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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21일 화요일

한일해저터널

이거 분명 예전에도 돌았던 떡밥인 것 같은데 왜 다시 시끄러운가 했더니 이런 기사가 올라왔었다.

정부 '3大 해저터널(韓~中 韓~日 목포~제주)' 검토

이에 대한 일부 우국지사들의 주장

펼쳐두기..



이게 무슨 나라 팔아먹는 짓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저기서들 말하고 있는데, 난 무식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그들이 말하는 종착지 효과인지 종착역 효과인지 하는 것도 처음 들어보는 데다가 (검색해도 안 나오잖아ㅠㅠ), 그렇게 큰일날 일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거다.

나도 사생활이 있으니까 자세히는 얘기 못 하지만, 서울 지하철 7호선과 3호선을 자주 이용하는데, 각 노선의 양쪽 종점인 장암/온수, 그리고 대화/오금역이 사람으로 미어터진다는 얘기는 못 들어 봤다. 모르긴 몰라도 그 동네들은 서울의 번화가라고 하기도 좀 어렵지 싶은데.

아, 뭐, 사람이랑 물류랑은 다르다! 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물류의 최강자는 아무래도 철도보다는 선박 아닌감? 모르긴 몰라도 대규모 운송에 있어서 선박의 효율성은 넘사벽인 걸로 아는데. 만약에, 유럽에서 일본으로 물류를 보낸다고 쳐. 그게 대규모라면 선박, 급한 거라면 항공을 이용하겠지, 한일해저터널이 있다고 해서 철도를 이용할까? 철도가 부산까지만 뚫려 있다면 그 물류를 부산까지 철도로 가지고 와서 배나 비행기에 옮겨 싣고 일본으로 보낼 멍청이는 없겠지.

그리고, (그림에 따르면) 일본이 종착역 효과 때문에 해저터널을 뚫겠다고 매달리고 있다고 하는데, 그럼 (우리나라에 종착역을 넘겨 주게 될) 중국이나 러시아는 우리나라에 철도가 들어서는 걸 기를 쓰고 막아야 되는 거 아닌가? 근데 (역시 그림에 따르면) 중국, 러시아도 우리랑 연결하려고 눈물겹게 노력중이라잖아. 이건 무슨 경우?

잘 모르는 분야고, 공부도 안 해서 말은 조심해서 해야겠지만, 저런 걸 보면 별로 조심해야 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안보상의 문제라던가, 아니면 지진 어쩌구 해서 안전상의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래 좋다. 아니 좋아 보인다. 근데 저런 건 정말이지... (한숨)





2010년 4월 5일 월요일

그놈의 무상급식 #3

그놈의 무상급식

...자라는 아이들의 건강과 영양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일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다. (중략)
...먹는 문제가 풍요시대에는 문화의 문제이고 건강한 삶을 살기위한 교육의 문제라는 인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중략)
...우리는 예로부터 한 솥밥을 먹는 사람을 ‘한 식구(食口)’라 부르며 가족공동체를 강조하고 밥상머리교육을 중시해 왔다.(중략)
...밥을 같이 먹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지와 이웃은 물론 직장동료 간 문화적 교류와 소통의 장이었다.(중략)

그러니까 급식하지 말자는 사람 없다. 그러니까 자라는 아이들의 건강과 영양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일 것인가는 전면무상급식을 하든 선별무상급식을 하든 똑같이 고려해야 될 문제다. 전면무상급식과 선별무상급식의 차이는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에 대한 것뿐이다. 급식비 낸 애들이랑 무상급식 받는 애들 밥 따로 주는 것도 아니고, 따로따로 먹는 것도 아니고, 다른 밥 주는 것도 아니다. 교육의 문제, 밥상머리교육, 문화적 교류와 소통 같은 것들이 무상급식과 관련된 논의에서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이런 틈새를 파고든 식생활의 서구화와 간편화 추세에 편승한 햄버거, 피자 등과 같은 기름진 패스트푸드와 과자류, 그리고 탄산음료 등에 대한 과다섭취가 일어나면서 청소년 비만과 성인병 발생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성장기 청소년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식생활교육과 이를 위한 학교급식의 역할과 가치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하게 되었다.(중략)

그러니까 성장기 청소년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식생활교육과 이를 위한 학교급식의 역할과 가치는 말 그대로 학교 단체급식을 통해서 얻게 되는 가치다. 다시 말하지만 전면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학교 단체급식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전면무상급식이든 선별무상급식이든 밥은 똑같은 걸로 나간다. 돈 내고 밥을 먹으면 영양소 흡수가 안 된다는 것인가(두둥).


학교급식은 흔들리고 있는 한국적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동시에 학생들 스스로 건강과 영양을 생각하며, 예를 들면 미국이나 서구에서와 같이 음식과 식재료별 칼로리와 영양성분 등을 계산하며, 음식을 선택하고 먹는 합리적 식습관을 길러주는 유일한 교육의 장이 되었다.

이제는 학교급식을 단순히 공짜점심을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에게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질 좋은 식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청소년들의 미래건강을 지키는 의미 있는 투자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중략)

...그러니까 밥 주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돈 내고 밥을 먹으면 칼로리와 영양성분 계산을 안 하고, 공짜로 먹으면 계산하면서 먹는다는 것인가. 돈 내고 밥을 먹으면 안 생기는 합리적 식습관이 무상급식 하면 길러진다는 것인가. 전면무상급식이든 선별무상급식이든 학생들에게는 영양적으로 균형잡힌 질 좋은 식사가 지속적으로 제공될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렇다면 전면무상급식의 차별성은 어디에 있나?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한식세계화’를 떠들면서도 무너져 가고 있는 한식의 미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한식을 제대로 알게 하고‘한식생활화’를 교육하는 일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쌀 소비가 너무 줄어 쌀 농업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는 지금 쌀밥의 영양적 가치와 쌀밥중심 식생활의 문화적, 정신적 가치를 어려서부터 깨닫게 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고 쌀밥과 반찬이 어우러진 한국적 반상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김치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적 요리들과 간장, 된장, 고추장 등 한국적 맛을 내는 식재료에 대한 영양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알게 하는 것은 한국인의 항구적인 식생활의 안전보장을 위해서도, 한국농어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더 나아가 생태적 유기농업과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슬로우 푸드, 로칼 푸드 운동 등과 연계 학교급식을 지역사회단위로 건강한 생태환경과 농어업과 안전한 먹을거리의 올바른 관계에 대한 생태체험학습의 장이 되도록 한다면 그 교육적 가치는 배가 될 수 있다.

학교급식이 쌀밥 중심 한식의 문화적, 영양적 가치를 새롭게 깨닫게 하는 교육의 장이 되도록 한다면 무상급식은 학생건강은 물론 우리 농어업의 미래를 담보하는 투자로서도 충분히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나ㅗㄴㅇㅎㄹ매;ㅗㅎㄹ미낭ㅀㅁ;ㅣㄴㅇ;ㅣ하ㅓㅁ;니아럼;니아럼ㄴ;ㅣ아러@$%#$%#@#@$!!!!!!!!!!!!

그러니까 한식세계화, 쌀소비 촉진, 안전한 먹을거리, 농어업의 미래와 관련해서 선별무상급식으로는 얻을 수 없고, 전면무상급식으로만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도대체 뭐냐고!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이란 작자가 쓴 글이 이 모양인 걸 보면 이쪽은 아예 전면무상급식 반대자들을 '애들 밥 굶기자는 사람들'로 몰아가기로 작정한 것일까. 이거든 저거든, 아무도 밥 굶지 않는다. 지금 문제는 밥을 주긴 주는데 누가 돈을 낼 것이냐지, 밥을 줄 것이냐 굶길 것이냐가 아니다. 정치란 게 결국 세금을 통해 거둬들인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서로 충돌하는 사회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절해서 최대한의 만족을 줄 것이냐를 고민하는 과정이고 보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주장은 구름 위 신선놀음일 뿐이다.

