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터넷 유감과 조갑제닷컴 안드로메다 기행김대중 전 대통령 사망 당일, 수많은(아마도 모든) 인터넷 사이트들은 검은 톤의 근조 배경으로 갈아입고 포털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라는 기사를 긴급속보로 내보냈다.
고인을 애도하는 건 좋은데, 솔직히 별로 마음에 안 든다. 더군다나, 포털의 배경화면 바꾸기나
서거라는 표현은 노무현 사망(과 당시 네티즌들의 압력)으로 인한 학습효과처럼 보여서 더더욱 마음에 안 든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한 정보이기 때문에 장담은 못하지만, 2006년 최규하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내 기억으로 배경을 검게 바꾼 포털사이트는 없었다. 애도를 다른 사람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각자 자기 마음 속에서 하면 되는 걸 굳이 며칠동안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가 검은
톤으로 갈아입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냐는 거다. 더군다나, 어차피 사람들이 인터넷하면서 계속 그 화면을 보고 있다고 해도,
인터넷 공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문이나 애도와는 별 상관없는 일을 한다.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배경화면 바꾸기인가? 노무현 때나 이번의 소동ㅡ검은색 배경화면이나 서거 파동ㅡ은 결국 인터넷의 철없는 일부 빠들의 정신적 자위행위를 위한 건 아닌가?
또, 지금까지 사망한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를 봐도 서거라는 표현은 노무현 이후에 굳어진 걸로 보인다(아래 자료 참고). 그리고, 노무현 사후 '서거가 옳은 표현이다, 포털사이트는 왜 애도를 표시하지 않느냐'며 설레발치던 일부 네티즌들의 행태를 기억하고 있다.
역대 전직대통령 사망 관련 신문기사 제목
이하는 역대 전직대통령(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노무현, 김대중) 사망을 다룬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이다. 네이버
인물사전에 나오는 역대 전직대통령들의 사망일을 기준으로 해서 그 다음날의 기사 중 대통령 사망을 다룬 제목들을 모아 봤다. 좀더
여러 신문사들의 기사를 살펴봤으면 더 좋았겠지만,
- 지금까지 사망한 모든 전직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갖고 있는 신문
- (즉, 창간일이 가장 먼저 사망한 이승만 사망일보다 이른 신문)
- 해당 날짜의 신문지면이 PDF로 데이터베이스화 되어있는 신문
- 해당 날짜의 기사 제목을 무료로 (-_-;) 볼 수 있는 신문
대한민국의 모든 신문을 검색해본 건 아니지만, 1번 조건을 만족한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서울신문/경향신문/한국일보 중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한 건 아쉽게도 조선일보밖에 없었다. 동아일보는 해당 기간의 PDF파일을 갖고 있었지만 제목을
무료로 확인할 수 없었고, 나머지 신문은 원하는 기간의 PDF파일을 갖고 있지 않았다. 아무튼, 그래서 조선일보의 제목을 보면(순서는 사망한 순서, 굵은글씨는 내가 강조함),
이승만 (1965년 7월 19일 사망, 1965년 7월 20일 기사 제목)
- 李承晩박사 운명. 어제 저녁 하와이 망명 5년만에, 조용히 닫힌 파란의 90평생
- 李承晩박사 서거, 朴대통령 담화. "깊은 애도 금할 수 없다", 장례식 절차 협의
