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올리다가 문득 소심해져서 급히 한의원 이름과 홈페이지 주소, 위치와 전화번호를 가렸다. 뭐 궁금한 사람은 없겠지.
아무튼, 저 광고는 아마도 이걸 보고 만든 거겠지.
저기 근데,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도 마찬가지란 말이다. 감기를 이겨내는 건 우리 몸이고,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은 그냥 증상 잡는 약이라구. 열 떨어뜨리고, 아픈 거 줄여 주고, 기침 멎게 하고 그런 거. 웬만한 감기라면 약 안 먹고 누워서 며칠 쉬면 다 낫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며칠씩 쉴 여유가 없으니까(혹은 쉬기 싫은 사람도 있을지도) 증상을 잡을 약을 먹는 거지. 세균에 의한 상기도감염증과의 감별의 어려움과 그에 따른 경험적 항생제 처치에 대한 건 귀찮으니까 생략.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저 한의원에선 감기 환자한테 어떻게 해 주겠다는 걸까? 면역체계를 도와서 감기를 확 낫게 해 주겠다는 건지, 아니면 감기를 안 걸리게 해 주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 중요한 건, 저 EBS 다큐프라임의 내용을 인용한 이상, 저 한의원에서는 (최소한 감기에 대해서만은) 약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거다. 보자. 감기환자에게 (혹은 감기를 예방할 목적으로 건강한 사람에게) 저 한의원에서 지은 한약을 준다고 치자. 그 처방을 가지고 저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병원 소아과 이안 폴 박사에게 가져가서 보여준다고 치자. 뭐라고 말할까?
"이게 무슨 약입니까? 성분은 뭡니까? 알고 먹이는 겁니까?"(드래그)
저 의사가 처방을 보고 자기 딸에게 먹이네 마네 할 수 있는 건 그 약의 성분을 알고 어떤 성분이 얼만큼 들어가 있고 또 그 성분이 몸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근데 한약은? 한의사들은 자기가 조제한 약에 어떤 성분이 얼만큼 들어가고 어떤 성분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긴 아나? 그래 놓고 자기네 한의원 홈페이지에는,
어디서 약 드립이야. 게다가 평소에는 서양의학은 어떻고 한의학은 어떻고, 양방은 어떻고 한방은 어떻고 하면서 신나게 까대더니 저 서양의학을 공부한 양방 의사의 말은 신나서 가져다 쓰는구나. 적의 적은 친구냐? 하지만 저 이안 폴 선생도 자기 보기에 약 써야 될 때라고 생각하면 한약보다 독성이 현저히 강한 양약들을 사용하겠지. 하여간 재밌으셔.
예전부터 정말 궁금했는데, '면역체계를 돕는 한방 치료'라는 건 도대체 뭘까? 아니 그 전에, 면역체계를 돕는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말이야 되게 근사한 말인데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면역학 수업을 학부 때도 듣고 대학원에서도 들었는데 그래도 모르겠다. 나 공부 헛했나 보다. 아, 짜증나.
이 기사를 보고, 사람이 우스움과 분노의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무도 없는 데서 이 기사를 봤다면 모니터를 보면서 낄낄 웃으며 욕을 내뱉는 정말 웃긴 장면이 나왔을지도.
도대체가 똑같은 것들끼리 뭐 하는 짓인가 모르겠다. 한쪽은 면허가 있고 한쪽은 없다는 차이는 있지만, 양쪽 다 자신이 옳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는 점, 그러나 사실 둘다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똑같다.
...게다가, 죽은 사람 가지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냔 말이다. 케이스 가지고 토론을 하고 싶으면 김남수를 불러다가 자기네들끼리 하던가. 김남수가 장진영의 병세를 더 악화시켰다는 물증은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 손을 거쳐간 환자가 수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 속에서 죽었는데 그걸 버젓이 자기 자랑하는 책에 구구절절 써 놓는 김남수나, 일반인들 보는 (인터넷)신문 지면에서 한다는 소리가 '저 사람이 잘못해서 사람 잡았대요' 이 모양인 이상곤이나 도찐개찐이다.
개인적으로 이 기사에 제목을 붙여보자면 '돌팔이 Vs. 돌팔이' 가 좋겠다. '무당 Vs. 무당' 도 괜찮다. 프레시안을 보면 참 괜찮은 기사들도 자주 올라오는데 저런 사람한테 무려 매주 연재를 시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얘기하기조차 짜증나는 ㅊ모 기자의 기사들(고소한다는 말을 얼핏 들었는데 어찌 됐나 모르겠다)을 보고 있으면 어느날 갑자기 순식간에 망가져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프레시안까지 망가져 버리면 참 아깝고 암울하잖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한경오에 비하면 그나마 괜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장진영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난 청연이 보고 싶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결국 귀차니즘의 압박으로 어쩌다 보니 영화의 흥행 실패와 함께 지나가버렸다. 생각난 김에 DVD라도 빌려 볼까.
예전에 한의학이라는 망상에 빠진 KBS #1
라는 글을 썼었다. 2편으로 나누어 방송된 KBS의 어떤 방송을 까 보겠다고 쓴 글이었다. 방송이 두 편으로 나갔으니까 나도 두
편 써야지 하고 기세좋게 번호까지 붙였지만 결국 '찾아야 할 자료 + 귀찮음'의 압박으로 2탄은 포기. 사실 2편은 거의
임상증례 중심이었던 터라 내가 손대기에는 좀 버겁기도 했고... 아무튼 조금 부끄럽게 돼버렸다. 그래서 장담은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건데.
아무튼, 그때 그 방송. '특집 동의보감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기념'
2편에 나왔던 내용 중에 흥미로웠던 게 있었는데, 생혈분석인지 어혈분석인지 하는 거였다. 피를 좀 뽑아서 그걸 곧바로 슬라이드로
만들어서 관찰하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거다. 신기해서 한번 조사를 해봐야겠다 하다가 2편을 쓰려던
계획이 흐지부지되면서 같이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쩌다 이런 글을 발견했다.