개인적으론 전면무상급식 반대 쪽으로 좀 기울어 있는데, 찬성 쪽에도 생각해 볼 만한 논리들이 많다. 이를테면 선별무상급식에서 대상자의 선별 등에 들어가는 관리비용의 문제라던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차상위자들의 문제, 무상급식 대상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라던가 하는 것들. 근데 지난번 글에서는 국회의원이라는 작자가, 그리고 이번 글에서는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이라는 작자가 이런 저급한 프로파간다만 생산하고 있으니, 이건 실상 지들도 전면무상급식이란 것에 대해서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거 아닌가? 정말 그렇다면, 선거용 선심성 공약의 미래야 뭐 뻔하지.







#2를 쓸 때 불안불안했는데 역시나였다. 솔직히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라 절대 깊이 파고들고 싶지 않은 주제였는데, 그거에 낚여서 질질 끌려다니고 있잖아. 그냥 처음에 트랙백 지우고 끝낼 걸 그랬어. 으아악.



2010년 4월 1일 목요일

그놈의 무상급식 #2

예전에 썼던 그놈의 무상급식트랙백이 걸렸길래 몇 마디 더 써본다. 깊이 파고들고 싶은 주제도 아니고, 그래서 예전 글의 반복이 될 것 같고, 링크 따라가 보니 다른 데 글을 퍼다가 트랙백걸어논 것도 그렇고, 별로 안 좋은 느낌이 들어서 여러모로 썩 내키진 않지만 아무튼.

이 글인가 본데, 하나씩 보자.

첫째, 무상급식은 ‘교육’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초중고 12년 동안 매일 1시간, 180일 이상 학교급식 시간을 거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은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는 동시에 협동, 질서, 공동체의식 등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덕성을 함양하는 하나의 교육과정입니다.

'학교급식은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는 동시에... ...교육과정입니다.'
그러니까, '급식'을 해야 되는 이유 말고, 전면 무상급식을 해야 되는 이유를...orz

둘째, 무상급식은 ‘권리’입니다.

헌법 제31조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수업료 면제만이 아닌 실질적 무상의무교육 실현의 필요성 있으며, 국민으로써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입니다. 균등한 교육기회의 제공, 헌법 정신의 준수라는 측면에서 의무교육대상자에 대한 무상급식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법이란 건 어떤 시점에 한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의 반영이겠지만, 동시에 사회의 가치관이 변함에 따라서 그에 맞춰서 변해가야 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법은 글로 쓰여지는 순간부터 시대에 뒤떨어지기 시작한다고들 한다. '법이 이렇게 되어 있으니까 당연히 따라야지' 라는 형식은 그래서 곤란하다. '이게 바람직한 방향이니까 법을 바꿔서 가자'라던가, '이게 바람직한 방향이고 법 또한 그렇다'는 형식이어야지, '법이 이러니까 법대로 하겠다'는 말이 근거랍시고 제일 먼저 튀어나온다는 건 그만큼 주장을 뒷받침할 다른 이론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건 아닐까.

셋째, 무상급식은 ‘행복’입니다.

교실에서는 성적으로 차별받고 학교 밖에선 돈과 사회적 지위로 차별을 당하지만, 급식실에서 만큼은 유일하게 모두가 행복하며, 존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밥을, 같은 공간에서, 같이 먹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 개개인이 차별 당하지 않고,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눈칫밥 먹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당당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썼었지만, 바로 그런 걸로 사람을 차별해선 안된다는 걸 학교에서 가르쳐야 되는 거다. 또 그런 걸로 눈치밥 먹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당당하게 먹을 수 있도록 좀더 세련된 제도가 필요한 거고. 무상급식으로 시끄러운 와중에 선별급식을 하면서 어떻게 비밀유지를 하는가에 대한 해외 학교들의 사례에 대한 글들도 많이 돌았었는데 말이지. 이건 교육과 제도의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지, 보기싫다고 아예 덮어버리고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넷째, 무상급식은 ‘상생’입니다.

무상급식은 단순히 교육적 차원에만 한정되지 않고 학교에 내는 급식비에서 절감된 돈이 가계의 지출에 활용됨으로써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서민층과 중산층의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임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 단위로 농수산물을 공동구매해 활용하는 등 농어촌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금을 더 안 걷고도 할 수 있다는 얘긴데, 그 돈을 어디서 조달할 거냐고 물으면 설마 또 4대강 드립을 치려는 건 아니겠지. 근데 진짜, 그 돈을 조달할 방법에 대해서 들은 얘기라곤 4대강 안하면 된다는 것밖에 없는데, 정말이지 깝깝하다. 돈 얼마 안 든다고 하지만 급식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매년 일정액이 고정적으로 지출돼야 되는 사업인데, 그렇다면 그동안 어디선가 예산이 쓸데없는 데 계속 새나가고 있었다는 얘긴데, 이걸 먼저 밝혀내는 게 순서 아닐까? 그리고, 농수산물 공동구매는 무상급식 아니라도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 이상 어차피 하게 될 일일 텐데? 근데 농수산물을 대규모로 싸게 구매하려면 급식을 각 학교에서 직영하는 것보다 웬만큼 규모있는 회사에서 위탁하는 게 더 유리한 거 아닌가?

무상급식 주장하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들 그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자기들 주장에 반대되는 주장, 그러니까 '학교에서 급식을 하되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만 지원해주자'는 주장이 '학교에서 급식하지 말자'는 주장인 것처럼 몰아간다. 급식의 교육적 효과라던가, 농수산물 공동구매 같은 건 꼭 전면무상급식이 아니라도 가능한 일들이다. 다음아고라의 어중이떠중이들도 아니고, 국회의원이라는 작자가 저러고 있으니 보기에 좀 우울하다.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어렵고 복잡한 공약은 안 볼테니 쉽고 강렬하게 쓴다고 쓴 거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프레임을 비틀어서 재미 좀 봤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제 보면 볼수록 깝깝해진다. 얄팍한 선동은 이제 그만 좀 하자. 그게 아니라면, 저건 그냥 대민선전용이고 정말 제대로 된 이론적 근거가 따로 있지만 내가 게을러서 못 찾아낸 거라면 누구라도 제발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정말 어디서 들은 말대로 과감히 한나라당을 찍어야 쟤네들이 정신을 차리려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2010년 3월 23일 화요일

그놈의 무상급식

6월에 있다는 선거 때문인지 요새 무상급식 때문에 시끄러운데, 다 좋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나마 이렇게 정책 비스무리한 걸 가지고 싸우는 게 서로 네거티브 하면서 물고뜯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까. 그래서 다 좋은데, 근데, 제발 일부에서 꾸준히 밀고 있는 초딩 왕따드립이나 4대강 드립은 좀 안 봤으면 좋겠다.

교육의 목적이 결국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바람직한 인간을 키워내는 거라면(아닌가, 취업인가...orz), 학교에 들어간 초등학생들이 제일 먼저 배워야 되는 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태도 아닌가? 피부색이 검든 희든, 머리가 좋든 나쁘든, 키가 크든 작든, 힘이 세든 약하든, 돈이 많든 적든,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다르기만' 한 것일 뿐, 거기에 어떤 우열 혹은 선악의 가치가 끼어들어서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 그게 현대 사회의 기본인 거잖아.

그래, 물론 다 맞는 말이고 듣기 좋은 소린데, 근데 너무 꿈같은 소리고 현실은 시궁창이라서 가난한 친구를 왕따하는 아이도, 가난해서 상처받는 아이도 현실에 존재한다고 치자(난 초등학교 졸업한 지 오래돼서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야 전체 무상급식 일단 할 수도 있겠다. 언제까지? 이쯤 하면 초딩들이 '다름'을 가지고 차별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서는 그런 교육환경이 만들어질 때까지. 그러니까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걸 인정한다면 지금 중요한 건 전체 무상급식보다도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돼야 할 거고, 전체 무상급식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방편이어야 되는 거고, 일단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차차 선별급식으로 가야 되는 게 맞는 거다. 근데 뭐, 전체 무상급식을 단계적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 아니다 전면실시하겠다 이런 거 가지고 싸우고들 있으니.

또 한 가지,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린애들은 아무튼 신통한 능력을 가져서 누가 공짜로 급식 먹는지 귀신같이 알아내서 걔를 힘들게 할 거라는 건데, 초큼 웃긴 게, 그게 해서는 안될 짓이라는 걸 배우러 학교에 다니는 거잖아. 애초에 그런 행동을 안 하게 잘 가르쳐야 되는 거고, 그런 일이 생기면 때려서라도(아니, 체벌 문제는 여기선 생략) 바로잡아야 되는 거지, 이런 식으로 알아서도 안 되고 알 필요도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이게 조선시대의 성교육이랑 다를 게 뭐람.

