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4일 목요일

가셨군요

존엄사법 제정 숙제 남기고 떠난 김 할머니 (메디컬투데이)

그 과정이야 어떠했든, 마지막 순간에는 고통 없이 편하게 가셨길 바란다.

...사실 고통이라는 게 '신체조직의 실질적, 잠재적 손상과 연관되었거나 혹은 그렇개 묘사된 불쾌한 감각적, 정서적 경험' 이라고 정의되는 이상[footnote]고통(pain)에 대한 국제통증연구협회의 정의[/footnote] 의식불명 상태에 계셨던 분이 고통을 느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건 잘된 일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아직 좀 모자란 느낌이고, 그래서 좀 더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있는 게 어디야.


그에 대해서 모 국회의원들도 관련 법안을 만들어서 제출한 모양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솔직히 마음에 안 든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이니만큼 그걸 심의할 기구가 필요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건데, 거기 종교인이 왜 끼니. 제발 어떤 분야든 관련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끼리 하자. 토론이 되는 사람들끼리 하자. 시민단체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이해해줄 수도 있겠다. 근데 종교인이라니. 그들에게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기대하는 거냐. 그들이 이 논의의 진행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어떤 화두를 던져줄 수 있을까. 이와 관련된 논의에서 그들이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분야가 도대체 뭐냐는 말이다. (아니 그보다, 세상만사 중에 종교인이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 분야가 있긴 있을까) 사실 신상진 안에서 제시하는 국가윤리위원회의 구성에서 '의료인'이 6번, 그러니까 맨 끝번으로 나오는 것도 솔직히 난 불만인데, 거기에 종교인이라던가 시민단체라던가 하는 주체들을 집어넣는 걸 보면 순서 가지고 뭐라 하는 건 아직 사치인 것 같다.

지금 출처는 찾을 수 없지만 어디선가 들은 말에 따르면, 정말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 속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는다고 한다. 근데 어차피 죽을 거라면, 좀 편히 가게 해 주면 안 될까. 연명치료 중단한다는 게 그냥 호흡기 떼고 약 떼고 끝ㅡ소극적 안락사ㅡ인 거라면 난 싫다. 그렇게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 정말 말기의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결국 죽는 순간까지 그 고통과 혼자서 싸워야 된다. 정신적인 부분이야 개인의 의지나 상담치료 같은 걸로 어떻게 될 수도 있다고 쳐도, 육체의 고통은 죽는 그날까지 점점 더 심해질 뿐이다. 환자가 극심한 고통에 정신마저 놔 버리기 전에, 환자가 원할 때 보내 주자ㅡ적극적 안락사ㅡ는 얘기는 아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걸까? 신경을 자른다거나 마약류를 투여한다는 얘기는 들어 봤지만, 법 혹은 현장의 윤리가 그걸 어느 정도까지 허락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위험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자면, 조력 자살도 열어 주는 게 어떨까 싶다. 적극적 안락사와 같은 맥락으로, 어차피 죽을 사람이라면 좀 더 편하게 보내 주는 게 좀 더 인간적인 거 아닐까. 물론 여기선 얘기가 좀 더 복잡해진다. 큰 걸림돌이라고 하면 첫째로 자살 충동이 대부분 일시적인 것이거나 우울증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 그리고 둘째로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겠지. 그래서 대강 떠오르는 대로 몇 가지 절차를 제안해 보자면, 죽고 싶은데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편하게 가고 싶은 사람은 우선 일차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거다. 정신과 의사가 상담 후 판단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치료를 시행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죽음에 대한 의지가 변하지 않으면 일정한 서식에다가 자살을 막으려 했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음을 인증해 준다. 그러면 환자는 이차로 법률가를 찾아가서 정신과 의사의 인증을 확인받고 자신의 죽음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없음을 확인받으며, 더불어 유산과 유언 등의 사후처리 문제까지 마무리한다. 정신과 의사와 법률가의 인증을 받은 환자는 이제 (가칭)자살전문병원을 찾아가서 정신과 의사와 법률가의 인증을 확인받고 떠날 시간을 결정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환자는 다른 의사와 경찰의 입회 하에 병원에서 '죽음'을 시술받는다...

대충 생각해본 거지만, 어떤 식으로든 '편히 죽을' 권리까지도 보장하려는 사회가 자살에 대해서 나몰라라 하는 사회보다는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저런 식의 확인 장치가 갖춰져 있다면, 자살을 생각하던 사람들이(극히 일부라도) 좀더 편한 죽음을 꿈꾸며 병원으로 향할 수 있고, 또 그 중 일부는 죽을 마음이 없어져 돌아가게 될 수도 있으니 차라리 더 나은 일 아닐까. 물론 편하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사회 전체의 자살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그런 의지로 자살을 꿈꾸며 병원으로 향해 봐야 정말 심각한 정신적 질환이 일반인은 정신과 치료의 벽을 통과할 수 없을 테니 조력자살의 등장으로 사회의 자살률이 올라갈 거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자살률을 낮추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점을 생각하자. 물론 근본적으로는 사회구조를 바꾸고 복지를 강화한다... 라는 것이 모범답안이겠지만, 높은 자살률이 낮춰야 하는 그 무엇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뭔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어느새 또 등산해 버렸다. 김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런저런 글들을 읽으면서 딴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검색하다 보니 아래와 같은 책 한 권을 발견했는데, 나중에 한 번 읽어봐야겠다. 나온 지 좀 된 책이라 다 품절된 것 같고, e북만 파는 것 같아 웬지 좀 망설여지지만.
 


...아, 물론... 내가 지금 당장 죽고 싶다던가 뭐 그런 건 아니다. 다만 먼 훗날, 마지막이 가까이 왔다고 느껴진다면 약물의 도움을 받아 고통 없이 가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유언 같은 것도 미리 만들어 놔야겠다는 생각도 있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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