생혈분석(live blood cell analysis)은 환자의 손끝에서 피 한 방울을 현미경 슬라이드에 떨어뜨리고
덮개유리를 미끄러뜨려 혈액이 마르지 않도록 한 후 시행됩니다.
그런 후에 텔레비전 화면에 영상을 보내주는 높은 배율의 암시야 현미경(dark-field microscope)으로
슬라이드를 봅니다. 그리고 시술자와 환자가 함께 혈구세포를 보는데 혈구세포는 윤곽이 희게 나타나는
검은 형태로 보입니다.
시술자는 자신과 환자를 위하여 텔레비전 화면을 즉석사진으로 찍을 수도 있고 검사과정을 녹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는 보조식품을 처방하는 근거로 사용됩니다. 이 과정은 생세포분석, 암시야 비디오분석,
영양학적 혈액분석, 영양학적 현미경검사 등의 많은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카이로프랙틱시술자, 자연요법사, 또는 가짜 "영양전문가"입니다.
다양한 지지자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생혈분석은 당신의 혈액을 빠르고 정확하게 평가하여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 결핍, 중독,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 쉬운 경향, 혈관 속의 과도한 지방, 간기능 약화, 동맥경화를 포함한 "당신의 살아있는
혈액의 25가지 이상의 상태"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
생혈분석은 "면역계통의 활성 또는 무기력의 정도", 다양한 형태의 "내부장기의 스트레스", 여러 형태의
"대사기능 장애"를 밝혀낼 수 있다.
암시야에서의 생혈분석은 우선 심프로티트(symprotit) 또는 프리온(prion)이라 불리는 단백질의 생활사를
파악할 수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단백질의 생활사를 파악함으로써 신체상태에 대에 바르게
이해할 수 있고 이것은 암, 관절염, 캔디다성 질염, 만성피로증후군, 전립선질환, 다발성경화증, 세균성
감염, 바이러스성 감염, 진균성 감염, 우울증, 수면장애, 두통, 변비, 체지방과다, 성기능이나 생식장애의
가능성, 기억력 장애, 생리전증후군, 폐경, 그리고 많은 것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역주 ;
모든 생명 단위의 원시적인 발달 형태를 프로티트-protit-라 하고 프로티트 여러 개가 구형으로 모인 것을
심프로티트라 하는데 심프로티트나 프로티트는 의학용어가 아닙니다. 여기에 나오는 프리온 역시 광우증,
CJD 등의 원인이 되는 프리온과 낱말은 같지만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완전히 부질없는 이야기입니다.
암시야 현미경은 세포와 조직 검체를 검사하는데 특별한 조명을 사용하는 효과적인 과학적 도구입니다.
관찰하는 대상은 검은 배경에 대비되어 (이것은 보통 현미경검사와 반대로 보이는 것입니다) 도드라져
보입니다. 그러므로 관찰자는 일반 조명에서는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진단 목적으로 텔레비젼을 현미경에 연결하는 것도 역시 정통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생혈분석은 그렇지
않습니다. 적혈구의 상대적인 크기와 같은 혈액의 몇 가지 특징을 관찰할 수는 있지만, 생혈분석에서는
적혈구의 응집의 정도, 혈구세포의 형태의 변화, 그리고 혈액 시료가 마르면서 발생하는 다른 허상과 같은
것들을 거의 대부분 잘못 해석합니다. 게다가 이 검사를 하는 대부분의 시술자는 그들이 진단한다고
주장하는 문제를 다루도록 면허를 받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중반에 전미 보건사기대책협의회(National Council Against Health Fraud)의 부의장인 제임스
로우얼 박사(James Lowell, Ph.D.)는 건강박람회에서 생혈분석을 시범 보이는 세 사람의 시술자를
관찰하였습니다. 로우얼은 다음과 같이 기술했습니다.
슬라이드를 준비하면서 혈액이 말라버리거나 응고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검사하는 환자를 바꿀 때 현미경 슬라이드를 주의 깊게 닦지 않았다. 이것은 현미경에 보이는
먼지가 혈액 성분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음을 뜻한다.
한 시술자가 본 어떤 모양은 초점을 잘못 맞추어 생긴 것이었고 로렐이 초점을 제대로 맞추자 사라졌다.
생혈분석은 미 애리조나주에 있는 다단계회사인 인피티니2(Infinity2)에 의해서도 판촉됩니다.
인피티니2는 이 검사법을 "생세포 현미경검사"라 부르고 그 회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데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하여 면허 있는 보건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인피니티2의 배급업자 두 팀이 출품전시한 1995년 전미 카이로프랙틱 집회에서 필자는
생혈분석 검사를 받아보았습니다. 한 출품자는 필자가 "가벼운 비타민 B12 결핍"과 "소화불량"이
있어 면역계통을 약화시키고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필자의 혈구에 "간 독성",
"세균 감염", 그리고 "자유기(free radical)에 의한 손상"의 징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경우 모두, 권장한 "치료"는 효소 알약이었습니다. 그 효소 알약은, 미국인 사이에 "효소 결핍"이 널리
퍼져있다고 거짓 주장을 하면서 그 회사가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알약이 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두 시술자는 필자에게 효소 알약을 주고 몇 분 후에 검사를 반복하였고,
문제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몰랐겠지만, 필자는 그 알약을 먹는 척하고 속였으므로 그들이 말하는 "호전"이라는 것은 그
알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가능성 있는 설명은 검체를 다른 서로 방법으로
검사했다는 것입니다. 혈액은 슬라이드의 중심부보다는 주변에서 더 빨리 마릅니다. 그러므로 처음 검체는
주변에서 검사하고 두 번째 검체는 중심 부근에서 검사를 하면 "호전"이 일어날 것입니다.