그리고 무상급식이란 거, 밥이야 물론 애들이 먹는 거지만, 이건 결국 애들보다도 그 부모들에 대한 복지다. 초딩들이 직접 경제활동을 하진 않잖아. 급식비라는 것도 결국 그 부모(혹은 보호자, 아주 드문 경우 초딩 자신이 되겠지만)에게서 나오는 거니까. 그래서 결국 실질적인 혜택을 보는 건 애들보다도 그 부모다(정말 아주아주 어려운 상황이 아닌 이상 애들이 학교에서 밥을 굶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초딩들의 왕따, 초딩들의 섬세한 감성 같은 핑계들을 쳐내면, 학부모들에 대한 복지인 전체 무상급식은 결국 부자 급식이라는 어떤 당의 비판을 피해나가기 어렵다.

한 가지 드는 잡생각이라면,



그리고, 예산 얘기하면 정말이지 기다렸다는 듯이 4대강 안하면 된다 뭐 이런 소리 들고들 나오는데, 도대체 이 사람들 이명박이 대통령 안 됐으면, 이명박이 4대강 한다고 안 했으면 어쩔 뻔 했어? 4대강 사업이 정말 필요한가, 효과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렇게 안 하면 큰일날 것같이 밀어붙이는 전체 무상급식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게 도대체 4대강밖에 없나? 이명박 임기 끝나면 무상급식 안 할거야?

게다가 6월에 있는 선거는 지방선거다. 애초에 전체 무상급식 문제가 불거졌던 것도 경기도에서 김모 교육감과 얽혀서 시끄러웠기 때문이고, 어떤 당은 선거 이후에 자기 당 당선지역에서 전체 무상급식 하겠다고 그러고들 있다. 결국 무상급식 문제는 각 지방에서 각자 예산 가지고 알아서들 할 일인데 뜬금없이 중앙에서 계획, 집행할(아마도) 4대강 예산에 태클을 걸고 있는지 솔직히 좀 의문이다. 내가 세금 체계와 나라살림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면 좀 쪽팔려야겠지만.

민주당, 4대강 예산이 도깨비 방망이냐 (프레시안)
...솔직히 기사는 다 안 읽어봤는데, 제목이 너무 맘에 들어서 그냥 가져와 버렸다.

어느 신문기사에서도(이번 무상급식 논란을 프레임의 관점에서 해석한 기사는 꽤 나왔는데, 내 기억 속의 '바로 그 기사'를 찾지 못해서 그냥 에둘러 넘겼다) 지적했다시피, 이번 무상급식 건은 확실히 한쪽 진영에서 프레임을 잘 잡았다. 그 반대쪽 진영에선 무슨 짓을 해도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이쯤 와서 생각해보면 과연 이게 제대로 된, 그러니까 진실한 프레임인지 좀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싶다. 프레임 얘기 하면 으레 따라나오는 어떤 사람은, 역시 으레 따라나오는 그의 어떤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론 조작(spin)은 프레임을 조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뭔가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거나 폭로되었을 때, 거기에 결백한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려는 시도이다. 즉 부끄러운 사건을 정상적이거나 좋은 일로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파간다는 프레임을 조작적으로 사용하는 또 한 가지 예이다. 프로파간다는 정치적 통제권을 획득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대중으로 하여금 진실이 아닌 프레임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제안하는 프레임의 재구성은 여론 조작도 프로파간다도 아니다. 진보주의자들은 자신의 신념을 프레임으로 전달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여기서 프레임이란 자신의 도덕적 관점을 진실되게 표현하는 프레임을 말한다. 나는 어떤 기만적인 프레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이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짓임은 물론이고 별로 실용적이지도 않다. 기만적인 프레임은 조만간 폭로되어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187쪽.


그리고 한 가지 더 불안한 것은,
'무상급식' 쟁점화되면 야당에게 불리할 수도
글쎄, 졸린 관계로 좀 거칠게 한줄요약하면 '너무 당연한 소리라서'쯤 되지 않을까. 누군가가 '법을 잘 지키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라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고 해서, 그런 공약을 제시하지 않은 다른 후보들은 법을 안 지키겠다는 얘기가 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선거에 전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물론 그 외의 다른 측면이 있을 수 있고,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가치있는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여기서는 한쪽만 주구장창(x) 까대긴 했지만, 솔직히 난 아직 어느 쪽 말을 더 들어줘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쪽이 너무 이상한 얘기들만 근거랍시고 들고 나와서 짜증이 났을 뿐이고, 난 그런 이상한 얘기들 빼고 좀 제대로 된 논의를 보고 싶었을 뿐이고... 물론 보다 보니 무슨 토론회 같은 것도 한 모양인데 난 바빠서 보지 못했고, 거기서라도 제대로 된 얘기가 오고갔으면 다행인 것이고... 다른 측면에서 이 문제를 다룬 좀더 건설적인 논의를 구경하고 싶은데, 이건 결국 내 체력과 정신력의 문제인 것이고, 그리고 바로 위 링크 글에 대한 짧은 평에서도 적었다시피, 그렇다고 이 쟁점이 내 표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고...


p.s. 아. 졸려.

2010년 1월 30일 토요일

데자뷰

청와대, MB 정상회담 발언 변조... 대변인 사의 표명
, MB인터뷰 전달 오류 김은혜 대변인 사의 표명

...이에 대해 김은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상당히 피곤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했고, 발언이 썩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됐다.”면서 “여파가 클 수가 있기 때문에 제가 이 대통령에게 발언의 진정한 의미를 물어본 것을 토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신문)

"이 대통령에게 발언의 진정한 의미를 물어본 것을 토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었다"

...이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내용이다. 뭐냐면.

...이러한 CJD-vCJD 혼용 관행과 더불어 앞서 명시한 여러 가지 객관적 근거에 따르면 이 부분 인터뷰에서 로빈 빈슨이 언급한 CJD는 vCJD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전적으로 타당합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은 로빈 빈슨의 CJD 발언을 vCJD를 의미하는 것으로 방송에 사용하였습니다. 로빈 빈슨의 이 부분 발언을 vCJD로 자막 처리한 것은 발언자인 로빈 빈슨의 진의를 살린 정당한 의역이라 할 것입니다. ...

"발언자인 로빈 빈슨의 진의를 살린 정당한 의역이라 할 것입니다."

......

에휴. 이 쪽이나 저 쪽이나... 구질구질하게 싸우는 것 보기도 이제 지겹다.
공평하게 가자. 양쪽 다 공평하게... 그러니까 공평하게 둘다 까던지, 둘다 봐 주자.

물론 내 생각은, 둘 다 까야 된다는 거다. 발언자의 원래 의도가 뭐였던 간에, 해설이나 번역은 일단 그대로 해 줘야 되는 거 아닌가? 나중에 뭐라뭐라 해설을 덧붙이더라도 말이지.

"이 대통령은 ~~라고 말했습니다만 마침 대통령이 피곤했고 물어봤더니 진짜 의미는..."
"로빈 빈슨은 ~~라고 말했습니다만 두 단어를 계속 혼용했고 문맥상 진짜 의미는..."

이런 식으로 하면 변조니 왜곡이니 하는 얘기가 나올 일도 없고, 보는 사람이 직접 문맥상 의미를 파악해볼 수도 있잖아. 왜 굳이 멋대로들 손을 대서 일을 키우는지.

영어몰입교육의 필요성

피디수첩 2010년 1월 26일자 다시보기

어떡해, 이분들 신나셨다. 무죄판결에 한껏 고무되셨는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증거라면서 로빈 빈슨의 인터뷰와 이런저런 자료들을 내놨는데, 이 또한 한편의 코미디다. 그 중 일부만 우선 까 보면,

캡처를 하려 했으나 실패한 관계로, 영상의 18분째부터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내가 CJD라고 말했었다면 그것은 분명히 일반적으로 이야기한 것일 거예요. 왜냐하면 변종(인간광우병:vCJD)이든, 쇠고기든 뭐든, 나는 대부분 그것을 CJD라고 이야기하니까요. 그리고 그 때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인간광우병)이에요. 나는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건 미국의 모든 신문에 나왔기 때문이죠. 그건 보건당국을 통해서 변종 CJD(인간광우병:vCJD)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었어요.

