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8일 월요일

오래 살 걱정은 안해도 될 듯

“인생이 지루해~” 수명 단축한다!

런던대학교 역학(疫學).공중보건과 전문가들은 1985~1988년 35~55세의 시민 7524명을 인터뷰한 뒤 지난해 4월까지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숨졌는지 관찰했다.

정말이지 저런 조사 한 번 하려면 몇 년이 걸리는 거야... 진정 지루했던 사람들은 어쩌면 저 조사를 계획했던 사람들 아니었을까. 25년이라니, 25년이라니! 얼마 전에 네이처에 떴던 20년 동안 대장균 키웠던 사람들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일지도.
nature08480.pdf

<20년 동안 대장균 키운 사람들의 네이처 논문>


그나저나 오래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듯. 인생은 길고 지겹고 귀찮고 피곤한 거니까. 다만 난 담배도 안 피고 술도 많이 마시는 건 아니(?)니까 그게 좀 걸리긴 하는데, 그래도 기대수명을 좀 빼도 되지 않을까? :D

심리학자인 그레이엄 프라이스는 “인생에서 별다른 동기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고민의 초점을 자신으로부터 다른 이들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가족과 친구, 동료, 심지어 직장상사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근데 이건 뭐지. 이거 정말 진지하게 내놓는 대책인가? 인생이 지루하다고 가족과 친구, 동료, 심지어 직장상사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같은 걸 생각하다가는 지루하다 못해 우울해져 버릴지도 몰라.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바로 나라구. 그래서 말인데, 뭘 하고 살면 재밌을까?

언제나 주 5일에 9-to-5 를 꿈꾸지만, 어디 멀리 외국으로라도 도망가지 않으면, 여기선 불가능하겠지. 난 안될거야 아마...

심심해서 올려보는, 모두가 예상가능할 짤방




2010년 1월 30일 토요일

[펌] PCR song

돌아다니다 발견한 동영상. 이것 대박인데ㅋㅋㅋ






















그리고 이어지는 GTCA song. 이거 윗 노래랑 스토리도 살짝 이어지는듯? ㅋㅋㅋ






















뭐 결국 광고이기는 하지만...-_-;
그나저나 이거... [BioRad 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D

아참. 출처. (어차피 화면에 유튜브 단추 누르면 원본으로 이동하긴 하지만)
PCR - http://www.youtube.com/watch?v=_zxr-52KwKo&feature=player_embedded
GTCA - http://www.youtube.com/watch?v=-bF2QalUj1Y&feature=player_embedded

데자뷰

청와대, MB 정상회담 발언 변조... 대변인 사의 표명
, MB인터뷰 전달 오류 김은혜 대변인 사의 표명

...이에 대해 김은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상당히 피곤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했고, 발언이 썩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됐다.”면서 “여파가 클 수가 있기 때문에 제가 이 대통령에게 발언의 진정한 의미를 물어본 것을 토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신문)

"이 대통령에게 발언의 진정한 의미를 물어본 것을 토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었다"

...이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내용이다. 뭐냐면.

...이러한 CJD-vCJD 혼용 관행과 더불어 앞서 명시한 여러 가지 객관적 근거에 따르면 이 부분 인터뷰에서 로빈 빈슨이 언급한 CJD는 vCJD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전적으로 타당합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은 로빈 빈슨의 CJD 발언을 vCJD를 의미하는 것으로 방송에 사용하였습니다. 로빈 빈슨의 이 부분 발언을 vCJD로 자막 처리한 것은 발언자인 로빈 빈슨의 진의를 살린 정당한 의역이라 할 것입니다. ...

"발언자인 로빈 빈슨의 진의를 살린 정당한 의역이라 할 것입니다."

......

에휴. 이 쪽이나 저 쪽이나... 구질구질하게 싸우는 것 보기도 이제 지겹다.
공평하게 가자. 양쪽 다 공평하게... 그러니까 공평하게 둘다 까던지, 둘다 봐 주자.

물론 내 생각은, 둘 다 까야 된다는 거다. 발언자의 원래 의도가 뭐였던 간에, 해설이나 번역은 일단 그대로 해 줘야 되는 거 아닌가? 나중에 뭐라뭐라 해설을 덧붙이더라도 말이지.

"이 대통령은 ~~라고 말했습니다만 마침 대통령이 피곤했고 물어봤더니 진짜 의미는..."
"로빈 빈슨은 ~~라고 말했습니다만 두 단어를 계속 혼용했고 문맥상 진짜 의미는..."