생혈분석은 단 한가지 귀중한 용도가 있습니다. 생혈분석이 황당한 검사법이기 때문에, 건강이나 영양 상담을 해 주는 사람들 중 누구를 신뢰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받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2001/05/11)
(역주 ;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경부터 몇몇 의사들과 한의사들이 생혈분석, 어혈생태검사, 생혈액분석,
OHS(optimal health system 최적건강시스템) 등의 명칭으로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혈분석이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이 글에 소개된 미국이나 캐나다의 실정과
비슷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생혈분석을 하는 사람들이 의사와 한의사들이긴 하지만, 현대의학 또는
한의학계나 보건당국에서 생혈분석의 효용에 대하여 공인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
글과 달리 위상차현미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번역: 한상율, 저자의 공식적인 동의하에 번역한 것입니다.
2002/06/01 ☞
원문보기)
방송에서 보여준 슬라이드 중에, 방송에 나온 한의사는 뭐라뭐라 설명하지만 영 어떤 세포나 혈액 내 존재하는 구조라고 보기엔 이상하고 슬라이드에 떨어진 먼지 같은 아티팩트 아닌가 싶었던 것들이 있긴 있었다. 근데, 설마설마했는데 이럴 수가.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하는 사기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사이비들의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라는 데 위안을 삼아야 할까? 근데 그런 사람들이 의료인 면허 달고 버젓이 활동하는 데는 우리나라밖에 없을걸?
* 참고로 퍼온 글의 원문보기 링크가 엉뚱한 곳으로 연결되는데, 몇 년 지난 글이라서 주소가 바뀐 것 같다. 다시 검색으로 찾은, 원문으로 추정되는 글의 링크는 여기. 다만, 전체를 완역한 것 같지는 않다.
지난 7월 31일과 8월 6일, 2회에 걸쳐 KBS에서는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된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링크) 마침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게 세계가 한의학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한의학계의 자뻑을 들어주고 있기가 영 짜증나던 차에 이런 프로그램이 방송된다고 하길래, 평소에 안 보던 TV를 무려 인터넷 다시보기까지 하면서 봤다.
...솔직히 말하면,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된 한의학계의 자뻑과, 그리고 한의술의 허무맹랑함을 시원하게 까 줄줄 알았다. 근데 보면 볼수록 이게 교양프로인지 개그프로인지 헷갈리는 거다. 속에서 뭔지 모를 짜증이 치밀어, 메모까지 해 가면서 두 편을 모두 봐 버렸다. 그래서, 너무나 짜증이 났던 나머지 나름 자료까지 찾아가면서 공부를 했다.
뭐 자료 찾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러나 전문분야 아님 + 바쁨 + 귀찮음의 압박으로 시간은 계속 가고, 약간의 진전은 있었지만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더 자료를 찾아봐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더 이상 묵히면 이건 떡밥으로써의 가치를 상실할 것 같다(이미 방송 후 한 달 지났다 orz)는 생각이 들어 일단 되는 대로 써 보기로 했다. 정 모자란 건 쓰면서라도 찾아보는거지 뭐. 이렇게라도 해야 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텍스트큐브로 이사오기 전 블로그에서도 3월인가부터 쓰기 시작해놓고 아직까지 미완성 비공개로 남아있는 글도 있지만 orz) . 뭐 아무도 쓰라고 재촉하지는 않지만 orz...
-여기부턴 본문
KBS의 동의보감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기념 특집 프로가 두 편으로 나눠서 방송되었으므로, 이 글도 두 편으로 나눠서 써 보려고 한다(이 글은 1편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다). 물론 두 번째 글은 언제나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은 여기로. 방송 직후에는 고화질 다시보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_-;
프로그램은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소개하면서, 그걸 추진한 문화재청 이건무 청장의 인터뷰를 내보낸다. 그리고, 이거 만드느라 미국에도 다녀들 오셨나보다. 무려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의 인터뷰도 들어있다.
근데 말이다, 이건무 청장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결국 동의보감의 중요성은 '당시'의 의학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이라는 것, 그러니까 그 문화사적 가치에 있다는 거다. 이건 저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의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저 교수의 소속부터 보자. 의사학과... 그러니까 의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란 거다. 무려 저 멀리 떨어진 미국인 교수가 동의보감을 알고 있고, 그걸 칭찬하고 있으니 일견 대단해 보이지만,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도 결국 자신의 분야인 의사학과 관련된 부분, 그 편집의 명확성과 독창성에 대한 거다. 이 프로그램 제목인 '동의보감, 세계적 의학서적이다'(현재형이다)라던가,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나온 한의학계의 논평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이라는 등의 내용 따위와는 관계가 없단 얘기다. 저 두 인터뷰 사이에, 보건복지가족부 사람이 나와서 이번 등재 추진사업은 언제부터 어떻게 추진했고 하는 얘기를 하는데,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유네스코가 뭐 하는 덴지 몰랐다는 걸까? 그네들은 설마 동의보감을 진지하게 의서로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아... 뭐 깔 거야 많지만 겨우 프로그램 도입부를 가지고 까는 것도 참 재미없는 일인 것 같고. 20분쯤인가부터는 동의보감의 목차대로 '내경','외형','잡병','탕액','침구'의 순서대로 동의보감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순서대로 따라가는 게 무난하겠지.
내경편
몸 속을 비추는 거울이라서 내경이라는데, 그거랑 내경편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태극권은 뭔 관계인지 도통 모르겠다. 인간신체는 우주와 같아 모든 자연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이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탈이 난단다. 그래서 병 발생 이전에 신체를 조화시키는 게 양생이란다. 아, 물론 예방의 중요성은 현대의학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것이긴 하다. 근데, 우주랑 자연법칙이 어떻고 조화가 어떻고 하는거랑 그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도통 모르겠다. 아무리 답이 맞아도 그 답에 이르는 과정이 엉망이면 그건 틀린 거고, 아무리 멋들어진 설명이라도 그걸 써먹을 데가 없으면 그건 그냥 잡소리일 뿐이다. 삼라만상 우주만물과 자연의 이치로부터 양생이 좋다는 걸 이끌어내는 설명을 보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말고 또 뭐가 있을까?