해당 부분의 영어 원본은 다음과 같다. 직접 알아들은 것이면 참 좋겠지만 그럴 실력이 안 되는 관계로, 피디수첩이 자랑스럽게 올려놓은 변론요지서에 나와 있는, 법원에 제출했다는 '증제49호증의2' 의 해당 부분을 가져왔다. (변론요지서 78쪽부터)
It’s, I mean, it’s not like if I said there might have been times when I did say CJD, I must’ve been speaking in general. Because the variant or the beef, whatever, I’m just speaking in most of the time, it’s just CJD. And then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And that if there was a problem with the interview on some variant CJD to CJD, different many articles, many many articles, and the newspaper, and on the radio, on television, where they talk about the variant, the possible variant CJD!

아무래도 말은 글보다 문장의 형식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어디까지가 어버버 하면서 버벅대는 부분이고 어디부터가 제대로 된 내용인지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안 되는 영어실력으로나마 굵은 글씨 부분만 대충 다시 번역해 보면,
내가 몇 번 CJD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랬다면 난 일반적인 걸 말한 거에요. 변종이건 쇠고기건 뭐건 간에, 나는 그 때 대부분 그냥 CJD 를 얘기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난 변종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 안에 두 군데의 웃음포인트가 있다. 우선 첫번째,
Because the variant or the beef, whatever, I’m just speaking in most of the time, it’s just CJD.
- 왜냐하면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 나는 대부분 그것을 CJD라고 이야기하니까요.
(피디수첩 해석)
- 변종이건 쇠고기건 뭐건 간에, 나는 그 때 대부분 그냥 CJD 를 얘기하고 있었으니까요.

It's just CJD. 라는 문장에서 It 은 바로 앞 부분의 '내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있던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앞부분 whatever 까지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whatever), 나는 그것(it)을 CJD 라고 한다' 가 아니라,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whatever), 내가 그 때 얘기하던 그것(it)은 CJD 다' 가 맞는 해석이다.

그리고 두 번째,
And then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 그리고 그 때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인간광우병)이에요. (피디수첩 해석)
-
그러고 나서 난 변종
(인간광우병)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And = 그리고', 'then = 그 때' 니까 'and then = 그리고 그 때' 인 것인가. 도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네이버 영어사전마저도 '그러고는, 그런 다음' 으로 해석하고 있다.
저 문장의 번역자가, 그리고 로빈 빈슨이 사용하는 영어는 어디 다른 세계의 영어인가. 아니면 네이버 영어사전과 한국인들 영어실력의 저질성을 보여주는 표본인 것인가. 아니면 피디수첩의 전가의 보도인 '로빈 빈슨의 의중'을 파악한 의역인 것인가.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건 거의 번역을 넘어서 새로운 문장을 창조하는 수준이다.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를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이에요' 라고 해석했는데, 원래 영어문장에 '~하는 것' 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러니까, reference 를 굳이 '지칭하다'로 해석해줄 수는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이런 문장이 된다는 거다. '나는 변종이라고 지칭해요' ...... 근데 뭘?

이쯤 되면 문장에 would 가 들어가 있는데 해석의 시제는 현재형이고, would 는 아예 해석조차 되지 않았다(~하곤 했다)는 정도는 그냥 애교다. 어쨌든 '그러고 나서 난 변종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가 맞는 해석이다.

......

참 누가 번역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명박의 영어몰입교육, 이경숙의 어륀지 영어교육이 정말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피디수첩 제작진의 작품이라도 그렇고, '전문'번역가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사실 이건 '정지민과 사실을 존중하는 사람들' 에서 이미 상황종료된 부분이고, 내 해석도 그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피디수첩이 해석이랍시고 내놓은 내용이, 결정적 증거랍시고 내놓은 내용이  너무 웃기고 한편으로 너무 부끄러워서 내 나름대로 다시 해석해보면서 주절주절 써 봤다. 도대체 피디수첩은 정지민의 번역을 문제삼을 거였으면 다른 번역은 좀 제대로 된 사람한테 맡기던가. 도대체 누가 어떻게 번역하면 저런 번역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영어 좀 한다는 그 누구한테 맡겨도 원하는 번역이 나오지 않자 급기야 제작진들 스스로 번역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2008년 4월의 방송에서 CJD를 vCJD로 바꾸는 등 자막 가지고 장난질을 친 것에 대한 피디수첩의 변명이 '로빈 빈슨은 vCJD와 CJD를 구별하지 못하고 섞어 썼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의역했다'는 것이었는데, 위의 문장으로 상황종료다. 로빈 빈슨은 CJD 와 vCJD의 개념을 확실히 구분하고 있었다. 그 주장을 어떻게든 포기할 수가 없어서 증거를 끼워맞추다 보니 저런 번역이 나오는 거겠지. 피디수첩 제작진이 직접 번역한 게 아니라 누군가한테 번역을 맡긴 결과가 저거였다면 그건 그야말로 안습이고.

다만, 그와 별개로 로빈 빈슨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확신하고 있었는가는 인터뷰의 다른 부분을 더 보지 않으면 판단불가다. 다만 피디수첩이 내놓는 녹취록 번역이 계속 이런 수준이라면 뭔가 자신있게 내놓을 때마다 피디수첩은 자신들의 주장이 뒤집히는 꼴을 보게 될 거다. 그냥 다 포기하고 지금부터라도 '우린 진짜진짜 몰랐어요ㅜㅜ 죄송해요ㅜㅜ' 하고 읍소하는 게 그나마 체면을 덜 구기는 방법 아닐까. 진영논리는 좋아하지 않지만, 적을 이길 수 없다면 최소한 자기 편한테 피해는 주지 않도록 하자. 2008년 여름 이후 피디수첩에는 완전 질려버렸고, 심지어 지지정당마저도 바꿨지만, 참 보고 있기가 안쓰럽다. 제발 이제 그만.




2010년 1월 25일 월요일

피디수첩 판결을 보고...

광우병 보도 PD수첩 제작진 무죄
서울중앙지법, "방송내용 허위로 볼 수 없다"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모두 무죄


사실 좀 깜짝 놀라긴 했는데, '무죄'라는 결과 자체는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사실 피디수첩 제작진이 형사처벌을 받느냐 마느냐 같은 건 내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과학적 사실에 대한 무지는 죄가 될 수 없으며 과학적 사실을 잘못 전달한 걸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그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압박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설사 그들이 제대로 된 사실을 알면서도 왜곡했다 치더라도 '왜곡' 하면 떠오르는 모 신문사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볼 때 형사처벌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난, 그들이 잘못된 사실을 전달했다는 점만 확실히 해 둔다면 그들이 무죄라고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만 확실히 해 둔다면 백번 양보해서 '알면서도 왜곡'이란 내용까지는 없어도 상관하지 않았을 거다. 차라리 유죄보다는 무죄 쪽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다만, 그들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위에 적은 논리로 그들을 적극적으로 변호할 자신은 없었다. 그냥 위에랑 비슷하게 몇 마디 적고 마지막에 한 마디 덧붙였겠지. '그래도 샘통이다' 라고... 그만큼 내가 치를 떨었던 사건이었으니까.

그래서, '무죄'라는 결과 자체는 맞지만 이번 판결은 정말정말 심각하다. '피디수첩 제작진이 잘못했지만 형사처벌할 만한 거리가 아니므로 무죄'라는 논리가 아니라, '피디수첩 제작진이 잘했으므로 무죄'라는 논리니까. 이번 판결 결과를 가지고 의기양양해서 판결문 전문을 게시판에 걸어놓고 자랑하는 피디수첩 제작진을 보면서 난 고민에 빠졌다. 저들은 뇌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양심이 없는 것일까 하는...

판결문을 보며, 그리고 그들의 자뻑질(자뻑일까 자폭일까)을 보며, 한 번 제대로 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너무 바쁘고 너무 피곤하다. 너무 귀찮지만 아직은 짜증이 귀찮음을 압도한다. 근데 봐야 될 게 너무 많다. 




