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일 목요일

그놈의 무상급식 #2

예전에 썼던 그놈의 무상급식트랙백이 걸렸길래 몇 마디 더 써본다. 깊이 파고들고 싶은 주제도 아니고, 그래서 예전 글의 반복이 될 것 같고, 링크 따라가 보니 다른 데 글을 퍼다가 트랙백걸어논 것도 그렇고, 별로 안 좋은 느낌이 들어서 여러모로 썩 내키진 않지만 아무튼.

이 글인가 본데, 하나씩 보자.

첫째, 무상급식은 ‘교육’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초중고 12년 동안 매일 1시간, 180일 이상 학교급식 시간을 거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은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는 동시에 협동, 질서, 공동체의식 등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덕성을 함양하는 하나의 교육과정입니다.

'학교급식은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는 동시에... ...교육과정입니다.'
그러니까, '급식'을 해야 되는 이유 말고, 전면 무상급식을 해야 되는 이유를...orz

둘째, 무상급식은 ‘권리’입니다.

헌법 제31조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수업료 면제만이 아닌 실질적 무상의무교육 실현의 필요성 있으며, 국민으로써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입니다. 균등한 교육기회의 제공, 헌법 정신의 준수라는 측면에서 의무교육대상자에 대한 무상급식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법이란 건 어떤 시점에 한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의 반영이겠지만, 동시에 사회의 가치관이 변함에 따라서 그에 맞춰서 변해가야 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법은 글로 쓰여지는 순간부터 시대에 뒤떨어지기 시작한다고들 한다. '법이 이렇게 되어 있으니까 당연히 따라야지' 라는 형식은 그래서 곤란하다. '이게 바람직한 방향이니까 법을 바꿔서 가자'라던가, '이게 바람직한 방향이고 법 또한 그렇다'는 형식이어야지, '법이 이러니까 법대로 하겠다'는 말이 근거랍시고 제일 먼저 튀어나온다는 건 그만큼 주장을 뒷받침할 다른 이론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건 아닐까.

셋째, 무상급식은 ‘행복’입니다.

교실에서는 성적으로 차별받고 학교 밖에선 돈과 사회적 지위로 차별을 당하지만, 급식실에서 만큼은 유일하게 모두가 행복하며, 존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밥을, 같은 공간에서, 같이 먹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 개개인이 차별 당하지 않고,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눈칫밥 먹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당당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썼었지만, 바로 그런 걸로 사람을 차별해선 안된다는 걸 학교에서 가르쳐야 되는 거다. 또 그런 걸로 눈치밥 먹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당당하게 먹을 수 있도록 좀더 세련된 제도가 필요한 거고. 무상급식으로 시끄러운 와중에 선별급식을 하면서 어떻게 비밀유지를 하는가에 대한 해외 학교들의 사례에 대한 글들도 많이 돌았었는데 말이지. 이건 교육과 제도의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지, 보기싫다고 아예 덮어버리고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넷째, 무상급식은 ‘상생’입니다.

무상급식은 단순히 교육적 차원에만 한정되지 않고 학교에 내는 급식비에서 절감된 돈이 가계의 지출에 활용됨으로써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서민층과 중산층의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임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 단위로 농수산물을 공동구매해 활용하는 등 농어촌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금을 더 안 걷고도 할 수 있다는 얘긴데, 그 돈을 어디서 조달할 거냐고 물으면 설마 또 4대강 드립을 치려는 건 아니겠지. 근데 진짜, 그 돈을 조달할 방법에 대해서 들은 얘기라곤 4대강 안하면 된다는 것밖에 없는데, 정말이지 깝깝하다. 돈 얼마 안 든다고 하지만 급식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매년 일정액이 고정적으로 지출돼야 되는 사업인데, 그렇다면 그동안 어디선가 예산이 쓸데없는 데 계속 새나가고 있었다는 얘긴데, 이걸 먼저 밝혀내는 게 순서 아닐까? 그리고, 농수산물 공동구매는 무상급식 아니라도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 이상 어차피 하게 될 일일 텐데? 근데 농수산물을 대규모로 싸게 구매하려면 급식을 각 학교에서 직영하는 것보다 웬만큼 규모있는 회사에서 위탁하는 게 더 유리한 거 아닌가?

무상급식 주장하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들 그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자기들 주장에 반대되는 주장, 그러니까 '학교에서 급식을 하되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만 지원해주자'는 주장이 '학교에서 급식하지 말자'는 주장인 것처럼 몰아간다. 급식의 교육적 효과라던가, 농수산물 공동구매 같은 건 꼭 전면무상급식이 아니라도 가능한 일들이다. 다음아고라의 어중이떠중이들도 아니고, 국회의원이라는 작자가 저러고 있으니 보기에 좀 우울하다.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어렵고 복잡한 공약은 안 볼테니 쉽고 강렬하게 쓴다고 쓴 거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프레임을 비틀어서 재미 좀 봤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제 보면 볼수록 깝깝해진다. 얄팍한 선동은 이제 그만 좀 하자. 그게 아니라면, 저건 그냥 대민선전용이고 정말 제대로 된 이론적 근거가 따로 있지만 내가 게을러서 못 찾아낸 거라면 누구라도 제발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정말 어디서 들은 말대로 과감히 한나라당을 찍어야 쟤네들이 정신을 차리려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댓글 2개:

  1. trackback from: 무상급식, 단순한 ‘공짜 점심’ 이 아니다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마당 2010년 3월 31일자 (제2229호)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무상급식, 단순한 ‘공짜 점심’ 이 아니다 최양부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 <?xml:namespace prefix = u1 /> 학교급식을 의무교육차원에서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무상으로 모든 학생에게 확대실시하자는 주장이 6.2 지방선거를 앞두..

    답글삭제
  2. trackback from: 그놈의 무상급식 #3
    그놈의 무상급식 ‘차별’의 밥상을 넘어 ‘행복’의 밥상으로(펌글) 그놈의 무상급식 #2 무상급식, 단순한 ‘공짜 점심’ 이 아니다 ...자라는 아이들의 건강과 영양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일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다. (중략) ...먹는 문제가 풍요시대에는 문화의 문제이고 건강한 삶을 살기위한 교육의 문제라는 인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중략) ...우리는 예로부터 한 솥밥을 먹는 사람을 ‘..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