그런 내용들이 좀 나오더니, 동의보감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처방이라는 경옥고 얘기로 빠진다. 그걸 제조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좋다. 무슨무슨 약재들을 뭘로 빻는데 쇠붙이를 쓰면 안되고 그걸 무슨 나무로 불을 때서 얼마동안 달이다가 식혔다가 또 중탕을 햇다가 어디에 얼마 동안 뒀다가... 아무튼 그래서 정성이 무지 많이 들어가는 약이란다. 좋다. 다 좋은데,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약이니까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하기사, 여기 링크하는 이야기의 주인공도 분명 '그걸' 만들어내기 위해 정성은 엄청 많이 들였을 거다. 그 정성을 엉뚱한 데 들여서 문제지. 그러니까, 문제는 '정성'의 양이 아니라는 거다. 물론 정성을 안 들이는 것보다야 좋을지도 모르지. 근데, 그 정성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과 근거는 최소한 갖고 있어야 되는 거잖아.
"경옥고는 정성으로 제조된 약이다. 깨끗한 물처럼 약을 빚는 사람의 깨끗한 마음이 필수적이다."
...그런 기준도 근거도 없으니까 방송에서 이런 얘기를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거겠지. 근거도 기준도 없는 막연한 정성과 깨끗한 마음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는데. 바로 이것처럼... 약재를 빻을 떄는 금속 말고 나무만 쓰고, 불은 꼭 뽕나무로만 때야 된다는 그런 정성과 노력, 아무 기준도 근거도 없다면 이런 것과 다를 게 없잖아.
외형편
루 게릭병 환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애석하게도 현대 의학은 아직 루 게릭병에 대해 뚜렷한 치료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네이버 의학상세정보 참고) 그러나 우리의 훌륭한 한의사 선생님들은 그걸 치료해 내셨나 보다. 대략 26분경부터 나오는 루 게릭병 환자의 상태를 볼 때 완전한 수준은 아닌 것 같지만 워낙 난치병이니 삶의 질이 개선된 것만으로도 훌륭한 치료가 되겠지. 그래서, 어떻게 치료하는 건가 궁금해서 PubMed에서 검색해봤다. 그런데...
루게릭병의 정식 영문명칭인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와 침술을 뜻하는 acupuncture를 넣어서 검색해봤다. 물론 저거 말고도 다양한 검색어로 검색해봤다...
루게릭병의 치료와 관련해서, 제대로 된 논문 한 편조차 없다. 뭐 몇 종류의 논문이 검색에 걸리긴 했지만 별로 영양가 있는 내용은 없었고, 루게릭병 환자들 중 어느 정도나 대체요법을 시도하는가, 시도한다면 어떤 대체요법을 시도하는가 하는 설문조사 등이 검색되는 정도. 확립된 치료법이나 그 기전, 아니면 어느 정도 규모의 집단을 대상으로 잘 설계된 임상시험은 고사하고(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그 흔한 case report 하나조차도 없다.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드래그)
그렇게 좋은 거면 같이 좀 알자.
그런데,
위에 링크한 네이버 의학상세정보의 루게릭병 부분에 보면 위와 같은 내용이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루게릭병 환자 중에 10% 정도는 저절로 상태가 좋아지기도 한다는 거다. 아, 물론 방송에 나온 그 분이 저 10%에 해당한다는 보장은 없다. 침으로 고쳤다니 믿는 수밖에.
* 여기까지 방송 보느라 수고하셨으니 잠깐 쉬어 가라는 의미였을까. KBS에서 아주 혼자 보기 아까운 명품 동영상을 준비해 주셨다. 쉬어가는 의미에서 잠시 구경을. (저거 하면서 저 아나운서는 얼마나 웃겼을까? )
잡병편
탕액편
그 이후에 이어지는 잡병편, 탕액편으로 들어가면 이건 완전 중구난방이다. 난 도대체 제작진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동의보감 내용 소개를 해 주는 건 좋은데, 프로그램 제목대로 동의보감이 '세계적 의학서적이다' 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라면 그 근거를 제시해야 되는 거 아닌가? 잡병편에는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미이라가 발견됐는데 간디스토마 환자였다. 근데 직접사인은 간디스토마가 아니라 기도확장에 의한 출혈이었다. 근데 몸 속에서 꽃가루가 많이 발견됐다. 간디스토마 때문에 피를 토하니까 피를 멎게 하려고 동의보감에 나온 대로 꽃가루를 먹은 것 같다.
이런 얘기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걸까? 간디스토마에 의한 사망을 막아준 동의보감의 꽃가루 처방 킹왕짱? 꽃가루 먹다가 잘못 흡입해서 폐에 문제가 생겨 사망했을 가능성은 없나? 뭐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몇백년 전에 쓰여진 책의 내용이 다 맞길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그걸 가지고 잘못됐다고 까는 것도 웃기니까. 근데, 이쯤 되면 이 프로그램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가 없다는 거다. 동의보감이 우수한 의서라고 말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동의보감 내용 소개를 해 주겠다는 건지...
탕액편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의보감의 처방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자체는 동의보감의 우수성을 논할 근거가 못 된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구성된 그 처방이 표준처방(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과 비교했을 때, 아니 최소한 플라시보와 비교했을 때 더 나은 효과를 보이는지가 입증되지 않으면 그건 동의보감의 장점이 아니라 동의보감이 '그냥 그랬다더라'라는 이야기밖에 안 되는 거다. 아... 뭐, 제대로 된 치료법이 아무것도 없던 시기에 플라시보 효과라도 보려면 어쨌든 '무언가를' 해야 했으니,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의료행위가 가능했다는 건 그 시대에는 장점이었을 거다. 어떤 병에 걸렸는데 처방이 '용의 비늘을 달여먹는다'라면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느낌에 낙담해서 병이 더 안 좋아 질 수도 있지만, 만약 처방이 '소주에 고춧가루를 풀어먹는다'라면 그게 효과가 있건 없건 일단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플라시보 효과라도 기대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감기 걸렸을 때 소주에 고춧가루 풀어먹는 건 효과가 없다. 아니 마이너스 효과가 있을지도...)
