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0일 수요일

호랑이가 필요한가?

한국호랑이 과연 살아있을까

위 기사를 읽고 든 생각이다. 그래,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없겠지. 근데 저 기사에서는 '한국(남한) 에 호랑이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에 대해 좀 아쉬워하는 듯한 분위기가 읽히는데, 꼭 그래야만 하는 건지, 호랑이가 있으면 좋은 건지 난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 읽었던 글 하나가 생각났다.

고래와 호랑이, 일본<의 민족정기 말살정책> 탓에<만> 멸종?(제목 약간 수정)

나 어릴 때 동네 상가에서 빌려 보던 비디오를 틀면 제일 먼저 나오던 말이, 옛날에는 호환, 마마, 전쟁 등이 제일 무서운 어쩌구... 하는 내용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볼 때,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이 호랑이의 공포에서 벗어난 지는 백 년도 채 안 됐다. 그런데 이제 호랑이가 없는 걸 걱정하는 상황이라니.

그나저나 남한 지역에 야생호랑이가 다시 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질까. 멸종위기 동물의 유전자와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존했다는 데에서 오는 쾌감을 그로 인해 증가한 위험보다 더 중요하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남한에 그런 위험의 증가를 감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2008년의 어떤 사건 이야기는 굳이 꺼낼 필요도 없겠지). 사실 그런 주장 하는 사람들도 그 자신이 산에 올랐다가 호랑이에 물려가는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안 되어 있을 거다[footnote]마침 요새 영어공부 좀 해보겠다고 듣던 스티브 잡스의 어느 연설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Even people who want to go to heaven don't want to die to get there."

......[/footnote].

반대로, 남한 지역에 야생호랑이가 다시 살기 시작한다면 호랑이는 좀 더 '행복'해질까. 위에서는 백 년 그거 별로 대단하지 않은 시간인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강산이 열 번 변한다는 시간이다. 인간은 숲을 밀어내고 집을 지었고, 상위 포식자인 호랑이가 없어졌으니 먹이사슬의 하위에 있는 기타 동물들은 더욱 번성해야 했겠지만 인간들의 공세에 밀려 오히려 호랑이처럼 거의 자취를 감췄다. 마리당 연간 3톤 정도의 먹이가 필요하다는 호랑이를, 50마리 정도의 집단이 경기도 정도 넓이의 숲을 필요로 한다는 호랑이를 남한의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먹여살릴 수 있을까.

그래서, 난 기사의 앞부분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보면서, 뭔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괴이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거다.

한국범보존기금이 9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홀에서 연 ‘한국범 복원의 길’ 토론회에서 범 전문가들이 답을 내놓았다. 한 마디로 ‘한국범은 있다, 그러나 남한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노력한다면 먼 미래에 한반도 남쪽까지 한국범을 복원할 수는 있다. 

...그러니까 그 노력을 왜 해야 되는데. 한국범보존기금이라는 단체는 러시아 동부에 남아있다는 한국호랑이를 보존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남한 땅에 호랑이를 복원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설마?




...뭐, 처음 기사가 애초에 의도한 바가 '한국 호랑이가 사라져서 너무 아쉽고, 그러니까 어떻게든 한국호랑이를 우리 영토 안에서 살려 보자!' 가 아니었다면 내가 글을 대충 읽고 헛다리를 짚은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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