이런 식으로 하면 변조니 왜곡이니 하는 얘기가 나올 일도 없고, 보는 사람이 직접 문맥상 의미를 파악해볼 수도 있잖아. 왜 굳이 멋대로들 손을 대서 일을 키우는지.

영어몰입교육의 필요성

피디수첩 2010년 1월 26일자 다시보기

어떡해, 이분들 신나셨다. 무죄판결에 한껏 고무되셨는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증거라면서 로빈 빈슨의 인터뷰와 이런저런 자료들을 내놨는데, 이 또한 한편의 코미디다. 그 중 일부만 우선 까 보면,

캡처를 하려 했으나 실패한 관계로, 영상의 18분째부터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내가 CJD라고 말했었다면 그것은 분명히 일반적으로 이야기한 것일 거예요. 왜냐하면 변종(인간광우병:vCJD)이든, 쇠고기든 뭐든, 나는 대부분 그것을 CJD라고 이야기하니까요. 그리고 그 때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인간광우병)이에요. 나는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건 미국의 모든 신문에 나왔기 때문이죠. 그건 보건당국을 통해서 변종 CJD(인간광우병:vCJD)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었어요.

해당 부분의 영어 원본은 다음과 같다. 직접 알아들은 것이면 참 좋겠지만 그럴 실력이 안 되는 관계로, 피디수첩이 자랑스럽게 올려놓은 변론요지서에 나와 있는, 법원에 제출했다는 '증제49호증의2' 의 해당 부분을 가져왔다. (변론요지서 78쪽부터)
It’s, I mean, it’s not like if I said there might have been times when I did say CJD, I must’ve been speaking in general. Because the variant or the beef, whatever, I’m just speaking in most of the time, it’s just CJD. And then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And that if there was a problem with the interview on some variant CJD to CJD, different many articles, many many articles, and the newspaper, and on the radio, on television, where they talk about the variant, the possible variant CJD!

아무래도 말은 글보다 문장의 형식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어디까지가 어버버 하면서 버벅대는 부분이고 어디부터가 제대로 된 내용인지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안 되는 영어실력으로나마 굵은 글씨 부분만 대충 다시 번역해 보면,
내가 몇 번 CJD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랬다면 난 일반적인 걸 말한 거에요. 변종이건 쇠고기건 뭐건 간에, 나는 그 때 대부분 그냥 CJD 를 얘기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난 변종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 안에 두 군데의 웃음포인트가 있다. 우선 첫번째,
Because the variant or the beef, whatever, I’m just speaking in most of the time, it’s just CJD.
- 왜냐하면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 나는 대부분 그것을 CJD라고 이야기하니까요.
(피디수첩 해석)
- 변종이건 쇠고기건 뭐건 간에, 나는 그 때 대부분 그냥 CJD 를 얘기하고 있었으니까요.

It's just CJD. 라는 문장에서 It 은 바로 앞 부분의 '내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있던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앞부분 whatever 까지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whatever), 나는 그것(it)을 CJD 라고 한다' 가 아니라,
'변종이든 쇠고기든 뭐든(whatever), 내가 그 때 얘기하던 그것(it)은 CJD 다' 가 맞는 해석이다.

그리고 두 번째,
And then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 그리고 그 때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인간광우병)이에요. (피디수첩 해석)
-
그러고 나서 난 변종
(인간광우병)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And = 그리고', 'then = 그 때' 니까 'and then = 그리고 그 때' 인 것인가. 도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네이버 영어사전마저도 '그러고는, 그런 다음' 으로 해석하고 있다.
저 문장의 번역자가, 그리고 로빈 빈슨이 사용하는 영어는 어디 다른 세계의 영어인가. 아니면 네이버 영어사전과 한국인들 영어실력의 저질성을 보여주는 표본인 것인가. 아니면 피디수첩의 전가의 보도인 '로빈 빈슨의 의중'을 파악한 의역인 것인가.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건 거의 번역을 넘어서 새로운 문장을 창조하는 수준이다. 'I would reference the variant' 를 '내가 지칭하는 것은 변종이에요' 라고 해석했는데, 원래 영어문장에 '~하는 것' 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러니까, reference 를 굳이 '지칭하다'로 해석해줄 수는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이런 문장이 된다는 거다. '나는 변종이라고 지칭해요' ...... 근데 뭘?