물론 수백 년 전에 쓰여진 책에다 대고 플라시보와 비교해서 효과를 입증한 내용이 없다고 따지는 게 웃긴 일이란 건 안다. 그러니까, 여기서도 다시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것들이 동의보감이 '과거에 우수했음'을 말해 주는 근거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재 우수함'을 말할 수 있는 근거로는 말이 안 된다는 거다. 그런데 왜 프로그램 제목은 '동의보감, 세계적 의학서적이다'이며, 왜 동의보감의 내용을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서 검증하려는 시도는 별로 없으며,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은 아직도 동의보감의 내용을 금과옥조로 삼아 따르고 있느냔 말이다.
침구편
1부 마지막 부분인 침구편에서 정말 간만에 제대로 깔 거리가 나온다. 뜸으로 폐경기 여성의 안면홍조를 치료한다고 자랑하면서, 친절하게 Menopause지(IF가 3.5정도였던가? 아무튼 나름 준수한 잡지다)에 실은 논문까지 소개해 준다. 아주 반가웠다. 이러면 자료 찾는 수고를 더니까... 그 논문, 바로 이거다. 에디터의 코멘트가 달려 있길래, 그것도 같이 읽어봤다. 근데... 좀 웃기다. 내가 색안경을 끼고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좀 웃겼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Menopause 지 논문 내용 정리
논문내용 요약
51명의 폐경기 안면홍조 환자들을 대상으로 2가지 뜸법의 효과를 시험함.
방법 1 - 신체기능 향상, 부인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는 혈자리에 뜸치료
방법 2 - 한의학 서적들에 기술된 방법대로 뜸치료
방법 3 - 아무 처치도 안한 대조군.
다음의 사항들을 평가함
Primary outcome : visual analog scale(VAS) 이용
안면홍조의 빈도
방법 1 - 60% 감소
방법 2 - 59% 감소
두 방법 모두 대조군과 유의차 있음. 두 방법간 유의차 없음
안면홍조의 강도
방법 1- 50% 감소
방법 2 - 43% 감소
두 방법 모두 대조군과 유의차 있음. 두 방법간 유의차 없음
Secondary outcome - 설문지
MENQOL - 폐경 특이적 삶의 질 척도
방법 1 - 12% 증가
방법 2 - 27% 증가
대조군 - 4% 증가
방법 1과 대조군 사이에 통계적 유의차 없음. 방법 2는 방법 1과 대조군에 대해 통계적 유의차 보임
MRS - 폐경 평가 척도 (갱년기증상 평가)
방법 1 - 34% 감소
방법 2 - 38% 감소
대조군 - 9% 감소
세 그룹 사이에서 통계적 유의차 없음. 데이타가 춤을 췄다는 얘기일 듯.
FSH의 변화
여포자극호르몬(FSH)의 변화를 봤다고 돼 있는데, 어떻게 봤다는 건지 방법이 안 나와 있다. 뜸을 어디에 어떻게 떴는지나 설문조사를 어떻게 했는지는 자세히 써놨으면서 이건 그냥 'FSH농도를 봤다'한마디로 끝. 뭐 아마도 피를 뽑아서 FSH의 농도를 봤겠지만... 그나저나 앞의 결과들은 결국 모두 설문지를 이용하는 방법이라 환자의 주관적인 느낌이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큰 데 비해, 이 검사는 유일하게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검사법이다. 그렇기에 앞의 설문조사결과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결과라고 생각되고, 여기서 방법이 FSH의 농도를 현저히 떨어뜨린다면 이거야말로 대박인 거다. 근데 앞의 설문조사결과들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며 그래프까지 그려놓고는 이 결과에 대해서는 그래프도 없이 그냥 단 네줄로 마무리다. 내용이 걸작이다. 세 그룹간 FSH 농도는 통계적 유의차가 없었으나, 대조군에선 FSH 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고, 방법 1과 2에선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경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통계적 유의차가 없었다는 건 데이터들의 편차가 컸다는 얘기겠지. 설문지 조사한 결과와 달리 그래프가 근사하지가 않고 영 효과가 없는 것 같이 나오니까, 주장하고 싶은 내용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까 일부러 뺀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통계적 유의차는 없지만 그래도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뉘앙스만 남기고...
문제제기
우선, 데이터의 신뢰성이 의심된다. 일단 논문에서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는 데이터는 모두 설문조사 결과다. 즉, 피험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것... 그리고, 논문의 그림 2와 그림 3에 들어간 그래프는 분명 환자들의 설문을 토대로 평균을 낸 결과일 터, 그렇다면 최소한 error bar 정도는 표시해주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물론 본문에 p-value 를 언급하면서 통계적 유의차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가장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는 FSH측정치를 아주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간 부분이라던가, MRS 척도의 변화에서 방법 1,2의 변화량과 대조군의 변화량 평균의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남에도 불구하고 유의차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데이타가 완전 춤을 춰서 표준편차가 매우 컸고, 따라서 그래프가 '예쁘지 않아서'빼버렸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이 논문의 저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위약(placebo)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변명하고 있기는 하다. 의역하자면 다음과 같다. "침술의 효과를 보기 위한 실험의 경우 위약효과를 rule-out 하기 위해 환자에게 침술을 시행한다면 신경생리학적 및 신경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뜸의 경우도 비슷해서 다른 물질로 만들어진 뜸을 써도 피부를 자극할 수 있으며, 뜸에서 발생하는 열이 경락 이외의 부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걸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침과 뜸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것이 '특정 위치'의 혈자리잖아. 침이나 뜸이 효과가 있다고 말하려면 아무데나(혹은 관계없는 다른 혈에) 찌르고 뜸뜬 것과 비교하여 더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데 그걸 못하겠다는 얘기고. 또한 특정 증상, 특정 위치에는 특정한 형태의 침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리고 뜸의 재료도 아무거나 쓰는 게 아니라 뭔가 정해져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다른 형태의 침이나 다른 재료로 만든 뜸을 사용했을 때와 분명 다른 결과를 내야 되는 건데, 그걸 못 한다고 말하는 건 뭐지? 침은 아무데나 찔러도 되고 뜸도 사실은 아무데나 그냥 뜨거운 걸로 지지면 된다는 고백은 아닌가?