2010년 1월 14일 목요일

가셨군요

존엄사법 제정 숙제 남기고 떠난 김 할머니 (메디컬투데이)

그 과정이야 어떠했든, 마지막 순간에는 고통 없이 편하게 가셨길 바란다.

...사실 고통이라는 게 '신체조직의 실질적, 잠재적 손상과 연관되었거나 혹은 그렇개 묘사된 불쾌한 감각적, 정서적 경험' 이라고 정의되는 이상[footnote]고통(pain)에 대한 국제통증연구협회의 정의[/footnote] 의식불명 상태에 계셨던 분이 고통을 느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건 잘된 일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아직 좀 모자란 느낌이고, 그래서 좀 더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있는 게 어디야.


그에 대해서 모 국회의원들도 관련 법안을 만들어서 제출한 모양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솔직히 마음에 안 든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이니만큼 그걸 심의할 기구가 필요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건데, 거기 종교인이 왜 끼니. 제발 어떤 분야든 관련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끼리 하자. 토론이 되는 사람들끼리 하자. 시민단체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이해해줄 수도 있겠다. 근데 종교인이라니. 그들에게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기대하는 거냐. 그들이 이 논의의 진행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어떤 화두를 던져줄 수 있을까. 이와 관련된 논의에서 그들이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분야가 도대체 뭐냐는 말이다. (아니 그보다, 세상만사 중에 종교인이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분야가 있긴 있을까) 사실 신상진 안에서 제시하는 국가윤리위원회의 구성에서 '의료인'이 6번, 그러니까 맨 끝번으로 나오는 것도 솔직히 난 불만인데, 거기에 종교인이라던가 시민단체라던가 하는 주체들을 집어넣는 걸 보면 순서 가지고 뭐라 하는 건 아직 사치인 것 같다.

지금 출처는 찾을 수 없지만 어디선가 들은 말에 따르면, 정말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 속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는다고 한다. 근데 어차피 죽을 거라면, 좀 편히 가게 해 주면 안 될까. 연명치료 중단한다는 게 그냥 호흡기 떼고 약 떼고 끝ㅡ소극적 안락사ㅡ인 거라면 난 싫다. 그렇게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 정말 말기의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결국 죽는 순간까지 그 고통과 혼자서 싸워야 된다. 정신적인 부분이야 개인의 의지나 상담치료 같은 걸로 어떻게 될 수도 있다고 쳐도, 육체의 고통은 죽는 그날까지 점점 더 심해질 뿐이다. 환자가 극심한 고통에 정신마저 놔 버리기 전에, 환자가 원할 때 보내 주자ㅡ적극적 안락사ㅡ는 얘기는 아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걸까? 신경을 자른다거나 마약류를 투여한다는 얘기는 들어 봤지만, 법 혹은 현장의 윤리가 그걸 어느 정도까지 허락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위험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자면, 조력 자살도 열어 주는 게 어떨까 싶다. 적극적 안락사와 같은 맥락으로, 어차피 죽을 사람이라면 좀 더 편하게 보내 주는 게 좀 더 인간적인 거 아닐까. 물론 여기선 얘기가 좀 더 복잡해진다. 큰 걸림돌이라고 하면 첫째로 자살 충동이 대부분 일시적인 것이거나 우울증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 그리고 둘째로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겠지. 그래서 대강 떠오르는 대로 몇 가지 절차를 제안해 보자면, 죽고 싶은데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편하게 가고 싶은 사람은 우선 일차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거다. 정신과 의사가 상담 후 판단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치료를 시행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죽음에 대한 의지가 변하지 않으면 일정한 서식에다가 자살을 막으려 했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음을 인증해 준다. 그러면 환자는 이차로 법률가를 찾아가서 정신과 의사의 인증을 확인받고 자신의 죽음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없음을 확인받으며, 더불어 유산과 유언 등의 사후처리 문제까지 마무리한다. 정신과 의사와 법률가의 인증을 받은 환자는 이제 (가칭)자살전문병원을 찾아가서 정신과 의사와 법률가의 인증을 확인받고 떠날 시간을 결정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환자는 다른 의사와 경찰의 입회 하에 병원에서 '죽음'을 시술받는다...

대충 생각해본 거지만, 어떤 식으로든 '편히 죽을' 권리까지도 보장하려는 사회가 자살에 대해서 나몰라라 하는 사회보다는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저런 식의 확인 장치가 갖춰져 있다면,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들이(극히 일부라도) 좀더 편한 죽음을 꿈꾸며 병원으로 향할 수 있고, 또 그 중 일부는 죽을 마음이 없어져 돌아가게 될 수도 있으니 차라리 더 나은 일 아닐까. 물론 편하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사회 전체의 자살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그런 의지로 자살을 꿈꾸며 병원으로 향해 봐야 정말 심각한 정신적 질환이 일반인은 정신과 치료의 벽을 통과할 수 없을 테니 조력자살의 등장으로 사회의 자살률이 올라갈 거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자살률을 낮추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점을 생각하자. 물론 근본적으로는 사회구조를 바꾸고 복지를 강화한다... 라는 것이 모범답안이겠지만, 높은 자살률이 낮춰야 하는 그 무엇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뭔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어느새 또 등산해 버렸다. 김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런저런 글들을 읽으면서 딴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검색하다 보니 아래와 같은 책 한 권을 발견했는데, 나중에 한 번 읽어봐야겠다. 나온 지 좀 된 책이라 다 품절된 것 같고, e북만 파는 것 같아 웬지 좀 망설여지지만.
 


...아, 물론... 내가 지금 당장 죽고 싶다던가 뭐 그런 건 아니다. 다만 먼 훗날, 마지막이 가까이 왔다고 느껴진다면 약물의 도움을 받아 고통 없이 가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유언 같은 것도 미리 만들어 놔야겠다는 생각도 있고......-_-;





2010년 1월 8일 금요일

호들갑은 떨지 말자 #2

'국민' 때문에 쇠고기 협상 뒤집은 대만...우리는? (오마이뉴스)
대만發 '촛불 후폭풍', 한국에 역상륙할까? (프레시안)

위 기사들을 읽은 나의 심정

정말이지 거짓말 안 보태지 않고, 나 진짜 2008년으로 돌아온 줄 알았다. 이것들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대폭 완화하려던 대만이 국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소의 월령에 관계없이 6개 부위(머리뼈, 뇌, 눈, 척수, 분쇄육, 내장) 관련 생산품의 수입, 수출, 판매를 금지하는 쪽으로 식품위생법을 개정했다. 이에 우리 정치권에서 "우리도 미국과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장 제기됐다.
(위 링크 기사. 프레시안)

우선 대만과 우리나라의 협상내용부터 비교해 보자.

수입금지되는 부위


대만 (식품법 개정 전) 참고자료
한국 (추가협상결과 반영) 참고자료
모든 월령
편도, 회장원위부, 기계적 회수육(MRM), 기계적 분리육(MSM)

편도, 회장원위부, 기계적 회수육(MRM), 기계적 분리육(MSM)
30개월 이상
뇌, 머리뼈, 눈, 삼차신경절, 척수, 등배신경절, 척주(꼬리뼈, 흉추/요추의 횡돌기, 천추 날개 제외) 머리뼈와 척주에서 얻은 선진회수육(AMR)

뇌, 머리뼈, 눈, 척수, 등배신경절, 척주(꼬리뼈, 경추/흉추/요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천추의 정중천골능선과 날개 제외), 머리뼈와 척주에서 얻은 선진회수육(AMR)

* 분쇄육, 가공제품, 그리고 쇠고기 추출물은 선진 회수육을 포함할 수 있지만 특정위험물질과 모든 기계적 회수육/기계적 분리육은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또는 척수는 특정위험물질 혹은 식품안전 위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입자가 이들 제품을 주문하지 않는 한, 이들 제품이 검역검사과정에서 발견될 경우, 해당 상자를 반송한다.

빨간 글씨로 된 부분은 대만에선 금지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금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부위다. 왜 저런 차이가 생기냐면, 아래는 우리나라 협정서에만 있는 내용인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대로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함한다.
......
본 수입위생조건 제1조(9)(나)의 적용과 관련하여 미국정부는 미국내에서 도축되는 모든 소(수출용 또는 내수용을 불문한다)로부터 미국규정(9CFR§310.22(a))에 정의된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다.


