에서 줄 잘못 선 한쪽만 완전 병신된 상황이고, 더 최악인 건 아직까지도 지들이 잘못 찍은 줄 모르고 점점 안드로메다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목소리는 그들이 제일 크다는 거다.

...그러니까 애초에 노통이 쇠고기까지 깔끔하게 열고 갔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 아냐. 물론 작년의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세력이 주축이 되어 선동을 시도했겠지만 그 타겟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이었을 때보다는 그 선동의 파괴력과 전염력이 훨씬 떨어지지 않았을까? 게다가 임기말에 열어놓고 퇴임해버렸다면 (정치적인 이유로) 이명박 정권에서 쇠고기로 노무현을 까고 있었을 사람은 우리가 겪었던 것보다 적었을 테고. 어차피 허황된 상상인 걸 아니까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면, 노무현이 쇠고기를 풀어놓고 낙향했다면 지금 좌빨이니 촛불좀비니 하며 낄낄대고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오히려 촛불을 들고 난리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제발, 광우병 떡밥은 이제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났단 말이다. 그래 가지고 언제 집권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