방법 1과 방법 2로 나누어 서로 다른 위치에 뜸을 뜬 건 아마도 동의보감에 적혀 있는 전통적인 방법과 새로운 방법(근데 이 새로운 방법에서 혈자리를 선택한 근거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논문에는 supported by evidence from clinical experts 라고만 돼 있다-_- )을 비교해 보려는 목적이었을 것 같은데, 두 방법은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다. 새로운 방법도 예전 방법만큼이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 같은데, 아무데나 뜸을 떠도 똑같다는 결론을 내려도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제대로 된 대조군을 설계하는 게 이래서 중요한 거다.
그래도 학자로서의 양심은 있는지 좀더 큰 실험군과 위약효과 대조군을 포함해서 다시 실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들어가 있다(자기네들이 할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이다. 근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다. 이 논문이 실린 해당 호에 폐경기 안면홍조에 대한 논문이 2편 더 실렸는데, 편집자들이 그 세 편의 논문에 대한 코멘트를 달았다. 뭐가 문제인지 편집자들이 해당 논문에 대해 평한 내용을 보자. 별로 길지 않은 관계로 (대충 의역해서) 옮긴다.
안면홍조 치료법으로써의 침술
이 논문은 뜸의 안면홍조 치료효과에 대해 연구한 것이다. 근데 몇 가지 이유로, 이 방법이 안면홍조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일단 적절한 대조군이 없다. 플라시보 군을 디자인하기 어려운 건 알겠는데, 어쨌든 적절한 대조군이 없다. 논문 저자들은 안면홍조에 대한 플라시보의 효과가 20~30% 정도이며 약물치료의 효과가 50~60%인 점을 들어 제대로 된 치료라면 환자의 증상을 50%정도는 떨어뜨려야 될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 경우에 따라서는 플라시보 효과가 50%까지 뜨기도 하기에 그렇게 말하긴 힘들다. 또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22%)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다. 물론 뜸 뜨는 과정에서 불에 데거나 연기에 의한 부작용 등 가벼운 증상들이긴 하지만, 뜸의 효과나 독성에 대해서 제대로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시술법은 권장할 만한 게 못 된다. PubMed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무작위 임상검사(randomized clinical trial)를 통해 안면홍조에 대한 침술의 효과를 평가한 논문 중 영어로 된 게 11편 있다(뜸을 뜬 건 이 논문이 최초인 것 같다. 저자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고). 문제는, 침술의 효과가 가짜 침술(얕게 찌르거나, 안 찌르거나, 다른 위치에 찌르거나)과 비교했을 때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으며, 에스트로겐 요법이나 휴식과 비교해도 나을 게 없었다는 점이다. 다만, 특별한 치료 없이 자가요법이 적힌 유인물을 나눠주는 방법보다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한 논문이 한 편 있는데, 이 실험에는 대조군이 없다-_-;
그러니까, 이걸 계속 연구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우선 제대로 된 대조군을 개발해야 될 것 같다. 혹시나 나중에 침이나 뜸이 정말 안면홍조에 효과가 있는 걸로 밝혀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근거가 없고, 따라서 지금 그걸 임상에 적용하는 것도 역시 근거없는 짓이다.
에디터들의 코멘트를 읽고 살짝 어안이 벙벙했다. 도대체 저런 평가를 내릴 거면 애초에 왜 실어 준 걸까? 아예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까지 하다.
아무튼, 다시 방송 내용으로 돌아오자. 1부는 다음과 같은 멘트로 마무리된다.
동의보감을 제대로 연구한다면, 우리는 동양의학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직 제대로 연구를 안 했다는 얘기잖아. 아직 제대로 연구되지도 않은 걸 갖고 대뜸 사람한테 실험하는 것부터 좀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 수천년 간 경험적으로 검증된 거라고? 그 경험이란 것도 체계적으로 추적, 분석되고 기록을 통해 축적된 것이 아니라 그냥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것뿐일 텐데,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아직도 그런 걸 믿고 몸을 맡겨야 될까? 그나저나, 왜 여기서까지 라면사설을 봐야 되는 거냐. 일단 동의보감을 제대로 연구한 다음에 얘기하자. 제발 좀...
제목을 바꾸자. '동의보감, 세계적 의학서적이다'가 아니라. '세계적 의학서적이었다'로. 그 정도까진 인정해줄 의향이 충분히 있다.
다들 신종플루 때문에 후덜덜하고 있으니까 타미플루가 뜨고, 타미플루의 원료라는 한약재 팔각이라는 것까지 덩달아 뜨는 것 같다. 타미플루를 급하게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솔직히 그럴 필요가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그 원료에 주목하는 건 당연하니까 뭐 거기까지는 좋다 치자. 근데 왜 거기서 엉뚱한 사람들이 덩달아 흥분하며 '그러므로 타미플루도 한약이라고 볼 수 있음 ㅇㅇㄳ' 이런 반응들은 왜 나오냐는 거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는 분야라 설명은 못 하지만, 이건 그림 하나만 봐도 분명해지는 문제다.
위키피디아에서 긁어온 타미플루의 합성과정이다. 팔각은 어디 있냐고? 맨 처음에 있는 (-)-shikimic acid, 이게 팔각에서 나오는 성분이다. 수율은 3~7%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래도 현재까지는 팔각에서 뽑아내는 게 제일 수율이 높은 모양이다. 한의학에서 팔각을 넣고 무슨 약을 만드는지는 모르겠는데, 팔각이랑 각종 한약재 넣고 삼일밤낮 끓이면 저 복잡한 합성과정을 거쳐서 타미플루가 튀어나오나? 아니 백번 양보해서, 꼭 저 방법으로만 타미플루가 만들어지라는 법은 없으니까, 이런 건 되나?
