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트랙백 달기 전에 원글부터 좀 읽자.

최근에, 내 글에 달린 트랙백 몇 개를 지운 적이 있다. 도대체 이게 왜 내 글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랬다(그나마도 소심한 나머지 좀 고민했다). 물론 트랙백은 이런 상황에서만, 이럴 때만, 이런 이유로만 달아야 한다... 하는 규정 따위 없을 테지만, 최소한 한 가지에는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바로,

원글에 대한 의견, 혹은 원글과 관련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물론 이마저도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일 뿐이다. 근데, 트랙백이란 게 결국 다른 사람 블로그 글에 '내가 이런 글 썼어요' 하는 링크를 굳이 생성하는 일이고 보면, 원글 글쓴이를 포함해서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트랙백 걸린 글이 원글에 대한 동조든 반박이든 또다른 무엇이든 어쨌든 원글의 내용과 뭔가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할 거다. 원글의 내용과 아무 관계없는 트랙백이라면 그건 낚시고 스팸 아닐까. 뭔가 있을까 싶어서 들어가본 원 글쓴이와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 짓이란 말이다.

다시 트랙백 지운 얘기로 돌아가서, 며칠 전에 NASA, 2012 종말론을 반박하다 란 글을 쓴 적이 있다. 2012년 지구종말론에 대해 NASA 가 반박하고 나선 것을 번역한 글이다. 영화 <2012> 와는 관계없는 내용이다. 지금은 다 지워버렸지만 그 글에 트랙백이 두 개인가 걸렸었다. 뭔가 하고 들어가봤더니 영화 <2012> 감상평이었다. 혹시나 해서 다 읽어봤지만 영화에 대한 얘기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NASA에서 2012년 종말론을 반박한 거랑, 영화 <2012>랑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2012>를 보진 않았지만 내가 알기로 진지하게 종말론의 과학적 이론과 근거를 파헤치며 종말론에 열광하는 사회현상에 대해 심리적 사회적 분석을 시도한 논픽션 종말이론 과학심리사회 다큐멘터리이기는 개뿔, 그냥 볼거리에 충실한 스케일 큰 재난영화일 뿐이다. NASA의 반박과 영화 <2012> 가 공유하는 건 '2012'라는 키워드 뿐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 글을 쓰면서 기대했던 건 종말론자들의 열폭이나, 과학주의자들의 동조나, 종말론에 열광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 같은 거. 그러니까 종말론의 내용이 과학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한 생각이나 종말론 유행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사람들도 그 글에 트랙백이 달린 걸 본다면 그런 걸 기대하지 않을까? 근데 왜 뜬금없이 영화 <2012> 감상문만 줄줄이 달리느냔 말이다.

그래서 난 참 궁금한 게, 도대체 글을 읽기나 하고 트랙백을 거는 걸까? 그냥 태그 갖고 검색해봐서 뜨는 글들에다가 무작정 트랙백 걸고 돌아다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트랙백 걸고 다니면 분명 블로그 방문자 수를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아무리 방문자수가 탐나고 인기블로거가 되고 싶어도 적당히 하자. 기껏 트랙백 걸린 글 읽으러 갔다가 전혀 관계없는 글 보고 허탈해할 사람들 생각도 좀 해 줘야지. 이건 매너의 문제고 에티켓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글에 '2012' 라는 태그를 넣어 보았다. 글 안 읽고 태그 검색해서 트랙백만 걸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로 있는지 실험 좀 해 보려고. 이렇게까지 써 놨는데 이 글에 또 영화 <2012> 감상평이 달린다면 정말 그렇다는 얘기겠지. 영화 <2012> 관련 글이 아니라도, 다른 글에 대해서도 앞으로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트랙백 삭제는 물론이고 아예 이 글을 거기다 트랙백 걸어 줄 테다. 비록 별볼일없는 듣보잡 블로그지만 앞으로 뻘트랙백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그러니까,

트랙백 달기 전에 원글부터 좀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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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담인데 - 1


이건 여담인데 - 2


이건 여담인데 - 3



* 여기다가 영화 <2012> 감상평 달러 온 사람은 아직 없었지만, '2012' 태그는 삭제.



댓글 13개:

  1. 공감하는 동시에 저도 살짝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 그리고 여담 3번의 내용도 적극 공감합니다~ 빨리 기능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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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이지 무분별한 트랙백 짜증이 납니다. 머.. 관련 없는 트랙백은 확인 하자마자 삭제는 하고 있지만요..



    읽지도 않고 막 날리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더라구요;;



    공감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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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CANO - 2009/11/23 09:37
    답글 감사합니다. 자기가 어디다 트랙백 걸고 다녔는지 글 밑에 주루룩 나타나면 무분별한 트랙백도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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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omogun - 2009/11/23 14:00
    감사합니다. 덧글이나 트랙백 쓸 때 승인하고 승인받고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렇게 해 놓는 분들 마음도 이해가 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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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제 서리/성애 등을 설명하는 과학글에 흰머리 치료하는 병원 홍보성 글이 트랙백 되어 있어서 조금 전에 지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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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goldenbug - 2009/11/25 11:45
    이거... 이 문제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제 글이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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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도 크게 공감합니다. 주제와 완전 일치하지 않더라도 최소 태그 2개의 정도 수준은 맞는 글을 트랙백에 달려야지 좀 뜬금없는 트랙백이 좀 있더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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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용오름 - 2009/11/27 14:37
    답글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미리 막을 방법도 없고 트랙백 걸린 다음에 차단하든 지우든 하는 방법밖에 없으니 참 답답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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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공감합니다. 전 전에 음악 가사해석을 하면서 싱글이라는 태그를 달았더니 싱글이 어쩌고 커플이 어쩌고 하는 트랙백이 달리더군요;; 제목만 봐도 다른 주제란 걸 눈치챌 수 있었을 텐데 씁쓸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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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부두인형 - 2009/11/29 14:42
    싱글이라니, 그건 좀 강력한데요(...) 태그 검색해서 자동으로 막 트랙백 걸고 돌아다니는 스크립트 같은 게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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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trackback from: 트랙백,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가요?
    제 블로그는 아직 작은 블로그에 불과하지만 심심찮게 트랙백이 들어오곤 합니다. 관련글이라고 하여 주로 본인의 글과 비슷한 주제의 글들에 트랙백을 보내거나 받곤 하죠 하지만 전혀 상관없는 글로도 트랙백이 들어오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스팸이나 터무니없는 광고인 경우는 그래도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트랙백도 블록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만 정말 기계적인 트랙백에 불과한 듯 해서 삭제를 고민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관련없는 트랙백은 삭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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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제 이런 트랙백이 뻘 트랙백일수도.. ^^;;;;

    포스트 잘 읽었습니다.

    전 삭제는 아직 못하고 있지만

    고민이 좀 되기는 하네요 이걸 지워도 되나...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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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CHUL - 2009/12/04 15:01
    전혀 뻘트랙백 아닙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죠. 처도 처음에 뻘트랙백이 달렸을 때 이걸 지울까 말까 엄청 고민했었는데요. 근데 일단 한 번 지워 보세요! 쾌적한 블로그 생활이 펼쳐집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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