이쯤 되면 문장에 would 가 들어가 있는데 해석의 시제는 현재형이고, would 는 아예 해석조차 되지 않았다(~하곤 했다)는 정도는 그냥 애교다. 어쨌든 '그러고 나서 난 변종에 대해서 얘기하곤 했죠.' 가 맞는 해석이다.

......

참 누가 번역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명박의 영어몰입교육, 이경숙의 어륀지 영어교육이 정말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피디수첩 제작진의 작품이라도 그렇고, '전문'번역가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사실 이건 '정지민과 사실을 존중하는 사람들' 에서 이미 상황종료된 부분이고, 내 해석도 그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피디수첩이 해석이랍시고 내놓은 내용이, 결정적 증거랍시고 내놓은 내용이  너무 웃기고 한편으로 너무 부끄러워서 내 나름대로 다시 해석해보면서 주절주절 써 봤다. 도대체 피디수첩은 정지민의 번역을 문제삼을 거였으면 다른 번역은 좀 제대로 된 사람한테 맡기던가. 도대체 누가 어떻게 번역하면 저런 번역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영어 좀 한다는 그 누구한테 맡겨도 원하는 번역이 나오지 않자 급기야 제작진들 스스로 번역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2008년 4월의 방송에서 CJD를 vCJD로 바꾸는 등 자막 가지고 장난질을 친 것에 대한 피디수첩의 변명이 '로빈 빈슨은 vCJD와 CJD를 구별하지 못하고 섞어 썼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의역했다'는 것이었는데, 위의 문장으로 상황종료다. 로빈 빈슨은 CJD 와 vCJD의 개념을 확실히 구분하고 있었다. 그 주장을 어떻게든 포기할 수가 없어서 증거를 끼워맞추다 보니 저런 번역이 나오는 거겠지. 피디수첩 제작진이 직접 번역한 게 아니라 누군가한테 번역을 맡긴 결과가 저거였다면 그건 그야말로 안습이고.

다만, 그와 별개로 로빈 빈슨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확신하고 있었는가는 인터뷰의 다른 부분을 더 보지 않으면 판단불가다. 다만 피디수첩이 내놓는 녹취록 번역이 계속 이런 수준이라면 뭔가 자신있게 내놓을 때마다 피디수첩은 자신들의 주장이 뒤집히는 꼴을 보게 될 거다. 그냥 다 포기하고 지금부터라도 '우린 진짜진짜 몰랐어요ㅜㅜ 죄송해요ㅜㅜ' 하고 읍소하는 게 그나마 체면을 덜 구기는 방법 아닐까. 진영논리는 좋아하지 않지만, 적을 이길 수 없다면 최소한 자기 편한테 피해는 주지 않도록 하자. 2008년 여름 이후 피디수첩에는 완전 질려버렸고, 심지어 지지정당마저도 바꿨지만, 참 보고 있기가 안쓰럽다. 제발 이제 그만.




2010년 1월 29일 금요일

의대와 치대가 분리된 이유?

돌아다니다 어느 사이트에서 저런 질문을 봤다.
예전 어느 수업시간엔가 지나가는 얘기로 저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문득 궁금해진 김에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 두고 싶어서 검색을 해 봤다.

그랬더니 이런 게 나오는데,

http://www.histden.org/journal.htm

...미국 치의학사학회(?) 라는 곳에서 내는 치의학사 저널이란 게 있나 보다. 살짝 놀랐지만, 역사는 중요한 거니까. 아무튼 그 덕분에 예상 이상의 소득이 있었다. 재밌는 내용이 많을지도 :D

그래서,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와서, 치과대학은 왜 의과대학과 분리되어 있는 것인가에 대한 답은 여기에,

http://www.histden.org/journal/jhd_v51_2003_secured.pdf[footnote]이 자료에서 인용하고 있는 책들을 찾아보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학교 도서관에도 없는 것 같고, 더 이상 파고들 열의도 없고 여유도 없으니 이쯤에서 패스.[/footnote]

PDF 파일의 45~49 쪽을 보면, (미국) 최초의 치과대학의 설립과정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18세기 초에야 비로소 치의학 교육이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치과진료가 '아무나 하는 것'에서 '교육받은 전문가'의 손으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9세기 초에는 (당시의)치과의사들의 단체와 학술지가 만들어졌고.