미국 규정 9CFR§310.22(a) 에는 특정위험물질이 어떻게 정의되어 있냐면,

(1) 30개월 이상 소의 뇌, 머리뼈, 눈, 삼차신경절, 척수, 척주(꼬리뼈, 흉추/요추의 횡돌기, 천추 날개 제외), 등배신경절
(2)
모든 소의 편도
(3)
모든 소의 회장원위부

...위에 링크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기사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저 규정은 수출용/내수용 공통이다. 그러니까, 아까 빨간 글씨로 해 놓은 삼차신경절, 경추, 극돌기, 정중천골능선 모두 제거된다. 우리나라에는 어차피 안 들어오는 부위라는 얘기다.

...그럼 어차피 안 팔고 안 들여올 부위를 왜 굳이 저렇게 써 놨냐고? 나도 몰라.
......혹시 몰래 빼돌려서 우리나라에 팔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음모론 즐.

QSA

사실 저 위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분은 OIE의 권고사항[footnote]http://www.oie.int/eng/normes/mcode/en_chapitre_1.11.6.htm[/footnote]과 거의 일치한다. OIE는 WTO가 공인한 동물검역에 관한 국제기준을 수립하는 국제기관이다[footnote]http://www.wto.org/english/tratop_E/sps_e/spsagr_e.htm#Annexa Annex A. 3. (b)[/footnote]. 아무튼 저 협상내용대로라면, 우리나라나 대만은 저 표에 적은 부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부위는 월령 상관없이 수입을 하게 되는 건데, 어쨌든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다. 미국 FDA의 규정[footnote]http://edocket.access.gpo.gov/2008/pdf/08-1180.pdf[/footnote][footnote]http://www.fda.gov/cvm/Images/6597bse.pdf[/footnote]이나, 유럽연합의 규정[footnote]http://www.agriculture.ie/feedingstuffs/legislation/Animal_Health/EU_Legislation/CommReg722_2007(Amends999_2001).pdf[/footnote]이나 세부사항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OIE 권고사항과 거의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찝찝하다고 몇 가지 조건을 더 달았으니 그게 QSA다. 그래서 애초 협상결과 SRM 제외하고 연령 상관없이 모든 부위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통해서 30개월 이상 살코기(결국 30개월 이상은 아무것도 안 산다)를 제외시켰고, 30개월 미만에서도 뇌, 눈, 머리뼈, 척수를 제외시켰다[footnote]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0806/h2008062303043021500.htm[/footnote]. 대만도 QSA 를 통해서 자세한 수위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30개월 이상 소는 모두 제외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footnote]http://www.mdtoday.co.kr/mdtoday/index.html?no=103422[/footnote]. 이번 법 개정을 굳이 한 걸 보면 30개월 미만의 뇌, 눈, 머리뼈, 척수 등을 막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따라서, 양국의 QSA 내용을 빼면 대만이 합의한 조건은 우리나라가 합의한 조건과 똑같다(QSA 내용을 합치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조금 더 강력했다). 물론 똑같은 걸 우리나라는 2008년 5월에 추가협상까지 해 가면서 만들어냈고, 대만은 그걸 2009년 10월까지 버티다가 만들어냈다는 차이는 있다. 아마 대만에게나 미국에게나 우리나라의 수입위생조건이 어떤 기준이 됐겠지. 물론 우리나라가 협상을 멍청하게 하는 바람에 주변국에 안 좋은 선례를 만들어줬다는 식으로도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애초에 안 위험한 걸 가지고 왜 꼭 땡깡을 부려야 되는 건데. 양쪽 모두 OIE의 권고사항보다 강력한 기준을 가지고 있잖아. WTO 체제 하에서 무역을 할 생각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면, 납득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와야 되는 거다[footnote]http://www.wto.org/english/tratop_E/sps_e/spsagr_e.htm#Article2[/footnote]. 아니면 눈물을 머금고 돈을 발라서라도 같은 기준을 국산 쇠고기에도 적용하던가[footnote]http://www.wto.org/english/tratop_E/sps_e/spsagr_e.htm#Article4[/footnote]. 이도저도 다 싫다면 그냥 WTO를 탈퇴하던지.

재협상?
대만이 이번 법 개정으로 6개 부위를 금지시키면서 분명 우리나라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덜 하게 되는 건 맞다. 그 차이는 두 가지, 30개월 미만의 내장과 역시 30개월 미만의 분쇄육이다. 대만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나은 조건으로 협상하면 재협상하겠다고 한 말 때문에 신난 사람들이 많은데 일단 보자. 저게 협상이냐? 기껏 다 협상하고 도장찍은 걸 뒤에서 국내법 바꾸고 입 닫은 거잖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저거 WTO에 제소라도 들어가면 백이면 백 다 깨진다. 본전도 못 뽑고 OIE 권고안대로 수입하게 되는 수가 있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 저 정도 열어준 거라도 어디냐 하고 그냥 눈감고 넘어갈 수도 있다(내 생각에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어떡하자고. 대만에서 법 바꿔서 뒤통수친 걸 가지고 우리도 똑같이 해달라고 '재협상'을 하자고? 애초에 저 결과는 대만과 미국의 '협상'결과로 나온 게 아니다. 차라리 우리도 대만처럼 협상 상대국의 뒤통수를 쳐서라도 법 바꿔서 막자고 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양심은 있다고 봐 줄 수 있겠는데, 재협상이라니, 재협상이라니!! 

근데, 법 바꾸면 해결될까? 까딱 잘못하다가는 미국은 물론이고 캐나다까지 와르르 무너지는 데다가 그나마 추가협상과 QSA로 막은 미국쇠고기까지 OIE 기준대로 풀어주게 될 가능성이 있지[footnote]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168278&subMenu=articletotal[/footnote].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든 캐나다 쇠고기가 들어오든 미국산 쇠고기 월령제한이 풀리든 내가 보기엔 다 안전하니까 난 상관없다. 그래도 도저히 불안해서 안되겠다 하시는 분들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노력하는 건 좋은데, 재협상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가능성 높고, 법 가지고 장난치다가는 겨우 막아놓은 것까지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 높다는 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나마 성공률을 높이려면 당장 한우에 대해서부터 월령기준이랑 SRM 기준 빡세게 정하고, 검역 제대로 하고, 법을 바꾸려면 같은 기준을 한우에도 적용시키는 게 좋을 거다. 우리나라는 이제 땡깡부리면 되는 후진국 및 개도국이 아니라 나름 국제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바른 행실을 요구받는 선진국이란 걸 명심하자[footnote]http://ko.wikipedia.org/wiki/%EC%84%A0%EC%A7%84%EA%B5%AD[/footnote].

이쯤 하면 일본드립이 한 번씩 나올 것 같은데, 제발 일본 반만이라도 따라가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하자. 일본이 그런 조건으로 협상하려고 얼마나 돈을 들여가면서 고생했는데. 거기다가 그거 다 뻘짓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footnote]http://www.fujipress.jp/finder/access_check.php?pdf_filename=DSSTR000200020003.pdf&frompage=abst_page&errormode=Login&pid=428&lang=English 회원가입만 하면 볼 수 있다.[/footnote]. 근데 우리는 뭘 했을까? 난 한우에 월령제한이 있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 없고, 한우에서 특정위험부위를 제거한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 없다(도저히 못 찾겠으니 혹시 그 기준을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시기 바란다).

