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7일 화요일

임종인과 그 패거리의 비매너

 내가 안산에 사는 것도 아니니까 제삼자는 그냥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으려니 영 짜증이 난다. 굳이 선거 전날 밤에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글을 쓰고 있는 건, (어차피 여기다 써놓는 글 누가 볼 것 같지는 않지만) 그냥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선거가 지나가 버려 말하기도 뭣한 시점이 되어 버리면 짜증날 것 같아서, 그리고 그냥 구경꾼 입장이지만 선거 결과가 마음에 안 들게 나오면 더 짜증날 것 같아서다. 사실 며칠 전부터 '김영환으로 단일화해라'라는 제목을 생각해 두고 글을 하나 쓸까 말까 하다가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는데, 단일화가 깨지는 바람에 제목이 바뀌었고, 미루다 미루다 어느새 선거 전날이 되는 바람에 지금 이 시간까지 잠도 못 자고 글 쓰고 있다. 제길.

이번 보궐선거에 대한 예비후보등록은 8월 12일부터였고, 이미 그 전에 당선자가 의원직을 박탈당하면서 전초전이 치열한 상황이었던 걸로 보인다. 낙선자 중 한 명이었던 임종인은 당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전략) ...  "무소속으로 나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임 전 의원은 "최근 지역에서 지난 총선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었는데, 근소한 차이지만 자신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임 전 의원은 민주당 입당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 (후략)


그 형태가 임종인 자신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든, 아니면 (주장했지만 결국 실패한) 야권 후보 단일화든, 반한나라당 전선이 분열되면 안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게 총선 때 깨진 원인 중 하나였을 테고.

그리고, 예비후보등록 후 출마자들의 윤곽이 대충 그려지기 시작한 시점에서 임종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략) ... 한 관계자는 "우리는 민주당에서 누가 내려오든 나갈 예정이기에 이미 선거 출마가 확정된 후보"라면서 "거물급 누가 공천이 되든 출마계획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다만 반MB 진영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으나 공천되지 못하거나 외부 인사가 전략 공천될 경우 들러리 역할만 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차라리 진보개혁진영의 후보로서 단일 후보가 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 (후략)

 10월 재보선 안산상록을 출마를 선언한 임종인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최근 일고 있는 낙하산공천 논란과 관련 “나는 본선 출마가 확정된 후보이므로 누가 내려오든 개의치 않는다”며 독자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 (중략 ) ...

- 민주당 입당설이 있는데?

= 제안이 온다면 검토는 해보겠지만 (제안이 안 오고) 낙하산이 온다는 얘기 아닌가? ... (후략)

임종인 “나는 본선 출마 확정…낙하산공천, 무리수 될 것” (시사서울 2009.8.17)


여전히 민주당 입당 가능성은 열어 두고 있으며,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뉘앙스도 여전히 풍기고 있다. 다만 기껏 공천 받으러 민주당 들어갔더니 전략공천으로 새되는 경우를 염려하고 있는 게 보이기는 한다. 실제로 전략공천 얘기는 계속 나오고 있었으니까.

(전략) ... 민주당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재목 안산상록을 지역위원장과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장관, 이영호 전 의원 등이 경쟁하고 있다. 무소속 예비후보인 임종인 전 의원도 경선으로 공천할 경우 민주당에 복당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선 전략공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선거구인데다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선거구라는 판단에서다. ... (후략)

정치권, 10월 재보선 공천경쟁 가열 (연합뉴스 2009.8.30)


그러나, 결국 민주당에서는 전략공천 얘기가 계속 나오다가 결국 포기. 여론조사를 경선삼아 후보를 내기로 결정, 김영환 후보를 공천했다.

 민주당은 28일 재보선이 치러질 안산 상록을에 대해 "안산 상록을의 경우 100% 여론조사를 통해 공천을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우상호 민주당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후보자 간에도 경선룰이 완벽하게 합의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산상록을 후보는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 김재목 현 지역위원장, 윤석규 전 청와대 행정관 중 1인이 여론조사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 (후략)

민주, 안산상록을 '여론조사'로 후보 결정 (뷰스앤뉴스 2009.9.28)

(전략) ... 안산 상록을은 안산 시장을 지낸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와 민주당 김영환 후보 간 대결이 예상된다. 김영환 후보는 1일 당내 경선에서 김재목 지역위원장을 10%포인트 앞서 후보로 결정됐다. ... (후략)

28일 `미니총선`…수원ㆍ안산ㆍ진천이 관전포인트 (한국경제 2009.10.1)


 이쯤 되면, 뭔가 반응이 있었어야 되는 거 아닐까? 전략공천 아니면 경선에 끼워 달라던가 그런 식으로.
그랬더니.

(전략) ... 임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야권 전체의 승리를 위한 후보 단일화를 민주당에 제안한다"며 "후보 등록 전까지 단일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중략) ...