- 내가 아는 李承晩박사. 평생을 고독 속에, 양자 셋 씩이나
- 李承晩박사의 운명에 붙임. 李孝祥 국회의장, 평생을 국가 민족에 / 朴順天 민중당 대표, 공로를 잊을 순 없어 /
許政 민중당 최고위원, 국장으로 하였으면 / 金泳三 민중당 대변인, 영구 따뜻이 맞자 / 李在鶴前 민의원 부의장, 부모 잃은
듯한 심정 / 李範奭 前국무총리, 한 없이 애통스럽다
- [ 사설 ] 李承晩 박사의 부음에 접하여
- 풍운의 파노라마 90년. 눈으로 보는 李承晩 박사의 일생
- 인간 李承晩, 그의 생애 어록과 유산. 해외망명 30여년, 귀국길 막은 고국 정세 어록, 불의에 항거해야 살아있는 민중이다
- 李承晩 박사 부음에 밤 지새운 이화장. 흐느낌도 밤을 세워
박정희 (1979년 10월 26일 사망, 1979년 10월 27일 기사 제목)
- 朴正熙대통령 유고. 국방부에 각료들 모여. 초저녁부터 군-경 비상
- 朴正熙대통령 유고. 포고문발표. 모든 대학 휴교 조치… 집회금지
- 朴正熙대통령 유고. 대통령권한대행에 崔총리. 유고내용 심각… 9시반에 공식발표
- 朴正熙대통령 유고. 건국후 네번째
- 朴正熙대통령 유고. 도심요소 탱크 진입
윤보선 (1990년 7월 18일 사망, 1990년 7월 19일 기사 제목)
- 윤보선 전대통령 별세;어제 저녁 안국동 자택서 93세로 23일 발인;
- 타계한 윤 전대통령 생애-정치 역정;5ㆍ16으로 하야 반 박투쟁 일관;아산 명문 출생 20세때 임정 참여;63년 선거 석패 "정신적 대통령이다";신한당등 창당 선명야당 내걸어;
최규하 (2006년 10월 22일 사망, 2006년 10월 23일 기사 제목)
- 최규하 前대통령 별세;국민葬… 26일 영결식
- 최규하 前대통령 별세;빈소 이모저모 YS·DJ 조문… 전두환·노태우씨 “안타깝다”
- 최규하 前대통령 별세;12·12, 5·18… ‘현대사의 비밀’ 끝내 안고 가
- 최규하 前대통령 별세;전직 대통령들 건강은 DJ 신장이상 투석치료… 노태우씨 전립선 수술
노무현 (2009년 5월 23일 사망, 2009년 5월 24일 기사 제목)
- [盧 前대통령 서거] 金법무 "盧 前대통령 수사 종료";검찰 '공소권 없음' 결정… '박연차 게이트' 수사 속도 늦추기로
- [盧 前대통령 서거] 李대통령 "애석하고 비통… 정중하게 모시라";김형오 의장 "불행한 일 다시 일어나선 안돼"
- [盧 前대통령 서거]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어제 새벽 봉하마을 私邸 뒷산서 투신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 고통" 유서
- [盧 前대통령 서거] 유족에 국민葬 제의
- [盧 前대통령 서거] "깊은 애도… 영원한 평안 기원";종교지도자들 메시지
- [盧 前대통령 서거] "담배 있나" "없습니다" "됐다"… 갑자기 투신;경호원에 "부엉이바위에 요즘도 부엉이 사나?"
- [盧 前대통령 서거] 14줄 유서… 주변에 대한 미안함·고통·한탄 드러내
- [盧 前대통령 서거] 마을회관에 안치… 봉하주민·지지자들 오열;李대통령 화환 짓밟기도
- [盧 前대통령 서거] 권양숙 여사, 시신 확인 후 실신
- [盧 前대통령 서거] 안희정 "現정권 원한게 이런거냐" 김두관 "MB정부 너무 잔인하다";측근들 모여 거칠게 비난
- [盧 前대통령 서거] 노사모 사이트 접속폭주 '다운';일부는 "시청으로 모이자"
- [盧 前대통령 서거] 검찰 "슬프고 안타깝다";충격, 당혹… 박연차 수사 일정 변경 불가피
- [盧 前대통령 서거] "나를 버려달라" 한달만에 '세상을 떠나는 길'로;검찰 수사에서 자살까지
- [盧 前대통령 서거] "추모행사가 시위로 번질라" 경찰, 비상근무 체제 돌입
- [盧 前대통령 서거] 전국 곳곳 '시민 분향소' 설치 스포츠경기도 단체응원 자제
- [盧 前대통령 서거] 李대통령, 당분간 외부일정 줄이고 '애도기간';한나라 "최고 예우 갖춰달라" 정부에 요청… "광화문을 촛불에 넘겨줄라" 민심 촉각
- [盧 前대통령 서거] 장례 어떻게 되나;관례 따르면 '국민장' 유족 원하면 '가족장' 묘소도 대전현충원? 선산?
