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30일 토요일

영어몰입교육의 필요성

피디수첩 2010년 1월 26일자 다시보기

어떡해, 이분들 신나셨다. 무죄판결에 한껏 고무되셨는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증거라면서 로빈 빈슨의 인터뷰와 이런저런 자료들을 내놨는데, 이 또한 한편의 코미디다. 그 중 일부만 우선 까 보면,

캡처를 하려 했으나 실패한 관계로, 영상의 18분째부터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내가 CJD라고 말했었다면 그것은 분명히 일반적으로 이야기한 것일 거예요. 왜냐하면 변종(인간광우병:vCJD)이든, 쇠고기든 뭐든, 나는 대부분 그것을 CJD라고 이야기하니까요. 그리고 그 때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인간광우병)이에요. 나는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건 미국의 모든 신문에 나왔기 때문이죠. 그건 보건당국을 통해서 변종 CJD(인간광우병:vCJD)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었어요.

해당 부분의 영어 원본은 다음과 같다. 직접 알아들은 것이면 참 좋겠지만 그럴 실력이 안 되는 관계로, 피디수첩이 자랑스럽게 올려놓은 변론요지서에 나와 있는, 법원에 제출했다는 '증제49호증의2' 의 해당 부분을 가져왔다. (변론요지서 78쪽부터)
It’s, I mean, it’s not like if I said there might have been times when I did say CJD, I must’ve been speaking in general. Because the variant or the beef, whatever, I’m just speaking in most of the time, it’s just CJD. And then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And that if there was a problem with the interview on some variant CJD to CJD, different many articles, many many articles, and the newspaper, and on the radio, on television, where they talk about the variant, the possible variant CJD!

아무래도 말은 글보다 문장의 형식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어디까지가 어버버 하면서 버벅대는 부분이고 어디부터가 제대로 된 내용인지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안 되는 영어실력으로나마 굵은 글씨 부분만 대충 다시 번역해 보면,
내가 몇 번 CJD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랬다면 난 일반적인 걸 말한 거에요. 변종이건 쇠고기건 뭐건 간에, 나는 그 때 대부분 그냥 CJD 를 얘기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난 변종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 안에 두 군데의 웃음포인트가 있다. 우선 첫번째,
Because the variant or the beef, whatever, I’m just speaking in most of the time, it’s just CJD.
- 왜냐하면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 나는 대부분 그것을 CJD라고 이야기하니까요.
(피디수첩 해석)
- 변종이건 쇠고기건 뭐건 간에, 나는 그 때 대부분 그냥 CJD 를 얘기하고 있었으니까요.

It's just CJD. 라는 문장에서 It 은 바로 앞 부분의 '내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있던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앞부분 whatever 까지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whatever), 나는 그것(it)을 CJD 라고 한다' 가 아니라,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whatever), 내가 그 때 얘기하던 그것(it)은 CJD 다' 가 맞는 해석이다.

그리고 두 번째,
And then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 그리고 그 때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인간광우병)이에요. (피디수첩 해석)
-
그러고 나서 난 변종
(인간광우병)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And = 그리고', 'then = 그 때' 니까 'and then = 그리고 그 때' 인 것인가. 도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네이버 영어사전마저도 '그러고는, 그런 다음' 으로 해석하고 있다.
저 문장의 번역자가, 그리고 로빈 빈슨이 사용하는 영어는 어디 다른 세계의 영어인가. 아니면 네이버 영어사전과 한국인들 영어실력의 저질성을 보여주는 표본인 것인가. 아니면 피디수첩의 전가의 보도인 '로빈 빈슨의 의중'을 파악한 의역인 것인가.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건 거의 번역을 넘어서 새로운 문장을 창조하는 수준이다.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를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이에요' 라고 해석했는데, 원래 영어문장에 '~하는 것' 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러니까, reference 를 굳이 '지칭하다'로 해석해줄 수는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이런 문장이 된다는 거다. '나는 변종이라고 지칭해요' ...... 근데 뭘?

이쯤 되면 문장에 would 가 들어가 있는데 해석의 시제는 현재형이고, would 는 아예 해석조차 되지 않았다(~하곤 했다)는 정도는 그냥 애교다. 어쨌든 '그러고 나서 난 변종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가 맞는 해석이다.

......

참 누가 번역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명박의 영어몰입교육, 이경숙의 어륀지 영어교육이 정말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피디수첩 제작진의 작품이라도 그렇고, '전문'번역가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사실 이건 '정지민과 사실을 존중하는 사람들' 에서 이미 상황종료된 부분이고, 내 해석도 그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피디수첩이 해석이랍시고 내놓은 내용이, 결정적 증거랍시고 내놓은 내용이  너무 웃기고 한편으로 너무 부끄러워서 내 나름대로 다시 해석해보면서 주절주절 써 봤다. 도대체 피디수첩은 정지민의 번역을 문제삼을 거였으면 다른 번역은 좀 제대로 된 사람한테 맡기던가. 도대체 누가 어떻게 번역하면 저런 번역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영어 좀 한다는 그 누구한테 맡겨도 원하는 번역이 나오지 않자 급기야 제작진들 스스로 번역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2008년 4월의 방송에서 CJD를 vCJD로 바꾸는 등 자막 가지고 장난질을 친 것에 대한 피디수첩의 변명이 '로빈 빈슨은 vCJD와 CJD를 구별하지 못하고 섞어 썼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의역했다'는 것이었는데, 위의 문장으로 상황종료다. 로빈 빈슨은 CJD 와 vCJD의 개념을 확실히 구분하고 있었다. 그 주장을 어떻게든 포기할 수가 없어서 증거를 끼워맞추다 보니 저런 번역이 나오는 거겠지. 피디수첩 제작진이 직접 번역한 게 아니라 누군가한테 번역을 맡긴 결과가 저거였다면 그건 그야말로 안습이고.

다만, 그와 별개로 로빈 빈슨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확신하고 있었는가는 인터뷰의 다른 부분을 더 보지 않으면 판단불가다. 다만 피디수첩이 내놓는 녹취록 번역이 계속 이런 수준이라면 뭔가 자신있게 내놓을 때마다 피디수첩은 자신들의 주장이 뒤집히는 꼴을 보게 될 거다. 그냥 다 포기하고 지금부터라도 '우린 진짜진짜 몰랐어요ㅜㅜ 죄송해요ㅜㅜ' 하고 읍소하는 게 그나마 체면을 덜 구기는 방법 아닐까. 진영논리는 좋아하지 않지만, 적을 이길 수 없다면 최소한 자기 편한테 피해는 주지 않도록 하자. 2008년 여름 이후 피디수첩에는 완전 질려버렸고, 심지어 지지정당마저도 바꿨지만, 참 보고 있기가 안쓰럽다. 제발 이제 그만.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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