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내 글에 달린 트랙백 몇 개를 지운 적이 있다. 도대체 이게 왜 내 글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랬다(그나마도 소심한 나머지 좀 고민했다). 물론 트랙백은 이런 상황에서만, 이럴 때만, 이런 이유로만 달아야 한다... 하는 규정 따위 없을 테지만, 최소한 한 가지에는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바로,
원글에 대한 의견, 혹은 원글과 관련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물론 이마저도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일 뿐이다. 근데, 트랙백이란 게 결국 다른 사람 블로그 글에 '내가 이런 글 썼어요' 하는 링크를 굳이 생성하는 일이고 보면, 원글 글쓴이를 포함해서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트랙백 걸린 글이 원글에 대한 동조든 반박이든 또다른 무엇이든 어쨌든 원글의 내용과 뭔가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할 거다. 원글의 내용과 아무 관계없는 트랙백이라면 그건 낚시고 스팸 아닐까. 뭔가 있을까 싶어서 들어가본 원 글쓴이와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 짓이란 말이다.
다시 트랙백 지운 얘기로 돌아가서, 며칠 전에
NASA, 2012 종말론을 반박하다 란 글을 쓴 적이 있다. 2012년 지구종말론에 대해 NASA 가 반박하고 나선 것을 번역한 글이다. 영화 <2012> 와는 관계없는 내용이다. 지금은 다 지워버렸지만 그 글에 트랙백이 두 개인가 걸렸었다. 뭔가 하고 들어가봤더니 영화 <2012> 감상평이었다. 혹시나 해서 다 읽어봤지만 영화에 대한 얘기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NASA에서 2012년 종말론을 반박한 거랑, 영화 <2012>랑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2012>를 보진 않았지만 내가 알기로 진지하게 종말론의 과학적 이론과 근거를 파헤치며 종말론에 열광하는 사회현상에 대해 심리적 사회적 분석을 시도한 논픽션 종말이론 과학심리사회 다큐멘터리이기는 개뿔, 그냥 볼거리에 충실한 스케일 큰 재난영화일 뿐이다. NASA의 반박과 영화 <2012> 가 공유하는 건 '2012'라는 키워드 뿐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 글을 쓰면서 기대했던 건 종말론자들의 열폭이나, 과학주의자들의 동조나, 종말론에 열광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 같은 거. 그러니까 종말론의 내용이 과학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한 생각이나 종말론 유행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사람들도 그 글에 트랙백이 달린 걸 본다면 그런 걸 기대하지 않을까? 근데 왜 뜬금없이 영화 <2012> 감상문만 줄줄이 달리느냔 말이다.
그래서 난 참 궁금한 게, 도대체 글을 읽기나 하고 트랙백을 거는 걸까? 그냥 태그 갖고 검색해봐서 뜨는 글들에다가 무작정 트랙백 걸고 돌아다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트랙백 걸고 다니면 분명 블로그 방문자 수를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아무리 방문자수가 탐나고 인기블로거가 되고 싶어도 적당히 하자. 기껏 트랙백 걸린 글 읽으러 갔다가 전혀 관계없는 글 보고 허탈해할 사람들 생각도 좀 해 줘야지. 이건 매너의 문제고 에티켓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글에 '2012' 라는 태그를 넣어 보았다. 글 안 읽고 태그 검색해서 트랙백만 걸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로 있는지 실험 좀 해 보려고. 이렇게까지 써 놨는데 이 글에 또 영화 <2012> 감상평이 달린다면 정말 그렇다는 얘기겠지. 영화 <2012> 관련 글이 아니라도, 다른 글에 대해서도 앞으로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트랙백 삭제는 물론이고 아예 이 글을 거기다 트랙백 걸어 줄 테다. 비록 별볼일없는 듣보잡 블로그지만 앞으로 뻘트랙백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그러니까,
트랙백 달기 전에 원글부터 좀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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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담인데 - 1
이건 여담인데, 좀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과학계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 한다. 논문 말미에 참고문헌, 인용문헌들을 주욱 나열하면서 실제로 읽지도 않은 문헌들을 막 집어넣는 것 말이지. 이런 글이 있다.
...굳이 번역하자면 "
(원문을)좀 읽고 인용하자!" 정도 되겠지.