- [盧 前대통령 서거] 봉하마을 간 韓총리·이회창 총재, 노사모가 막아 조문 못해 [盧 前대통령 서거] 유가족 예우는;권양숙 여사에게 유족연금 경호 등 달라지는 건 없어
- [盧 前대통령 서거] DJ "내 몸의 반이 무너진것 같아" YS "매우 충격적이고 불행한 일";전직 대통령들 애도
- [盧 前대통령 서거] 선진당 "대립과 분열 아닌 이해와 화해의 전기 되기를";민노 "믿기지 않는 비극… 책임져야할 사람 있어"
- [盧 前대통령 서거] "안타까운 일… 혼란 없게 지혜 모아야";재계 충격과 놀라움
- [盧 前대통령 서거] "한국의 비극… 허망하다";시민·사회단체들 "국가 차원에서 슬픈 일" 침통
- [盧 前대통령 서거] 충격에 빠진 민주당 "슬픔을 감출 길이 없어";소속 의원 전원 대기령 검찰 수사 문제 삼을듯
- [盧 前대통령 서거]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逝去를 애도한다
- [盧 前대통령 서거] 아소 日총리 "깜짝 놀랐다"… 美 관리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 벌어져" BBC "재임중 롤러코스터 연속"… 中방송 "이미지 추락 스스로 용납못해";외국 정부·언론 반응
- [盧 前대통령 서거] 해외 한국전문가들 반응
- [盧 前대통령 서거 / 파란만장한 생애] 가난·권위·지역주의 벽에 도전한 '풍운의 삶';인권변호사 거쳐 정계 입문 5共청문회 스타로 떠올라
- [盧 前대통령 서거] 역대 대통령들의 불운한 말년;망명… 시해… 유배… 수감… 아들 구속…
김대중 (2009년 8월 18일 사망, 2009년 8월 19일 기사 제목)
- [팔면봉] 김대중 전 대통령, 85세를 一期로 서거 외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李대통령 "큰 정치 지도자 잃었다" 애도;'3金시대' 마감… 정부·유족 장례절차 논의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YS "화해도 경쟁도 40년을 함께 했는데…";전두환 "이렇게 빨리 가시다니" 건강 안좋은 JP, 측근통해 조의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한국정치 '한 축' 사라져… 정치판 근본적 변화 불가피;'민주 對 반민주' 구도 사실상 현실에서 없어져 與野 모두 새출발선에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마지막 병상 37일 폐질환 등 악화돼 인공호흡기 의지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李여사·아들 3형제 등 가족 20여명 임종 DJ, 숨 거두기 2시간전 마지막 '눈 인사'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장례절차 오늘 결정… 민주당 "國葬으로 하자";각계 인사·시민들 조문 행렬… 서울광장에 분향소 마련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빈소 이모저모;반기문 "비통함 금할 수 없어" 세브란스 빈소 좁아 옮길 듯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오바마 "민주화·인권의 용감한 투사" 아소 "한·일 협력관계 구축에 공헌";각국 정상, DJ서거 애도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민주, 장외투쟁 모두 취소… 한나라, 전국 당사에 '謹弔';민주당 지역黨舍에 분향소 "고인의 뜻 계승해 나갈것"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DJ 어록 "행동하는 양심" "재벌시대 끝났다"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온 국민과 애도"… 종교계도 추도 메시지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北, 조문단 파견할까;DJ 재임때 정상회담 비롯 남북경협 등 모두 이뤄져 고위급 인사 보낼 가능성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동교동 이웃 주민들 기억 속의 DJ;"늘 경찰이 에워싸 가까이 뵙진 못했지만…"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슬픔에 젖은 고향 하의도;"일어나실 줄 알았는데…" 면주민센터에 분향 행렬 생가 방명록엔 애도의 글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DJ의 사람들;'그림자' 동교동계도 역사 속으로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파란만장했던 '정치인 DJ'의 삶; 옥살이·가택연금·망명 등 정치적 시련… 4修 끝에 大權 잡아
-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엇갈린 영욕의 세월… 역사 속으로;남북정상회담으로 노벨평화상… '햇볕정책'은 찬반 논란 불러
- [호남] [김대중 前 대통령 서거 이모저모] "이젠 국민의 애도 속에 안식 누리시길…";옛 전남도청 합동분향소 박 시장 "참으로 비통" 박 지사 "민주에 헌신" 전북서도 추모분위기
- [수도권] 김 전 대통령 장례기간 市 문화행사 연기·취소
- [양상훈 칼럼] DJ 서거 다음 날의 나로호
- [사설]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시대
이승만(서거, 운명, 부음), 박정희(유고), 윤보선(별세, 타계), 최규하(별세) 그 누구의 경우에도 노무현, 김대중의 경우처럼 모든 표현이 서거로 통일된 적은 없었다(다만, 노무현의 경우만 盧로 표현된 건 눈에 띈다. 조선일보만 그런지, 다른 신문들도 그런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듯). 최규하 사망 후 노무현 사망까지의 3년 동안 죽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표현을 서거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어떤 공감대가 이루어진 거라면 모를까, 이건 좀 아니지 싶다. 그런 면에서,
...언론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며, 평등한 용어를 써야 할 의무가 있다. '서거'를 전직 대통령 專用으로 하는 것은 계급적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정신과 맞지 않다. 1987년 이후 현직 대통령에게까지 '각하'라는 말을 쓰지 않도록 한 나라이다... (조갑제, 2009년 5월 23일)
조갑제가 노무현의 죽음 이후 쓴 글의 일부인데, 적어도 이 대목에만큼은 조갑제에 100% 동의한다. 물론 같은 해 2월에 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시지만 말이다.