그러니까 제발, 우리 호들갑은 좀 떨지 말자. 블로그며 커뮤니티에 저런 거 퍼날라놓고 비분강개하여 나라 걱정하는 댓글 하나 달 때마다 이쪽 표가 하나씩 떨어져 나갈 거다. 명색이 언론사라는 곳들에서 저런 기사 하나씩 때려서 어떻게든 촛불을 되살려보려고 할 때마다 지역구가 하나씩 떨어져 나갈 거다. 그리고, 명색이 대한민국의 정당이라는 것들이 저런 거에 흥분해서 당장 재협상하라고 설레발칠 때마다 재집권이 5년씩 멀어질 거다. 그러니까 제발, 우리 호들갑은 좀 떨지 말자. 이미 내놓은 진보신당[footnote]http://www1.newjinbo.org/xe/bd_news_comment/459720[/footnote]이랑 민주노동당[footnote]http://www.kdlp.org/news/1222355[/footnote]은 그렇다 치는데, 민주당[footnote]http://www.minjoo.kr/news/news.jsp?category=briefing[/footnote]. 너마저...orz


p.s. 내가 그래서 노무현이 원망스러운 거야. 물러나기 전에 확 다 열어제끼고 나갔으면 지금 이런 상황까지는 안 됐을 거 아냐. 정말이지 요새는 어떻게 다들 하나같이 자폭 팀킬만 하는지, 이 놈이고 저 놈이고 전부 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보낸 트로이목마 같애. 이제 어디 찍어야 돼?

p.s. 이제 이 문제로는 화내는 것도 짜증내는 것도 귀찮은데, 그래도 글에서 감정을 빼는 건 쉽지가 않다.

p.s. 이쯤에서 꼽아 보는 적절한 추천도서.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유수민. 지안.주-나는 사실을 존중한다. 정지민. 시담.눈초의 광우병 이야기. 양기화. be.




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촘스키, 부적절한 권위.

사실 몰랐는데, 매년 12월 10일이 유엔에서 정한 '세계 인권의 날' 이라고 한다[footnote]http://100.naver.com/100.nhn?docid=92593[/footnote]. 그리고, 그 즈음해서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여러 신문에서 떴다.


그리고 저 기사들이 수많은 커뮤니티 사이트들과 카페, 블로그 등에 퍼날라졌다. 그래, 용산참사나 국보법 기타 등등 저 기사들에서 언급되는 사건들은 분명 논란의 소지가 충분히 있고, 그걸 가지고 이명박과 이명박 정부를 비판할 수도 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아래와 같은 식의 제목뽑기는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촘스키 “MB정부 민주주의 탄압 중단하라”
촘스키 등 국제저명인사 173명 성명 (한겨레. 2009.12.09)


어쨌든, 성명 발표의 주체는 '민주주의 수호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민주넷)고, 촘스키를 포함한 173명은 그 성명서에 서명한 사람들이다. 근데 그걸 가지고 촘스키가 주체가 되어서 한국 정부에 한마디 한 것 같이 기사를 쓰는 건 좀 아니잖아.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와 블로그에도 그런 식의 제목을 달고 퍼져나갔고.

호들갑은 떨지 말자. 아무리 MB와 한나라당이 짜증나도, 아무리 촘스키가 후덜덜한 명성을 가졌어도, 성명의 주체와 참여자를 뒤바꿔 버리는 게 어딨어. 게다가 그 당시(12월 9일) 성명서 전문은 공개되지도 않은 상태였다[footnote]확실치 않다. 12월 11일인가 12일쯤에 겨우 찾아내기는 했는데, 그게 12월 10일 이전부터 거기 올라와있었을지는 모르는 거니까. 다만 12월 10일에 발표한다고 했었으니 그렇게 추측할 뿐. 다만 촘스키 및 서명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보다 성명서 내용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려는 사람은 보질 못했다[/footnote]. 기사에 짤막하게 성명서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갔다고만 나와 있던 상태였는데 다들 그저 촘스키 촘스키. 더군다나 20개국 173명의 인사와 4개의 단체가 참여했다는데도 그저 촘스키 촘스키.

솔직히 난 저런 식의 국제서명운동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어떤 식으로 서명을 받는지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민주넷의 성명에 촘스키가 서명한 걸 가지고 촘스키가 나서서 한국 정부를 비판한 양 기사를 쓰는 건 오바고, 촘스키 등 173명이 정말 진지하게 서명했는지 아니면 그냥 이런 마음가짐[footnote]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1278252&cp=nv[/footnote]으로 대충 서명했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성명서 내용보다도 촘스키 이름을 앞세우는 건 호들갑이 맞다.

그러니까, 촘스키가 성명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가지고 '촘스키가 MB정부 비판했대요! 대한민국 개망신!' 이라는 반응들은 많았지만, '도대체 성명서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길래 그러지?' 하는 반응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게 난 아쉬웠던 거다. 그 성명서의 내용이 정말 제대로 된 비판이든, 아니면 허무맹랑한 환타지 소설이든 간에, 어느 시민단체가 MB를 비판한 것에 대해 그 내용보다 촘스키를 앞세우는 건 좀 우스운 일이잖아. 근데, 정말 짜증났던 건, 성명서를 발표한다고 했던 12월 10일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그 성명서를 도통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거다. 어느 신문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고, 저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민주넷의 홈페이지[footnote]http://minju.jinbo.net/[/footnote] 같은 데를 들어가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이 단체에서 촘스키 이름으로 바람만 잡고 성명서 내용은 그냥 어물쩍 넘어가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던 차에 성명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좀 힘들었다.

노암 촘스키가 이명박의 반민주적 정책을 비판하다 (다함께 문서자료실)
노엄 촘스키가 이명박의 반민주적 정책을 비판하다 (레프트21 단독보도)

근데 왜 이게 다함께 자료실에서 나오는 걸까? 민주넷과 다함께는 무슨 관계인 걸까?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니까 다함께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단체들의 연합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왜 이건 '레프트21'에서만 단독보도된 걸까? '레프트21'과 '다함께'는 컨텐츠 제휴를 맺고 있다[footnote]http://www.left21.com/1_news_subject.php?pageNo=10&subject_code=02004000[/footnote]는데, 둘은 무슨 관계인 걸까? 성명서는 다함께와 제휴한 언론에만 보도되고, 서명운동에도 다함께 사람이 수고했고, 이 성명과 서명운동을 다함께가 주도한 걸로 봐도 될까? 촘스키가 성명서에 서명했다는 그 기사들을 열심히 퍼다나르던 사람들은 그걸 알까? 작년 촛불시위 때 참여자들에게 인터넷에서 그렇게 욕을 얻어먹던 다함께가 주도한 성명이라면 저 기사 퍼다나르던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footnote]말은 이렇게 해 놨지만, 다함께라는 단체에 대해서 딱히 안 좋은 감정은 없다. 왜냐면 일단 잘 모르니까...-_-;; 촛불시위 때 무슨 폭력시위를 유도하네 뭐네 해서 말이 많았는데, 그것도 뭐 내가 확인한 일은 아니고.[/footnote]

다시 촘스키 얘기로 돌아가서, 저 서명에 참여한 173명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이 촘스키인데(아마 제일 유명해서 그렇겠지만), 촘스키란 사람이 우리나라 시시콜콜한 사안에 대해 정부를 비판할 때 그 이름을 앞장세울 수 있을 만큼 이 분야에서 권위를 가진 사람일까?

일단, 내가 아는 촘스키는 언어학자다. 물론 난 그쪽 전공이 아니라 그의 언어학 책은 구경도 못 해봤다.
그리고, 사회 및 정치에 대해서도 촘스키는 책을 많이 썼다. 다만 난 촘스키 책은 아직 한 권도 못 봤다.

도대체 촘스키가 정치, 사회 분야에서도 언어학에서의 그의 입지만큼이나 후덜덜한 권위를 가져도 되는 사람인지 궁금했다. 예술 및 인문학 인용 색인(A&HCI)에 의하면 1980년부터 1992년 사이에 촘스키는 생존해 있는 학자들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학자이고, 역대 인물 중 여덟 번째로 자주 인용되는 학자로 기록되어 있다[footnote]http://ko.wikipedia.org/wiki/%EB%85%B8%EC%97%84_%EC%B4%98%EC%8A%A4%ED%82%A4[/footnote]고는 하는데, 그게 다 언어학으로 쌓은 권위일지 어떻게 알아.

아무튼, 그래서 저 A&HCI 자료에 어떻게 접근해보려고 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고, 꿩 대신 닭이라고 구글 학술검색으로 촘스키의 저서들을 모두 검색해보기로 했다. 촘스키의 저서 목록은 여기서 가져왔고[footnote]http://www.chomsky.info/books.htm[/footnote], 그걸 구글 학술검색에 넣어서 각각 얼마나 인용됐는지 검색해봤다. 그 결과,

스크롤의 압박. 첨부파일 참고.