타미플루의 원료가 한약재 팔각이라고 흥분하기 전에, 한번 팔각이 들어가는 한약(뭐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을 가지고 HPLC, NMR 같은 거라도 해 보는 게 순서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저거랑 비슷한 구조가 나오면 설레발을 쳐도 그때 가서 치는 게 더 좋을 것 같단 말이지. 팔각에서 shikimic acid 뽑아내는 수율이 낮아서 E.coli 가지고 합성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는 모양인데, 그거 성공하면 어떡할려고들 저러는지 몰라.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놓고, 언론사들이 신났다. 웹서핑을 넓게 하지는 않는지라 장담은 못 하지만, 네티즌들도 덩달아 신난 것 같다. 싸움구경은 재밌는 것이고, 의사들과 한의사들의 싸움은 분명 대한민국에서 가장 재밌는 싸움 중 하나이리라. 개인적인 생각은 뒤에 가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한의협과 의협의 얘기를 각각 나름대로 세 줄 요약해 보자면.
* 한의협의 이야기
- 동의보감은 명실상부 한의학을 대표하는 의학서임
- 고로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임
- 열심히 하겠습니다 ^-^
* 의협의 이야기(1)
-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축하할 일임
- 근데 솔직히 의학적으로 봤을 땐 좀 말이 안되는 듯...
- 의학서로써의 가치보다는 문화유산으로써의 가치가 인정된 것임
일단 접어두고, 아무튼 유네스코가 뽑은 거니까 유네스코의 얘기를 들으면 되잖아.
유네스코의 이야기 - 세계기록유산 선정기준 -펼치기
○ 주요기준
영향력(Influence): 기록유산이 일국 문화의 경계를 넘어 세계의 역사에 중요한 영향력을 끼쳐 세계적인 중요성을 갖는 경우 ex) 세계 역사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정치, 종교 서적 등
시간(Time): 국제적인 일의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현저하게 반영하거나 인류 역사의 특정한 시점에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두드러지게 이바지한 경우 ex) 초기 영화산업의 자료 유산, 독립운동 또는 특정한 시점과 장소의 관습 등과 관련된 내용
장소(Place): 기록유산이 세계 역사와 문화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던 특정 장소(locality)와 지역(region)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 ex)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기간 동안에 전세계 여러 지역의 특별히 중요한 장소와 관련되거나, 전세계 역사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정치, 사회 종교 운동의 태동을 목격하고 있는 기록유산
사람(People): 전세계 역사와 문화에 현저한 기여를 했던 개인 및 사람들의 삶과 업적과 특별한 관련을 갖는 경우
대상/주제(Subject/Theme): 세계 역사와 문화의 중요한 주제를 현저하게 다룬 경우 ex)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도서관에 있는 Radziwill Chronicle (편년사)사업
형태 및 스타일(Form and Style): 형태와 스타일에서 중요한 표본이 된 경우 ex) 야자수 나뭇잎 원고와 금박으로 써진 원고, 근대 미디어 등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하나의 민족 문화를 초월하는 사회적, 문화적 또는 정신적으로 두드러진 가치가 있는 경우
그리고, 이건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한 모 기관에서 신청서로 제출한 자료 같은데, 영어로 되어 있는 데다가 무려(?) 15쪽이나 되는 관계로-_-; 신청 사유를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길어서 접어놨음)
신청사유 - 펼치기
신뢰성 (내용에 대한 신뢰성이 아니라, 책이 진품인가에 대한 문제다)
국가가 편찬을 주도함
국가가 편찬한 연대기에 동의보감에 대한 언급이 있음
편찬 직후부터 국가가 관리/보관하였음
세계적 중요성, 특이성, 대체불가능성
세계적 중요성
공중보건 증진을 목적으로 한 (세계 최초) 국가주도의 편찬사업
그간 전해져 내려오던 동양의학을 집대성함
양생/예방을 기본원리로 하여 광범위한 이론적/임상적 지식을 모음
특이성
독창적 분류체계
출처가 확실히 명기되어 있어 동양의학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됨
대체 불가능성
허준의 수기 원본은 존재하지 않으며, 40여 회에 걸쳐 인쇄되었지만 현재 수기원본과 똑같은 초판본 두 부만 남아 있음.
문서의 중요성
시간
고대로부터 17세기 초까지의 동양의학의 집대성
장소
17세기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교류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임
사람
다양한 신분집단에서 사용되던 치료법을 모두 집대성함으로써 당시의 질병과 의학 연구에 귀중한 사료 제공
주제
의학의 다양한 분야를 망라함
당시 동아시아 지역의 자연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됨
여기서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나?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신청 내용에 한의학이 우수하므로 그 고전인 동의보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나? 아니면 유네스코의 (일반적인) 선정기준에 '해당 기록이 그 주제 분야에서 현재에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음'이라는 항목이 있나?