한
편의 논문이 나오기까지 쓰는 사람도 많은 신경을 쓰고, 리뷰하는 쪽도 신경써서 보겠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그래도
오타가 최종판까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출판되는 경우가 있다. 본문뿐만 아니라 인용문헌의 서지정보도 마찬가지고. 일단 좀 유명한
논문의 인용문헌 부분을 뒤져서 서지정보에 오타가 있는 걸 찾아내고, 그걸 가지고 검색해 봤더니,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오타가
있는 논문들이 줄줄이 걸려들더란 거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1. 갑이란 사람이 논문에 '을에 따르면 A는 B다' 라고 적으며 을의 논문을 인용한다.
2. 갑은 자신의 논문에 을의 논문 서지정보를 적다가 오타가 났다.
3. 병이란 사람이 논문을 쓰면서 갑의 논문을 읽고 '을에 따르면 A는 B다' 라고 적는다.
4. 병은 갑의 논문에 달린 을의 논문 서지정보를 그대로 긁어 붙인다.
point 1. 병은 을의 논문을 읽지 않았다.
point 2. 갑이 만든 오타는 병의 논문에 그대로 남는다.
대강 이런 식이다. 1번에서 갑이 쓴 논문이 좀 간지나는 논문이라면 그냥 줄줄이 낚이는 거다. 물론 이건 논문 표절이나 데이터
조작같은 중범죄는 아니다. 다만 저자의 체면과 신뢰도, 성실성의 문제지. 어쨌든 요지는 그러니까 한 다리 건너서 듣는 말을
그대로 믿지 말고 원출처를 찾아서 확인하라는 거다. 더불어 서지정보 적을 때도 신경 좀 쓰자는 거고 :D
그 결과 저자들의 결론은 '
인용할 때 원문을 찾아 읽는 사람들은 20% 정도밖에 안 된다' 는 것. 살짝 충격이긴 하지만, 실제로 유혹을 많이 받는다. 좀 괜찮은 종설논문 몇 개 읽고 거기 달린 인용문헌 정보만 갖다 붙이는 거... 왜냐면, 그거 다 찾아 읽고 있으면 너무 힘들거든 orz
다만, 서지정보의 오타만 가지고 분석하는 방법을 그대로 믿기는 좀 그런 게, 이를테면 PubMed에서 논문 찾다 보면 애초에
거기에 올라와 있는 서지정보 자체가 잘못돼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즘 세상에 논문 쓰면서 인용문헌 서지정보 직접 쳐서
입력하는 사람은 없을 거고, 대부분이 EndNote 같은 프로그램 갖다가 서지정보를 웹에서 불러와서 입력할 텐데, 애초에 원본이
틀려 있으면 답이 없는 거니까.
뭐... 그렇다고 해도, 저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여전히 유효하다. 인용하려면
원문을 찾아서 읽으라는 거지. 다른 논문에서 '누구에 따르면 이렇다더라'라고 인용돼 있어서 '이거다!' 싶어서 찾아 읽어보면
인용한 쪽과는 뭔가 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서 당황한 적도 가끔 있었다. 그러니까,
인용하려면 원문을 직접 찾아 읽고,
트랙백 달기 전에 원글부터 좀 읽자.
...본의아니게 뻘소리만 늘어놓는 꼴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이건 여담인데 - 2
블로그를 만들고 나서 어디 다른 블로그에 답글을 달거나, 트랙백을 걸거나, 아니면 다른 사이트에 주소 같은 걸 남긴 적도 없다.
물론 다른 블로그 돌아다닌 기록은 해당 블로그에 남았을 테고, 나우세이란 데에 피드를 걸어 놓기는 했지만... (최근글이 왜 등록이 안 되나 궁금했는데, 대충 둘러보니 뭔가 문제가 생긴 걸까. 10월 20일 즈음부터 새 글이 안 올라오는 듯하다)
그냥 가끔 심심할 때나 짜증날 때 글이나 좀 썼지, 무슨 소통이나 홍보 같은 활동은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어느 정도
방문자 숫자가 뜨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그래봐야 10 넘으면 많이 찍히는 거지만.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가끔 평소보다
많이 뜨면 기분좋기는 하다.