올해는 朴正熙(1917~1979)가 서거한 지 30주년이다. 62년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통하여 한국을 근대화시키는 데 旗手(기수)가 되었던 민족사의 大인물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 지도자였다. 그의 삶 속에서 특히 드라마틱하였던 62개 장면들을 뽑아 소개한다. 이 장면들은 박정희 개인뿐 아니라 한국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준 것들이다. 별도의 설명이 없는 장면은 필자가 쓴 '朴正熙 傳記(全13권)'에서 뽑은 것이다... (조갑제, 2009년 2월 17일)
1987년 이전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사회라고 볼 수 없었으니, 유신독재체제의 수장으로 살다 민주화 이전에 죽은 박정희에게 그가 살았던 시대의 가치관을 적용해 전제군주에게 맞는 어휘선택을 한 거라면야 뭐 할 말은 없겠다. 다만, 이 분이 자신이 지지하고 존경하는,
한국 근대화의 기수가 되었던 민족사의 대인물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 지도자 박정희
각하의 서거 30 주년을 맞아 쓴 글도 '사망'이나 '피살' 혹은 '죽음'정도의 어휘를 사용해서 고쳐쓰는 정도의 일관성을 보여준다면야 앞으로 이 분의 글도 진지하게 읽어 드릴 의향은 있다.
(조갑제닷컴이 그냥 조갑제의 개인적 공간이라면 내 글도 번지수를 잘못 잡은 것이긴 하다. 조갑제가 말하고 있는 건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며, 평등한 용어를 써야 할 의무가 있'는 '언론'에 해당되는 내용이니까... 근데 조갑제닷컴을 보면 난 이걸 개인사이트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돈을 내면 어떤 특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려 '유료 존'도 있다. '수익추구를 한다고 해서 개인사이트가 아니고 언론이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구성이나 여러가지를 볼 때 조갑제닷컴을 최소한 그냥 개인사이트나 블로그 수준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 싶다)
그래서, 김대중 사후 모든 기사의 제목이 '서거'로 통일되는 것을 보면서 조갑제가 또 노무현의 죽음 때처럼 서거드립을 치지 않을까 생각하고 조갑제닷컴에 구경을 갔던 건데, 아무래도 한번 써먹은 건 식상하셨던 것 같다. 이번엔 국장을 트집잡기 시작하셨다.
조갑제의 국장 태클
한참 웃다가, 문득 이명박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에서 씹히고 오른쪽에서 까이고... 김대중 국장이 불만이면 국장의 빌미를 만들어 준 법을 까던가, 굳이 국장을 요구한 유족 등을 까던가. 적법하게 장례 치뤄준 이명박은 또 무슨 잘못이람. 정치적으론 이명박에게 반대하지만 인간적으론 이제 동정심마저 들려는 순간이다. 조갑제는 혹시 우파의 X맨을 가장한 지능적 우파가 아닐까(뭔소리래-_-; )?
#2. 서울광장을 다녀와서목요일, 서울광장에 가서 그를 조문했다. 솔직히, 난 어려서 김대중-박정희, 김대중-전두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거기까지는 별로 관심없기도 하고...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김대중에 대한 존경의 마음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모 사이트의 모 논객들의 글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고... 아무튼, 그런 마음으로 조문을 하러 갔다.
가서 근조리본을 받고 줄을 서서 들어가는데, 좀 짜증나는 게 있었다. 장례식장 천막 기둥 이곳저곳에 붙어 있던, 이명박과 조중동을 욕하는 문구들이 쓰여 있는 플래카드들. 급하게 대충 만들었는지 검은색과 붉은색 매직으로 손으로 쓴 글씨와 조잡한 문구들... 사진이라도 찍어 올리면 좋겠지만 장례식장까지 가서 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았다. 근데, 도대체 장례식장에서 뭐 하는 짓거리들이지?
물론 김대중이 노무현의 경우처럼 뒤끝있는 정권의 표적수사로 핍박받다가 자살해버린 건 아니지만, 분명 김대중의 죽음은 그가 갖는 상징성, 그리고 그의 일생과 정치철학을 되돌아보게 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어느 정도 그와 그를 따르는 정치세력들을 돋보이게 하며 그 반대쪽에 있는 정치세력들을 안 좋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을 거다. 근데 그런 자리에다가 매국노니 뭐니 하는 배설글들을 걸어 놓는 건 도대체 뭐 하자는 짓이냔 말이다. 고인에 대한 예의도 예의지만, 정말 냉정하게 봐서, 정치적으로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거다. 딱히 특별한 정치적 성향이 없는 사람이 한 원로정치인의 죽음에 애틋한 마음이 들어 광장을 찾았다가 '이명박 나쁜놈, 조중동 보면 매국노' 뭐 이 따위 글들이 걸려있는 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들지 잘 상상이 안 되는 걸까? 이건 도대체 개념도 없고 뇌마저도 없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는 거지? 그런 걸 왜 장례식장에서 하는 걸까? 이건 뭐 죽은 시체를 파먹고 사는 언데드들인가? 장례식장 안에서는 그냥 죽은 사람에 대한 추모만 하면 안 되나? 그게 그렇게 힘든가?
아무튼... 그랬다는 거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라면,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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