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9일 금요일

의대와 치대가 분리된 이유?

돌아다니다 어느 사이트에서 저런 질문을 봤다.
예전 어느 수업시간엔가 지나가는 얘기로 저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문득 궁금해진 김에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 두고 싶어서 검색을 해 봤다.

그랬더니 이런 게 나오는데,

http://www.histden.org/journal.htm

...미국 치의학사학회(?) 라는 곳에서 내는 치의학사 저널이란 게 있나 보다. 살짝 놀랐지만, 역사는 중요한 거니까. 아무튼 그 덕분에 예상 이상의 소득이 있었다. 재밌는 내용이 많을지도 :D

그래서,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와서, 치과대학은 왜 의과대학과 분리되어 있는 것인가에 대한 답은 여기에,

http://www.histden.org/journal/jhd_v51_2003_secured.pdf[footnote]이 자료에서 인용하고 있는 책들을 찾아보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학교 도서관에도 없는 것 같고, 더 이상 파고들 열의도 없고 여유도 없으니 이쯤에서 패스.[/footnote]

PDF 파일의 45~49 쪽을 보면, (미국) 최초의 치과대학의 설립과정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18세기 초에야 비로소 치의학 교육이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치과진료가 '아무나 하는 것'에서 '교육받은 전문가'의 손으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9세기 초에는 (당시의)치과의사들의 단체와 학술지가 만들어졌고.

초기 치과의사의 한 사람인 Horace H. Hayden 은 체계적인 치의학 교육과정이 필요함을 깨닫고,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치의학을 강의하는 등,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치의학을 포함시키려 노력하지만 결과는 실패. 해당 자료에 실린 Henry Willis Baxley 의 편지 내용으로 볼 때, 그 이유는 '기술적인 성격이 강하고 학문으로서의 체계가 부족하다...'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Some years before that time (i.e. the summer of 1839), Dr. H. H. Hayden, also of Baltimorem had delivered to a few medical students of the University of Maryland some lectures on Dental Physiology and Pathology. I was one of his class, and found the lectures very speculative and unsatisfactory. Certain it is, that those engaged in tooth pulling, filming, and filling, which then seemed the sole basis of the craft, took no interest in Dr. Hayden's attempt to enlighten them. Nevertheless, he is entitled to an effort, however unsuccessful, to give dentistry better claims to public confidence.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건, 치과치료가 이발사나 약장수들의 손에서 행해지던 시절에도 의학은 벌써 대학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거다. 확실히 의학과 치의학의 발달 과정은 역사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그래서 현재의 모습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의학과 치의학에 대해 갖는 인식의 차이는 이런 역사적 차이에서 어느 정도 기인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 결과,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치의학을 포함시키는 것을 거절당한 치과의사들은 독자적으로 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그 결과 1840년 2월, 최초의 치과대학인 Baltimore College of Dental Surgery 가 만들어진다. 이 학교는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는데, 이 학교의 홈페이지에도 그에 대해 간단히 언급되어 있다.

그때는 그랬다 치고, 그럼 지금은 어떨까? 의학도 물론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현재의 치의학도 그 때랑 비교하면 이젠 곤란하다. 현재는 (아마도)전 세계에서 의과대학과 치과대학이 분리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제는 의학 교육 과정에 치의학이 포함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학문체계의 통일성이라던가, 의료인 상호간의 의사소통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말이지... 근데 19세기 초 이후 치의학이 의학과 별개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만들어진 체계와 방대한 양의 지식을 생각해 보면, 안 그래도 많은 의대생들의 짐에 그것까지 얹어주는 건 인간적으로 할 짓이 못 되는 것 같다. 뭐, 혹시나 정말로 합치는 쪽이 더 낫다고 하더라도, 경로의존성이란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할 리는 없겠지.

의학을 'Art & Science' 라고 하기도 한다. 의학적 지식은 과학을 근거로 하지만, 그 지식이 의사의 손을 거쳐 환자에 적용되는 과정은 예술과 같다는 얘기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흔히 '치과의사 = dentist = 기술자' 라고들 생각하지만, 그런 단순노동 같고 그저 손기술일 뿐인 것 같은 치과치료행위도 이제는 수많은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이루어진다. 오죽하면 유명한 치과 교과서 중 하나의 제목은 아예 'Art & Science' 일까.

애초의 질문에서 벗어난 잡담이 길어졌는데, 이왕 길어진 김에 몇 마디 더 해 보자면, 그러니까 의료행위란 건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야 한다는 거다.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손기술이 아무리 용하고 신통해도 그건 의료행위가 아니라 그냥 무당짓이다. 요설로 사람들을 홀려서 사람들의 건강에 쓸데없이 해를 끼치고 쓸데없는 의료비 지출을 야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하다. 꼭 누구라고는 말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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