없다. 그런 이유가 아니란 말이다. 우리나라의 신청사유란 것도 결국 국가주도의 공공보건사업이었다는 점, 당시 동양의 문화와 의학을 연구할 수 있는 사료로써의 역사적 중요성, 그리고 초판본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도 그 기록물의 내용이 과학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를 가지고 기록문화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되면 매년 얼마간 돈도 나온단다. 그건, 동의보감을 가지고 의학서를 쓰고 의학교육을 하고 의학연구를 하는 데 쓰라는 얘기가 아니라, 책 안 상하게 잘 보존해서 당시의 동양의학, 당시의 동양문화와 그 교류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하란 얘기다. 근데 왜 한의학의 우수성을 운운하나? 한의학은 의학이 아니라 역사학인가?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선정을 가지고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 운운하는 것은 혹시 현재의 한의학이 아직도 동의보감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인가? (이렇게 되면 둘 중 하나다. 동의보감이 17세기에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ㅡ그나마도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그때까지 전해지던 것을 집대성한 것인데ㅡ 내용이 너무 킹왕짱이라서 지금까지 수정보완할 내용이 없었거나, 아니면 한의학계가 동의보감을 수정보완할 의지도 능력도 없거나)
그런 면에서 의협(정확히는 의료일원화특위)의 논평은 지극히 적절하다. 위에도 썼다시피 유네스코가 인정한 동의보감의 가치는 의학서로써의 가치가 아니라, 문화유산으로써, 사료로써의 가치다. 그렇기에 '세계가 인정한 한의학의 우수성'운운하는 한의협의 논평은 자뻑이거나 사기다. 그런 면에서,
이런 식의 제목뽑기들은 좀 많이 실망스럽다. '의사들 저거 뭐냐'하는 느낌이 풀풀 나는 제목을 뽑는 저 신문들은 정말로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한의학계의 경사,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의 경사'라고 생각하는 걸까? 정말로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물론 나도 동의보감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한다. 다만, 아닌 건 아니라는 거다. 유네스코는 의료단체가 아니고, 과학, 교육, 문화활동을 돕기 위한 단체다. 동의보감이 의학적인 면에서 훌륭한 자료인가 아닌가는 애초에 유네스코의 관심사가 아니다. 설사 유네스코가 동의보감을 훌륭한 의서라고 판단하여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고 쳐도, 의학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라고는 없는 유네스코의 평가 따위 한의학계가 기뻐할 일이 아니다. 비전문가의 찬사 따위에 기뻐한다는 것 자체가 한의학의 허접함, 자신없음을 드러내는 증거는 아닌가?
의외로(?) 조선일보는 오히려 의협 쪽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뉘앙스의 제목뽑기를 했고, 애초에 의학계열의 미디어인 코메디닷컴과 청년의사의 제목이 오히려 조선일보보다 중립적이다.
이번 의협의 반응을 대부분이 그저 의학계-한의학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이 막연히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사람들이 의사집단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도대체, 도대체 어떻기에 언론과 사람들의 반응이 이렇게 차가울까 하는 우울한 느낌. 정말이지 답답하다.
# 의학은 하나다
의료의, 의술의, 의학의 목적은 뭘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것이 각 문화권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건, 그 목적은 결국 건강이다. 좀 자세히 말하자면 질병 상태로부터의 회복과 건강 상태의 유지 정도 되겠다. (단정적으로 썼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떠오르는 대로 쓴 것뿐이다. 그러나 모두 동의할 거라고 믿는다-_-;;; )
그렇기에, 의학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떤 방법론을 가지고 있든, 어떤 문화와 철학에 기반하고 있든 위에 적은 의학의 목적에 동의한다면 의학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의학이다. 서양의학이니 한의학이니 중의학이니 대체의학이니 뭐니 해서 서로 다른 형태의 의학, 서로 다른 방법론과 철학을 가진 의학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진정한 의학은 더 나은 치료를 위해서라면, 더 좋은 건강유지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방법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다르다고? 웃기지 마라. 환자를 보는 관점이 다르니 철학이 다르니 하는 개소리는 집어치워라. 어떤 상황에서건 "가장" 좋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의학은 그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한 끝없는 노력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란 걸 어떻게 찾느냐다. 옛날에야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해 보고 그 중에 어떤 게 괜찮다더라 하면 그 방법을 썼지만 지금 세상에 그럴 수는 없다. 닥치고 생체실험은 윤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람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려면 충분한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된다. 인체는 정상일 때는 이렇다. 병에 걸렸을 때는 저렇다. 이 수술법은 이러이러하며, 이 약은 어디어디 작용해서 어떤 효과를 낸다... 하는 등의 근거를 바탕으로 의료행위를 해야 된다는 거다. 수천 년 전부터 쓰여 왔던 방법이라고 해도 지금 그걸 사용하려면 그 근거가 있어야 된다. 옛날부터 쭉 쓰던 방법이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즉, 의학은 엄격한 과학적 방법론에 기반해야 된다는 거다. 적어도 '서양의학'은 그렇게 하고 있다(물론 현대과학의 발전 이후부터긴 하지만). 실험과 연구를 통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탐구하고 있고, 기존에 잘 사용되던 방법이라고 해도 역시 연구를 통해서 그 근거를 다지고 있다.
근데, 한의학에선 그렇게 하고 있나? 사상의학의 이론적 근거는 확립되었나? 경락과 기혈은 있긴 있는 건가? 찬 음식과 더운 음식은 뭔가? 수많은 한약의 작용기전은 파악되었나? 이런 기사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솔직히, 이런 기사들 보면 좀 아쉽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더 좋다는 것이 확인된 방법이라면 형식에, 전통에 구애받지 않고 그 어떤 방법이라도 가져다 사용하는 게 진정한 의학이라고 생각하니까. (물론 저런 것들을 사용하려면 그만큼 철저한 교육을 받아야 될 것이고, 혹시나 저런 걸 교육하는 것마저도 의료계에서 막고 있다면 그건 좀 짜증나는 일이다)
의사 면허와 한의사 면허를 통합하자. 의사들에게 침과 탕약을 허락하고, 한의사들에게 메스와 항생제를 허락하자.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통합하자. 의대생들에게 황제내경과 동의보감을, 한의대생들에게 로빈스와 해리슨을 읽히자.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를 그들의 판단에 맡기자. 어떤 방법이 과학적 방법을 통해 검증된 방법이고 어떤 방법이 그렇지 않은 것인지 그들이 판단할 것이다. 그들이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그 결과는 국민건강 수준의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방법이 더 좋은지,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가 곧 명백해질 것이다. 사실상 대한민국을 거대한 의료시험장으로 만들고 엄청난 혼란과 의료비 지출의 증가를 가져오겠지만 뭐 어때. 의사와 한의사 모두 의료법에서 정하는 의료인이고, 의료인이 배운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소신껏 선택하게 하는 것에 법적 하자는 전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