초기 치과의사의 한 사람인 Horace H. Hayden 은 체계적인 치의학 교육과정이 필요함을 깨닫고,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치의학을 강의하는 등,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치의학을 포함시키려 노력하지만 결과는 실패. 해당 자료에 실린 Henry Willis Baxley 의 편지 내용으로 볼 때, 그 이유는 '기술적인 성격이 강하고 학문으로서의 체계가 부족하다...'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Some years before that time (i.e. the summer of 1839), Dr. H. H. Hayden, also of Baltimorem had delivered to a few medical students of the University of Maryland some lectures on Dental Physiology and Pathology. I was one of his class, and found the lectures very speculative and unsatisfactory. Certain it is, that those engaged in tooth pulling, filming, and filling, which then seemed the sole basis of the craft, took no interest in Dr. Hayden's attempt to enlighten them. Nevertheless, he is entitled to an effort, however unsuccessful, to give dentistry better claims to public confidence.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건, 치과치료가 이발사나 약장수들의 손에서 행해지던 시절에도 의학은 벌써 대학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거다. 확실히 의학과 치의학의 발달 과정은 역사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그래서 현재의 모습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의학과 치의학에 대해 갖는 인식의 차이는 이런 역사적 차이에서 어느 정도 기인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 결과,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치의학을 포함시키는 것을 거절당한 치과의사들은 독자적으로 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그 결과 1840년 2월, 최초의 치과대학인 Baltimore College of Dental Surgery 가 만들어진다. 이 학교는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는데, 이 학교의 홈페이지에도 그에 대해 간단히 언급되어 있다.

그때는 그랬다 치고, 그럼 지금은 어떨까? 의학도 물론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현재의 치의학도 그 때랑 비교하면 이젠 곤란하다. 현재는 (아마도)전 세계에서 의과대학과 치과대학이 분리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제는 의학 교육 과정에 치의학이 포함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학문체계의 통일성이라던가, 의료인 상호간의 의사소통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말이지... 근데 19세기 초 이후 치의학이 의학과 별개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만들어진 체계와 방대한 양의 지식을 생각해 보면, 안 그래도 많은 의대생들의 짐에 그것까지 얹어주는 건 인간적으로 할 짓이 못 되는 것 같다. 뭐, 혹시나 정말로 합치는 쪽이 더 낫다고 하더라도, 경로의존성이란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할 리는 없겠지.

의학을 'Art & Science' 라고 하기도 한다. 의학적 지식은 과학을 근거로 하지만, 그 지식이 의사의 손을 거쳐 환자에 적용되는 과정은 예술과 같다는 얘기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흔히 '치과의사 = dentist = 기술자' 라고들 생각하지만, 그런 단순노동 같고 그저 손기술일 뿐인 것 같은 치과치료행위도 이제는 수많은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이루어진다. 오죽하면 유명한 치과 교과서 중 하나의 제목은 아예 'Art & Science' 일까.

애초의 질문에서 벗어난 잡담이 길어졌는데, 이왕 길어진 김에 몇 마디 더 해 보자면, 그러니까 의료행위란 건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야 한다는 거다.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손기술이 아무리 용하고 신통해도 그건 의료행위가 아니라 그냥 무당짓이다. 요설로 사람들을 홀려서 사람들의 건강에 쓸데없이 해를 끼치고 쓸데없는 의료비 지출을 야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하다. 꼭 누구라고는 말 않겠다...




2010년 1월 26일 화요일

Iron lung


그제 들었던 어떤 강연에서 나왔던 사진이다. 처음엔 무슨 영화 장면인 줄 알았는데, 실제상황이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저건 1953년의 사진. 사진 속에 쭉 늘어선 원통형의 기계가 바로 제목에 적은 iron lung 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저건 호흡을 대신해주는 기계다. 환자를 기계 안에 눕히고 머리랑 목만 내놓게 한 다음, 기계를 밀폐하고 작동시키면 기계 내부의 압력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다. 기계 내부의 압력이 빠지면 가슴이 팽창해서 공기가 환자의 폐 속으로 들어가고, 기계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면 환자 폐 속으로 들어갔던 공기가 빠져나오는 식의 원리다.