촘스키의 후덜덜한 인용숫자의 거의 대부분은 그의 언어학 분야 저작들에서 나왔다. 물론 그의 언어학 분야의 저작들은 그야말로 학술자료고, 그 외 분야의 저작들은 학계의 사람들보다는 대중들을 목표로 쓰여진 책이라고 본다면 인용횟수를 단순히 비교하는 건 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서 확실한 건, 언어학 이외의 분야에서, 특히  정치, 사회 분야의 학계에서 촘스키는 별로 주목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거다. 즉, '살아있는 학자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었다'는 타이틀이 정치, 사회분야에서 촘스키에 어떤 유효한 권위를 부여해 주지 않는다는 거다. 민주넷의 성명서에서도 마찬가지고. (물론 이것도 촘스키가 정치, 사회분야에서 뭔가 후덜덜한 논문이라도 써서 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던가 하는 일이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래서 말인데, 정치, 사회분야에서 촘스키의 위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베스트셀러 작가' 수준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진중권의 미국 버전'이라고 표현하면 딱 내 생각과 맞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이건 다음 의문과도 연결되는 건데, 촘스키 등 20개국 173명의 사람들이 도대체 우리나라 사정에 대해서 얼만큼이나 잘 알고 있겠느냐는 거다. 몇 군데 미국 유명 일간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yongsan'으로 검색해봐도 아무것도 없다. 기껏해야 용산 미군기지 얘기나 가끔 보인다. 그들이 한국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한국 신문사들이 내는 영자신문 같은 걸 찾아본다던가, 아니면 누군가가 한국 소식을 영역해서 보내준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그들이 성명서에 언급된 사건들에 대한 심도있는 정보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쯤에서 한번 우리가 미국, 영국, 호주, 포르투갈... 등의 나라의 내부사정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나 한번 생각해 보자.

그리고, 사실 내가 제일 궁금했던 건, 도대체 어떻게 173명에게서, 그것도 20개국의 사람들에게서 서명을 받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거였다. 그래서 기사에 있는.
- 국제서명 조직을 위해 박준규(다함께 국제 연락팀) 씨가 수고해주셨습니다.
- 이 국제서명운동은 올해 초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지난해 촛불 운동을 방어하기 위해 조직한 국제방어성명의 연장선에 있다.
라는 내용을 보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한번 검색이나 해보기로 했다.

우선, 레프트21에 실린 다른 기사[footnote]http://www.left21.com/article/1064[/footnote]에서, 다함께가 꽤 잘 갖춰진 국제적 조직을 갖고 있다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국제 사회주의자 경향(International Socialist Tendency)의 한국 가맹단체라는 것도[footnote]http://ko.wikipedia.org/wiki/%EB%8B%A4%ED%95%A8%EA%BB%98[/footnote][footnote]http://ko.wikipedia.org/wiki/%EA%B5%AD%EC%A0%9C_%EC%82%AC%ED%9A%8C%EC%A3%BC%EC%9D%98%EC%9E%90_%EA%B2%BD%ED%96%A5[/footnote][footnote]http://en.wikipedia.org/wiki/International_Socialist_Tendency[/footnote].

그리고, 올해 초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조직했다는 국제방어성명이란 건 이거다.
촛불구속자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호소문 발표

아마도, 저 호소문을 가지고 1월부터 계속 서명을 받으면서 근 1년을 끌어오는 동안 용산참사 내용 추가하고 언론노조 관련 내용도 추가시키고 그랬겠지. 그래서인지 1월의 성명서에 싸인한 사람들은 그대로 12월의 성명서에도 포함되어 있다. 연장선상에 있다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싸인을 받고 내용을 추가하게 되면 다시 싸인을 받는 게 상식일 텐데 과연 그렇게 했을지는 모르겠다. 물론 싸인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다시 부탁했더라도 해 줬을 것 같긴 하다.

전부 다 확인해 볼 수는 없었지만 다들 사회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주의자가 나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별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도 않고. 다만, 다함께가 IST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직접적으로가 아니라 각 나라의 IST 관련 단체를 통해서 각국의 인사들에게 접촉해서 서명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려는 거다. 미국 쪽에 대해서만 대충 검색을 해 봤는데, 직접 미국 ISO 에 속해 있는 사람들도 있고, ISO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다양한 사람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쉽게 정의내리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자신과 같은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어느 정도 우호관계에 있는 사람 혹은 집단의 요청이라면 쉽게 들어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얘기다. 그 사안에 대해서 설사 잘 모른다 하더라도... (물론 이쪽에서 만들어간 성명서 정도는 읽어봤겠지)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물론 어떤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그 사람의 권위를 보증해 주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국제서명인데 (시민)이라던가 (~~대학 학생회)는 좀 너무하잖아. '우리 이렇게 많이 싸인받았어요!'가 목적이었다면 그냥 국내 서명으로도 충분하잖아. 명색이 국제서명운동인데 좀 이름 말하면 딱 알 것 같은 사람들 싸인만 좀 집중해서 받지들 그랬어. 물론 지금까지 쭉 해온 얘기가 '유명한 사람도 다 필요없다!'니까 다 쓸데없는 얘기긴 하지만.

...이리저리 힘들게 검색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뒤늦게 이런 기사를 발견했다.
우리 정부에 인권 개선 촉구 국제 서명

민주넷은 이메일 답장 형식으로 서명을 받았고, 서명인 가운데는 노엄 촘스키 미 매사추세츠 공대 언어학 교수와 하워드 진 미 보스턴 대학 명예교수 등 저명 인사도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맨 처음 짐작대로 이메일이었어. 하긴 뭐 딱히 다른 방법도 없겠지만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이메일이었다니. 이쯤 되면 이메일이 다함께에서부터 각 대상으로 직접 보내졌는지 아니면 세계 각국의 IST 단체들을 경유해서 전달되었는지가 궁금하고, 또 몇 명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그 중 몇 명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는지 뭐 그런 것들이 궁금하긴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어서 포기.

근데, 그렇다면 도대체 호주의 경우나, 중간에 간간이 보이는 (시민)들의 경우는 뭘까. 설마 저거 일차 수신인에게 전달된 이후 행운의 편지 돌듯이 거기서 빙빙 돌았던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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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론.

저 서명에 참여한 각국의 유명인사들이 한국의 국내사정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며 걱정하고 있을 것 같지 않다. 서명은 다함께의 국제 네트워크를 이용했을 것으로 보이며,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측과 서명하는 사람들 사이의 사상적 유사성으로 인해 서명도 쉽게쉽게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성명서의 내용은 서명을 받는 중간에 바뀐 것으로 보이며, 서명 참여자 중 일부는 자신의 서명 이후 성명서의 내용이 바뀐 줄도 모르고 있을 가능성마저도 있어 보인다. 성명 참여자 중 특히 촘스키를 많이들 언급하는데, 촘스키를 딱히 이런 분야에 어떤 전문성이나 권위를 가진 사람으로 보기 힘들다. 게다가 미국 내부 일도 아니고 멀리 떨어진 외국 일인 담에야 더더욱.

그러니까 저 성명서를 가지고 이명박 정부를 까고 싶다면 괜히 애먼 촘스키를 앞세우지 말고 공부를 좀 한 다음에 촛불시위 폭력진압이나 용산참사, 언론노조 탄압 등의 개별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논리를 먼저 세우고 공격을 하자. 촘스키의 이름이 주장에 논리정연함을 부여해 주지 않으며 서명 참여자의 숫자가 주장에 힘을 실어 주지 않는다. 유효한 무기는 언제나 논리와 대안뿐이다. 



p.s. 이왕 쓰는 거, 촘스키라던가 저 서명에 참여한 개인 및 단체들에 대해서 좀더 제대로 스토킹(......)을 해 보려고 했는데, 며칠 동안 이 글을 붙잡고 있으려니 도저히 지겹고 귀찮고 힘들어서 대충 마무리. 난 안될거야 아마(......)

[footnote]http://reds.linefeed.org/groups.html 글 쓰면서 돌아다니다가 본 자료인데, '미국 좌파의 분류' 쯤 되는 듯. 나중에 읽어보면 나름 재밌을 것 같다. [/foot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