그는 특히 "저는 야3당이 지지하는 후보이고, 야권 대통합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혁진보진영의 대표 주자로 안산상록을에서 반드시 압승을 거두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는 단일화 방식에 대해 "우선 민주당이 단일화에 응해야 한다"며 "논의 기구가 만들어지면 정치 협상, 선거인단 경선, 여론조사 등 방법이 정해지는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야3당의 지지를 함께 받고 있는 만큼 특정 당에 들어가는 것은 정치적 신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당분간은 무소속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인, 민주당에 "후보등록 전 후보단일화" 제안 (뉴시스 2008.10.8)


 그랬더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다른 당이 기껏 경선까지 해서 공천해 놨더니, 후보등록을 하지 말란다. 민주당이 후보 정한다고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있을 때는 밖에서 여론몰이하며 간보기하고 있다가 기껏 결정해 놓으니까 한다는 소리가 저거다. 이 글에는 안 적었지만, 열린우리당 탈당할 때의 그 기개, 통합민주당으로 합칠 때도 거부한 그 기개는 어디 가고 '야권 전체'라는 이름으로 어느새 '우리는 모두 친구'다. 그러면서 민주당에다 대고 '우선 단일화에 응하'라며 몰아대는데, 뭘 믿고 그러나 보면 자신은 '야 3당이 지지하는 후보이고, 야권 대통합을 위한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란다. 야 3당... 그거 대단해 보이지만 결국 셋이 합쳐서 민주당 반에 반이나 될까말까한 수준이고 보면, '난 이미 야 3당의 지지를 업고 있으니 야권 대통합을 위해 민주당이 양보하셈'이라는 주장을 어찌 저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단일화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 기구가 만들어지면 방법이 정해지는대로 따르겠다'고 쉴드는 쳤지만, 단일화란 것도 하나의 협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양쪽이 가진 패를 비교해봤을 때 애초에 임종인 측에서 저런 식으로 저런 태도로 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그나마 협상도 깨졌다.
안산상록을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 (투데이코리아 2009.10.19)
<종합>김영환·임종인 후보단일화 사실상 '결렬' (뉴시스 2009.10.18)

양쪽에서 서로 저쪽 책임이네 하고 싸우는 것 같긴 한데, 적어도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이거다.

(전략) ... 그는 "그런데 오후 들어 진보신당측이 민주당이 당명을 표기해 여론조사를 할 경우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며 "이에 따라 오전까지 이뤘던 합의가 파기됐고, 합의는 무산됐다"고 밝혔다. ... (후략)

<종합>김영환·임종인 후보단일화 사실상 '결렬' (뉴시스 2009.10.18)


 만약에 단일화된다고 했을때, 그리고 김영환으로 단일화된다고 했을 때 김영환이 민주당을 탈당해서 야 4당의 단일후보로 나설 게 아니었다면 전혀 의미없는 소리다. (이미 후보등록시한이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가능하지도 않았을 거다) 저쪽 얘기에 따르면 "그 이유는 적합도 조사란 어떤 사람이 단일 후보로 적합한지를 묻는 것이지 소속 정당의 적합도를 묻는 것이 아니기 때문" 이라고 하는데, 웃기지도 않다. 그럼 "선거란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혹은 대통령이나 아무 선출직 공무원)으로 적합한지를 묻는 것이지 소속 정당의 적합도를 묻는 것이 아니" 니까 선거에서 당명 다 뗄까? 아니면, "비례대표제는 어떤 당이 적합한지를 묻는 것이지 그 정당이 비례대표로 내세운 후보들의 적합도를 묻는 것이 아니" 니까 귀찮게 비례대표 후보 명단 사전에 공개하지 말고 그냥 투표한 담에 당에서 알아서 골라서 앉히라고 할까?

 선거는 인물만 보고 인물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고, 정치도 마찬가지다. 집도 절도 아무것도 없는 인물론의 한계는 사실 지난 대선에서 문국현이 잘 보여줬다. 문국현이 별볼일없는 지지율을 받으며 낙선한 걸 꼬집으려는 게 아니라, 정치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고 최소한 그와 사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그리고 그 사상에 이론적 근거와 배경을 제시해줄 수 있는 두뇌집단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걸 가장 쉽게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정당에 들어가는 것이고, 유권자가 그걸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후보자의 정당을 확인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당명을 표기할지 말지의 여부는 토론의 대상이 아니다. 절대 지우면 안 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링크한 기사 맨 끄트머리에 있는 민주당 대변인의 말을 곱씹어봐야 된다.

(전략) ... 노 대변인은 19일 ‘투데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단일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소속 정당을 표시하지 말라는 것은 민주당의 지지도가 더 높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며 “그러면 우리 민주당에서 임종인 후보에게 민주당에 들어와 경선을 하라고 했을 때 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산상록을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 (투데이코리아 2009.10.19)


...결국 이것 때문인 건 아니고? 대선 때 문국현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평소에는 민주당 신나게 까다가도 표가 아쉬울 때는 어김없이 와서 반한나라당 연대 운운하면서 달라붙는다. (근데 그 지지자들의 주장 중 하나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노선 차이는 없다는 거 아닌가? ) 지역주의 욕하면서도 전라도 표는 필요하고, 한나라당과 똑같다고 욕하면서도 반한나라당 연대를 위해 민주당의 표가 필요하니까 내놓으라는, 더군다나 자기 주제도 모르고 자기가 더(혹은 자기만) 훌륭하니까 민주당은 표만 몰아주고 뒤에 가만히 있으라는 사고.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 걸까? (이를테면, 지난 대선 때 자선당*에서 '보수진영 단일화해야 되는데 우리 이회창 후보가 더 훌륭하니까 무조건 우리 쪽으로 단일화해야 됨. MB랑 한나라당은 경상도+수도권 표나 내놓고 찌그러져 있으셈' 이라고 하는 상황을 설정하면 비슷한 예가 될까? )

아무튼 이렇게 된 거 한번 두고 보자. 아주 재밌는 구경거리가 될 듯 하다. 여론조사 결과도 몇 개 나와 있으니까 선거 당일 표심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는 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다. 다만, 단일화가 됐을 때 떨어진 후보 지지자들의 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그건 좀 아쉽게 됐다. 그리고, 만약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임종인은 욕을 좀 먹어야 된다. 정신 못 차리고 거기 동조한 3당도 함께.


* 정정 : 자유선진당은 지난 대선 이후에 창당했고, 이회창은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착각했다... 다만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