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6일 화요일

Iron lung


그제 들었던 어떤 강연에서 나왔던 사진이다. 처음엔 무슨 영화 장면인 줄 알았는데, 실제상황이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저건 1953년의 사진. 사진 속에 쭉 늘어선 원통형의 기계가 바로 제목에 적은 iron lung 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저건 호흡을 대신해주는 기계다. 환자를 기계 안에 눕히고 머리랑 목만 내놓게 한 다음, 기계를 밀폐하고 작동시키면 기계 내부의 압력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다. 기계 내부의 압력이 빠지면 가슴이 팽창해서 공기가 환자의 폐 속으로 들어가고, 기계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면 환자 폐 속으로 들어갔던 공기가 빠져나오는 식의 원리다.

저 기계는 1928년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금이야 뭐 기관내삽관을 통해서 저런 거대한 장비 없이 간단하게(물론 기관내삽관은 훈련받은 의사만 할 수 있지만) 호흡을 시킬 수 있지만 그 시절엔 그런 게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저 기계는 기관내삽관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특히, 1900년대 중반 소아마비로 인해 전신이 마비ㅡ호흡근을 포함해서ㅡ된 환자들에게 널리 사용됐다고 한다. 기관내삽관법이 개발되어 Iron lung의 사용을 대체해 갔지만 기관내삽관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에는 계속 사용되었다고 하고. 그래서 당시 소아마비로 저 기계에 들어가서 최근까지도 살아계셨던 분들의 이야기들이 있다[footnote]http://www.smh.com.au/national/dead-after-60-years-in-iron-lung-20091101-hqyy.html?autostart=1[/footnote][footnote]http://www.nytimes.com/2009/05/10/us/10mason.html?_r=2&scp=1&sq=iron%20lung&st=cse[/footnote].

저 기계 안에서 무려 60년간 계셨던 분도 있다. 소아마비 백신이 50년대 초에 개발됐으니 저 기계에 의존하는 분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당연히 60년 가까이 저 기계 신세를 진 걸로 계산되기는 하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저렇게 누워 있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거기다 60년이라니. 그래도 저 기사들에 나온 분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뭔가 열정을 쏟을 일들을 찾으셨으니 존경스럽달 밖에.

지금이야 소아마비 예방접종은 필수로 맞게 되어 있고[footnote]http://niptmp.cdc.go.kr/nip/schedule/ptninjschedule.asp[/footnote], 예방접종 덕에 소아마비는 박멸되었다고 선언된 상태[footnote]http://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health_detail&sm=tab_txc&ie=utf8&query=%EC%86%8C%EC%95%84%EB%A7%88%EB%B9%84[/footnote]니 저런 걱정은 거의 안 해도 되겠다. 의학이 그 정도 수준으로 발전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극히 최근의 일이고 보면, 현재의 인류는 그 수많은 생명의 위협을 견뎌내며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한 존재 아닐까. 의학을 발전시킨 인류만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번식하고 있는 종이라면 무엇이든 다 위대하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p.s. 강의 내내 딴짓하다가 우연히 본 사진이 기억에 남아 적어 봤는데, 어쩌다가 얘기가 여기까지 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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