저 기계는 1928년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금이야 뭐 기관내삽관을 통해서 저런 거대한 장비 없이 간단하게(물론 기관내삽관은 훈련받은 의사만 할 수 있지만) 호흡을 시킬 수 있지만 그 시절엔 그런 게 없었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저 기계는 기관내삽관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특히, 1900년대 중반 소아마비로 인해 전신이 마비ㅡ호흡근을 포함해서ㅡ된 환자들에게 널리 사용됐다고 한다. 기관내삽관법이 개발되어 Iron lung의 사용을 대체해 갔지만 기관내삽관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에는 계속 사용되었다고 하고. 그래서 당시 소아마비로 저 기계에 들어가서 최근까지도 살아계셨던 분들의 이야기들이 있다[footnote]http://www.smh.com.au/national/dead-after-60-years-in-iron-lung-20091101-hqyy.html?autostart=1[/footnote][footnote]http://www.nytimes.com/2009/05/10/us/10mason.html?_r=2&scp=1&sq=iron%20lung&st=cse[/footnote].

저 기계 안에서 무려 60년간 계셨던 분도 있다. 소아마비 백신이 50년대 초에 개발됐으니 저 기계에 의존하는 분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당연히 60년 가까이 저 기계 신세를 진 걸로 계산되기는 하지만, 아무튼 나로서는 저렇게 누워 있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거기다 60년이라니. 그래도 저 기사들에 나온 분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뭔가 열정을 쏟을 일들을 찾으셨으니 존경스럽달 밖에.

지금이야 소아마비 예방접종은 필수로 맞게 되어 있고[footnote]http://niptmp.cdc.go.kr/nip/schedule/ptninjschedule.asp[/footnote], 예방접종 덕에 소아마비는 박멸되었다고 선언된 상태[footnote]http://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health_detail&sm=tab_txc&ie=utf8&query=%EC%86%8C%EC%95%84%EB%A7%88%EB%B9%84[/footnote]니 저런 걱정은 거의 안 해도 되겠다. 의학이 그 정도 수준으로 발전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극히 최근의 일이고 보면, 현재의 인류는 그 수많은 생명의 위협을 견뎌내며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한 존재 아닐까. 의학을 발전시킨 인류만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번식하고 있는 종이라면 무엇이든 다 위대하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p.s. 강의 내내 딴짓하다가 우연히 본 사진이 기억에 남아 적어 봤는데, 어쩌다가 얘기가 여기까지 샜지?


2010년 1월 25일 월요일

피디수첩 판결을 보고...

광우병 보도 PD수첩 제작진 무죄
서울중앙지법, "방송내용 허위로 볼 수 없다"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모두 무죄


사실 좀 깜짝 놀라긴 했는데, '무죄'라는 결과 자체는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사실 피디수첩 제작진이 형사처벌을 받느냐 마느냐 같은 건 내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과학적 사실에 대한 무지는 죄가 될 수 없으며 과학적 사실을 잘못 전달한 걸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그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압박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설사 그들이 제대로 된 사실을 알면서도 왜곡했다 치더라도 '왜곡' 하면 떠오르는 모 신문사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볼 때 형사처벌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난, 그들이 잘못된 사실을 전달했다는 점만 확실히 해 둔다면 그들이 무죄라고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만 확실히 해 둔다면 백번 양보해서 '알면서도 왜곡'이란 내용까지는 없어도 상관하지 않았을 거다. 차라리 유죄보다는 무죄 쪽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다만, 그들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위에 적은 논리로 그들을 적극적으로 변호할 자신은 없었다. 그냥 위에랑 비슷하게 몇 마디 적고 마지막에 한 마디 덧붙였겠지. '그래도 샘통이다' 라고... 그만큼 내가 치를 떨었던 사건이었으니까.

그래서, '무죄'라는 결과 자체는 맞지만 이번 판결은 정말정말 심각하다. '피디수첩 제작진이 잘못했지만 형사처벌할 만한 거리가 아니므로 무죄'라는 논리가 아니라, '피디수첩 제작진이 잘했으므로 무죄'라는 논리니까. 이번 판결 결과를 가지고 의기양양해서 판결문 전문을 게시판에 걸어놓고 자랑하는 피디수첩 제작진을 보면서 난 고민에 빠졌다. 저들은 뇌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양심이 없는 것일까 하는...

판결문을 보며, 그리고 그들의 자뻑질(자뻑일까 자폭일까)을 보며, 한 번 제대로 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너무 바쁘고 너무 피곤하다. 너무 귀찮지만 아직은 짜증이 귀찮음을 압도한다. 근데 봐야 될 게 너무 많다.