블로그 열고 얼마 되지 않아서는 스팸댓글이 꼬이기 시작했다. 뭔가 차단하고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혹시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처음엔 그냥 삭제만 했는데 며칠 해보니까 너무
귀찮아서 도저히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 전부 아이피를 차단했다. 그랬더니 조용해지긴 했는데... 한편으로 내 블로그에
카운트되는 방문자 수는 스팸이 상당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텍스트큐브닷컴으로 갈아타기 전에 네이버에서 블로그 할
때는 그런 류의 스팸은 없었으니까.(물론 방문자 수도 훨씬 적었고)
근데, 스팸보다 더 짜증나는 게 뻘트랙백이다. 스팸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지우고 아이피 차단하면 되는데, 뻘트랙백은 이게 뭔 소린가 한번 읽어봐야 되고, 이걸 지울까 말까 하고 또 고민해야 되거든. 그러니까 오늘의 결론,
트랙백 달기 전에 원글부터 좀 읽자.
이건 여담인데 - 3
그리고 진짜 여담인데, 내가 트랙백을 건 글(내 글에 걸린 트랙백 말고. 그러니까 그 반대방향)을 볼 수 없는 건 불만이다(좀 많이). 이글루스나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보이는 것 같은데...
* 여기다가 영화 <2012> 감상평 달러 온 사람은 아직 없었지만, '2012' 태그는 삭제.
공감하는 동시에 저도 살짝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 그리고 여담 3번의 내용도 적극 공감합니다~ 빨리 기능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답글삭제정말이지 무분별한 트랙백 짜증이 납니다. 머.. 관련 없는 트랙백은 확인 하자마자 삭제는 하고 있지만요..
답글삭제읽지도 않고 막 날리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더라구요;;
공감글 잘 보고 갑니다.
@CANO - 2009/11/23 09:37
답글삭제답글 감사합니다. 자기가 어디다 트랙백 걸고 다녔는지 글 밑에 주루룩 나타나면 무분별한 트랙백도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D
@momogun - 2009/11/23 14:00
답글삭제감사합니다. 덧글이나 트랙백 쓸 때 승인하고 승인받고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렇게 해 놓는 분들 마음도 이해가 가더라구요.
제 서리/성애 등을 설명하는 과학글에 흰머리 치료하는 병원 홍보성 글이 트랙백 되어 있어서 조금 전에 지웠습니다. ^^;;;
답글삭제@goldenbug - 2009/11/25 11:45
답글삭제이거... 이 문제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제 글이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D
저도 크게 공감합니다. 주제와 완전 일치하지 않더라도 최소 태그 2개의 정도 수준은 맞는 글을 트랙백에 달려야지 좀 뜬금없는 트랙백이 좀 있더구요.
답글삭제@용오름 - 2009/11/27 14:37
답글삭제답글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미리 막을 방법도 없고 트랙백 걸린 다음에 차단하든 지우든 하는 방법밖에 없으니 참 답답한 일이죠...
공감합니다. 전 전에 음악 가사해석을 하면서 싱글이라는 태그를 달았더니 싱글이 어쩌고 커플이 어쩌고 하는 트랙백이 달리더군요;; 제목만 봐도 다른 주제란 걸 눈치챌 수 있었을 텐데 씁쓸하더라구요....
답글삭제@부두인형 - 2009/11/29 14:42
답글삭제싱글이라니, 그건 좀 강력한데요(...) 태그 검색해서 자동으로 막 트랙백 걸고 돌아다니는 스크립트 같은 게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D
trackback from: 트랙백,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가요?
답글삭제제 블로그는 아직 작은 블로그에 불과하지만 심심찮게 트랙백이 들어오곤 합니다. 관련글이라고 하여 주로 본인의 글과 비슷한 주제의 글들에 트랙백을 보내거나 받곤 하죠 하지만 전혀 상관없는 글로도 트랙백이 들어오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스팸이나 터무니없는 광고인 경우는 그래도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트랙백도 블록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만 정말 기계적인 트랙백에 불과한 듯 해서 삭제를 고민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관련없는 트랙백은 삭제하는 것..
제 이런 트랙백이 뻘 트랙백일수도.. ^^;;;;
답글삭제포스트 잘 읽었습니다.
전 삭제는 아직 못하고 있지만
고민이 좀 되기는 하네요 이걸 지워도 되나... 하고요 ^^;;
@CHUL - 2009/12/04 15:01
답글삭제전혀 뻘트랙백 아닙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죠. 처도 처음에 뻘트랙백이 달렸을 때 이걸 지울까 말까 엄청 고민했었는데요. 근데 일단 한 번 지워 보세요! 쾌적한 블로그 생활이 펼쳐집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